싸움닭

나는 가끔 싸움닭이 된다.

한 달에 한 번은 싸우는 것 같다. 주로 의뢰인, 거래처, 협력사다.

이메일로 논쟁을 벌이기도 하지만 전화로 언성을 높일 때도 있다.

직장을 다닐 때엔 거의 싸우지 않았다. 한심한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전의를 상실했다고나 할까. 인생을 포기하고 퇴근과 주말을 낙으로 사는 사람들이 나는 너무 한심했다. 결국 그곳을 박차고 나왔다. 그런데 지금은 싸운다 – 오늘도 싸웠다.

내가 싸우는 이유는 사실 하나다.

원칙.

회사에서 다수의 팀을 운영할 때엔 미처 몰랐던 것들을 기업가가 되고 나서 많이 깨닫는다. 조직에서는 원칙이 중요하다. 매출을 위해서 중요하고, 성과를 위해서 중요하다. 문화는 야유회나 팀빌딩 활동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어떤 인재들이 모였나에서 결정된다. 원칙에 맞는 인재는 키우고, 원칙에 맞지 않는 인재는 내보내는 것이 결국 문화를 만든다. 마케팅의 원칙이 성과를 만들고, 영업의 원칙이 돈을 벌어오고, 재무의 원칙이 현금을 흐르게 한다.

원칙을 만들고 지킨다는 것은 무엇인가. 원칙이 아닌 것에 대해 싸운다는 뜻이다. 꼭 싸워야 하나? 그렇다. 싸우지 않으면 원칙을 지키지 못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개인은 퇴화한다. 물론 회사는 없어진다.

의뢰인에게 자비보다는 원칙을 내세울 때가 있다. 물론 예의가 바른 사람에게는 원칙을 좀 느슨하게 적용한다. 그런데 의뢰인이라는 이유로 변심을 한다거나, 막말을 한다거나, 서로 약속한 것을 어기는 경우엔 다르다. 내가 먼저 싸움을 건다. 한번은 그냥 넘어가도 될 만한 것도 나는 싸운다.

엉터리들의 기준

한두 번 넘어가다 보면 그게 새로운 기준이 된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사람을 잘 들여다 보라. 실수가 기본값으로 설정돼있다. 뭘 해도 훌륭한 결과를 만들지 못한다. 일의 결과물은 보통은 엉터리고, 어쩌다가 평균에 근접한다. 왜냐면 그 실수는 능력에서 오는 게 아니라 태도에서 오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더 비참하다)

한두 번의 실수가 열 번이 되면 그 결과는 자명하다. 일과 원칙 모두 하향평준화의 나락으로 빠진다. 엉터리가 노멀Normal이 된다. 성과는 기대할 수 없고, 신뢰는 사라진다. 거래처는 떠난다. 훌륭한 인재는 ‘엉터리가 노멀이 된 현실’에 자존심이 상해 떠난다. 그렇게 기업은 비호감이 누적되며 사멸된다.

어떻게 살아남느냐

오늘도 싸웠다

오늘도 한 의뢰인과 언성을 높여가며 싸웠다. 의뢰인은 말했다. “도대체 맡긴 날짜가 언젠데 아직도 이렇게 오래 걸리냐.” 그렇다. 항의였다. 조용히 듣다가 나는 말했다.

“날짜가 미뤄진 이유는 다름 아닌 의뢰인의 계속되는 수정 요구 때문”이었다. 나는 그 점을 분명하게 콕 집어 말했다. 게다가 나는 이런 싸움의 패턴 경험이 이미 많은지라, 미리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을 대비해 미래 시점에서 유의점까지 고지해놓은 상태였다. 의뢰인은 조금 당황한 것 같았다. 보통 이런 불만을 토로하면 ‘을’은 납작 엎드리는데 “이놈”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싸워서 이기면 좋냐.

내 대답은 아니오다. 이 싸움의 본질은 조금 다르다. 내가 원하는 것은 상대의 기를 눌러서 패배자의 굴욕을 느끼게 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하면 이겨도 진 셈이니까 말이다. 대신 나는 아직 종료되지 않은 의뢰인과의 계약관계에서 이렇게 말하는 셈이다.

“우리는 최선을 다합니다. 우리는 끝내주게 일을 처리할 겁니다. 다만 원칙을 지키면서 합니다. 원칙을 지키지 않고 마음 내키는 대로 굴면 이 다음에도 또 싸우게 될 거예요.”

싸움의 본심

한번 눈 딱 감으면 넘어갈 일인데 왜 싸우냐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이렇다. 나는 기업의 브랜드를 만드는 중이고, 기업의 일하는 방식 – 문화를 만드는 중이라고. 그리고 누군가 내 뒤를 이어 경영진에 오른다면 이렇게 원칙을 지켜야 하는 것을 보여주는 중이라고. 그러니 정신 똑바로 차리자고.

살아남아서 세상을 바꾸고 우리 이름을 빛내자고. 엉터리가 되지 않기 위해, 싸우자고.

2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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