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0대 초반에 첫 책을 썼다. 육림공원 원숭이다. 그 책의 서문을 나는 좋아한다.


이 카테고리 – 마작가의 기억을 새로 만든 이유를 생각해봤다. 그 이유가 10여년 전에 쓴 책의 서문과 같다는 걸 발견했다. 나는 여전히 아름답고 슬픈 기억을 기록해야 할 의무가 있다. 생각이 나는 대로 나의 기억들을 이 블로그에 기록으로 남기려고 한다. 누구도 시킨 적 없지만, 그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은 내 인생에 대한 태만인 것처럼.
13년 전 썼던 <육림공원 원숭이> 서문의 일부를 옮긴다.
일주일에 평균 한두 편의 글을 쓴 것 같다. 길지 않은 인생을 살아오며 나를 지탱해주는 일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는데, 그 것은 사랑하고 또 사랑 받는 일이었다.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의 과정을 추억하다 보면, 당시엔 바람이 불고 해가 뜨고 지는 일처럼 별다른 의미를 둘 수 없었다. 그런 시간들을 먼 세월로 흘려 보내고 고개를 돌려보니, 이제와 보기엔 그 시간들이 참 으로 아름답게 빛나고 있다.
이렇듯 소중한 추억들인데도 시간이 흘러갈 수록 내가 하나씩 잊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어떤 책이나 신문, 인터넷 검색에서도 찾을 수 없는 이 추억들을 기록하는 것이 이 책의 첫 번째 목적이었다. 이 책을 통해 뭔가 대단한 결 해볼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다. 소중한 기록을 남겼다는 그 행위만으로도 말로 할 수 없는 행복을 느낀다.
억지로 옛 기억을 더듬다 보면 고구마 줄기 처럼 나쁜 기억들이 덩달아 떠오르기도 하였으나, 나 자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수 있었다. 물론 혼자서 한참 깔깔댄 적도 있다. 재미있는 기억들을 새로 발견한 기쁨 역시 말로 충분히 표현할 수 없다.
비록 이 출판이 나 스스로의 만족이기는 하나, 바람이 있다면 지금 이 시간을 소중하게 함께 나누고 있는 내 주변 사람들 – 이래 봤자 이 책을 받는 이는 줄이고 줄여 오십 명이 되지 않는 다 – 에게 내 행복의 근원을 한번쯤 구경시켜주는 것이다. 이 십 년도 더 된 일을 행복에 빠져 적어 내려갔듯이, 지금 이 책을 나누는 사람들과의 추억도 이십 년 혹은 삼십 년 뒤에 미소를 머금고 써내려 갈 수 있길 기도한다. 그리고 지금처럼, 그 산물을 함께 또 계속 나눌 수 있다면.
매 순간을, 미래에서 추억할 순간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간다면 더 행복할 것이다. 또한 그 순간에 더 집중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깨달음에 감사한다.
(중략)
보잘것없는 이 성취물 덕에, 주말이면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2010년 11월 13일 토요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