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계획을 세우고 그걸 블로그에 공유하고 있다. 지난 한 주를 총평하며 나는 이렇게 썼다.
12월 17일. 내년 사업을 계획을 세우느라 시간을 썼고, 그만큼 작가로써 할 일을 못했다. 정신 없었지만 호기심이 왕성한 한 주였다. 미래를 준비하여 가슴이 설레는 것은 멋진 일이다.
그러던 중 내가 했던 나쁜 상상을 나눠보고자 한다.

지금 사업의 틈새를(niche, segment) 글로벌 시장에 적용해보는 거야! 한국에 이런 욕구가 있고 그 욕구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면, 해외에도 있지 않을까.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한국에 수요가 없다면 이런 생각은 공상일 뿐이지만 지금은 다르다. 나는 수요를 이미 매출로 증명했기 때문이다.
실제 나는 이런 공상에 푹 빠져있었다.
- 외화 수입을 관리하기 위해 계좌가 필요하다
- 미국 법인이 필요하다. 세무대리인이나 변호사가 필요하다
- 미국 법인을 위해 출장이 필요하다
- 비행기값을 알아봤다. 호놀룰루 110만 원, 샌프란시스코 140만 원, 뉴욕 160만 원…
- 호놀룰루에 가면 내가 묵었던 숙소가 있으니 됐고, 뉴욕은 지난 MBA 교육을 받으며 묵었던 프랑스계 비즈니스 호텔이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모르겠다.
- 법인 설립을 위한 비용과 절차를 알아보고 에버노트에 클리핑한다.

그러다가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런 사고 방식은 머리로만 생각하고 실제로 아무 변화도 만들어내지 못하는 사람들의 것이다
소셜 미디어에 가면 이런 사람들이 널렸다. 책을 읽고, 뭔가를 배우고, 그런 과정을 자랑하느라 바쁘다. 배우는 것 뒤에 숨어서 자기를 위안하는 사람들을 보면 안쓰럽다. 세월이 지나고 나서 크게 후회한다. 배우는 것 자체는 변화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 변화를 만들다 보면 배움이 필요한 순간이 온다. 실질적 배움만이 다시 변화를 부른다.
진짜 변화를 위해서 나는 이렇게 했어야 한다. 공상이 아니라.
- 영어로 된 랜딩 페이지를 만든다 (그래서 오늘 그 일을 했다)
- 탄탄한 랜딩 페이지를 위해 마케팅 퍼넬 (marketing funnel)과 카피를 (copywriting) 열 번 수정한다
- 매력적인 광고 배너를 만든다
- 미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광고를 한다
- 한 명이라도 문의가 오는 것을 목표로 이 모든 과정을 개선하고 관찰한다
한 명이라도 문의가 오고, 단 한 명이라도 고객으로 전환되는 것이 핵심이다. 그후에 나머지 계좌 개설, 법인 설립 같은 절차를 만들면 된다.
시장도 없는데 이런 절차에 먼저 관심을 두는 건, 수영을 배우기 전에 잠수 장비를 사재끼는 것과 같다.
이런 사고 방식으로 사는 사람을 많이 봤다. 그런 사람들은 오랜만에 만나도 변한 게 없다. 입으로는 늘 자신의 비전과 계획을 이야기한다. 비전의 대상은 계속 바뀐다. 그의 허영심에 제물로 바쳐진 허황된 상상들은 요즘 말하는 #그릿 _과는 정반대의 모습을 했기에, 성공이 아닌 퇴보의 길로 서서히 이동한다. 언제나 그렇듯 자신은 눈치채지 못하기에 죽음의 순간에는 늘 “이렇게 살지 말걸”하고 후회한다.
나는 그런 사람은 아니다. (신이여 감사합니다). 어쨌든 안전한 길을 의지를 통해 벗어났고, 책을 여러 권 내며, 경제적 독립을 위해 다양한 프리랜서를 시도했다. 지금은 연매출 10억을 목표로 하는 기업의 창립 멤버이자 작가다.
돌이켜보면 분명하다.
나는 머리속으로 비본질적인 외형에 신경쓰는 대신, 진짜 변화를 가져오는 본질을 먼저 시작했다. 실제 웹페이지를 만들어 고객에게 발견되고, 유입된 고객과 치열하게 대응하며 계약을 따냈다. 처음 만들었던 웹페이지를 생각하면 그 허술함에 아주 깊이 창피함을 느낀다. 그러나 번듯한 홈페이지를 만드느라 애를 썼다면, 역설적이게도 지금의 작은 성공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나는 또 미국행 비행기값이나 알아본다.
나 자신을 계속 갈고 닦아야 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