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의 질이 문제다 / 시간관리

살다보면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때가 있다.

바쁘다고 늘 나쁜 것도 아니고, 바쁘다고 늘 좋을 것도 없다.

하나에 몰입하느라 다른 것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바쁜 시간

정신 없이 바빠서 내 생활을 잘 못 챙기는 이유가 하나의 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다른 작은 것들을 희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모든 걸 다 잘할 수는 없으니까.

어떻게 보면 우선순위가 확실한 시간일 수 있다. 그런 시간이 지나고 나면 마치 열정적인 사랑이 끝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긴 터널을 통과하고 나서야, 아 그것이 터널이었구나, 하고 알아차리는 것이다.

그런 시간이 지나고 나면 누구든 부쩍 성장한다. 터널의 지나기 전의 내가 낯설게 느껴졌다면 바로 내가 성장했다는 증거다.

몰입 자체로도 의미 있지만, 만약 그 시간을 통해 생산한 무엇이 있다면?
할렐루야!

자잘한 일들을 처리하느라 바빴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손을 못 댄 시간

이런 시간이 반복되면 곤란하다. 어느 순간 정신차려 보면 너무 많은 것들을 흘려보낸 것을 깨닫는다. 나는 아직 예순도 되지 않았지만 오십 대 후반부터 육십대 중반까지, 사회에서 은퇴가 시작되는 나이에 이런 생각을 많이 한다고 한다.

나는 아직 젊은데, 노인으로 취급받는 세대가 된 것이다. 그리고 다소 변명처럼 들릴 수 있는 선배들의 항변은 서로를 닮았다.

나는 그저 순간순간을 바쁘게 최선을 다해 살았는데, 뒤돌아 보니 정작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겠더라. 남들이 기대하는 것에 부응하기 위해 자잘한 일들을 처리하느라 바쁘게 살았는데, 이제는 왜 그렇게 살았냐고 하더라.

이런 시간을 보내고 나면 마치 자신이 굉장히 생산적인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이번 주말 동안 나는 “바쁘다, 바빠”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

태풍으로 무너진 시골 거처를 손 보느라 구슬 땀을 흘렸고, 아이들의 물놀이도 따라다녔다. 가족들 대하구이를 먹인다며 열심히 천일염을 깔고 생새우를 구웠다. 바람 빠진 자전거 타이어를 수리했고, 아들과 캐치볼을 하고, 지난 한 주를 어떻게 보냈는지 기억해내지 못해 머리를 싸매고 수첩에 한 글자 한 글자 졸린 글씨를 적어 내려갔다. 중간에는 신사임당과 율곡이 태어난 오죽헌에 들렀고 바닷가에서 회도 한 점 먹었다.

이것이 인생인가. 순간순간에는 모두 내 “할 일”이었으나, 지나고 나면 정작 이런 질문만 떠오르는 것이다.

이렇게 평생 사는 것이 진정 삶의 의미인가

물론 돈을 벌기 위해 하고 싶지도 않은 일을,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과, 내가 잘하지도 못하는 방식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나는 매일 조금씩이라도 의미로 채워가기로 약속했고, 그것이 나를 다른 사람과 다르게 만들지 않는가.

가족들과, 아들과, 딸과, 또 자연에서 훌륭한 시간을 보냈다고 해서 그것이 내가 훌륭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 충분한 증거는 되지 못하리라.

간소한 할 일의 중요성

지친 몸을 이끌고 이제 내 책상 앞에 앉는다. 그리고 생각한다. 이제 내 할 일을 좀 해보자.

그러나 이때부터가 전쟁이다. 과연 내 할 일은 무엇인가. 지금 당장 무엇을 할 것인가. 아, 내가 하고 싶은 것도 해야 할 것도 머리 속에 둥둥 떠다니기만 한다.

유튜브도 올린 지 오래 되었고, 브랜드 홈페이지는 개선점이 발견되었으며, 고객들의 문의 메일은 차곡차곡 쌓여만 간다. 다음 책도 써야 하고, 주말에는 한 주를 반성하고 기록해야 하며, 뉴스레터도 써야 한다.

이런 식으로 허비한 시간이 너무 많다. 또 그럴 때마다 나 자신을 탓하기도 한다. 이래가지고 무슨 훌륭한 일을 한다고…

지금까지 내 결론은 “할 일”을 간소하게 만들고, 그것을 매뉴얼로 만드는 것이다. 그 매뉴얼에는 우선순위도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나는 수많은 할 일들이 자기를 봐달라고 아우성치는 것을 잠시 구경하다가, 나 스스로 정해놓은 세 가지 간소하고 중요한 마작가 인생 할 일 목록을 생각해낸다.

쓰기.
고강도 운동.
영상 찍거나 편집하기.

그래서 나는 우선 쓰기로 했다. 휴, 이렇게 한 글자 한 글자 써내려 간다.
고강도 운동은 고단한 시골 일거리로 충분히 대체할 만하다. 게다가 오죽헌을 크게 한 바퀴 도는데 5천 보는 걸었으니까.
그리고 일단 저녁을 해먹이고, 영상을 한번 둘러볼 예정이다. 그러면 또 어떤 영상을 “찍을지” 아니면 기존에 찍은 영상을 “편집부터” 해야 할지 고민이 될 터다. 오늘 목표는 일단 30분이라도 편집하고 한 발짝이라도 진도를 빼는 것이다.

이렇게 나만의 할 일을 갖고 있으면, 분주하지만 생산성과 의미가 빠진 건조한 하루에서 꿀맛 같은 단비가 될 수 있다. 그런 단비가 대지를 촉촉하게 적신다. 죽지 않은 땅에서 싹을 틔우는 것이 부디 커다란 나무로 자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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