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간 든 생각
- 사업 매출이 부진했다. 문의가 많았지만 계약이 한 건도 없었다. 불안함에 취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 후배 동료 2명의 책을 출간했다. 누군가의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순간을 함께 해서 뿌듯하다. 나름 몇 달치 급여가 투자된 출판이다.
-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일 때문에 과로를 한다. 평균 하루에 한 시간에서 두 시간은 투자를 해야 하는 일이라, 어쩔 수 없이 저녁까지 책상에 앉아야 하기 때문이다. 요즘 유튜브에 올리는 영상들은 그나마 반응이 꾸준히 있는 편이다. 그러나 몸을 힘들게 하는 과로임은 틀림 없다.
49주차 기록
12월 3일 일요일. 부추비빔밥, 매출고민, 저널리즘은 모든 지적인 진화의 시작이다.
강원도에서 집으로 돌아와 부추에 명란젓을 넣은 비빔밥을 해먹었다. 맛있는 것을 손수 해먹는 기쁨은 살아가는 데에 있어 놓칠 수 없는 귀중한 경험이요 매일의 고단함을 이기는 힘이다.
매출에 대한 고민을 종이에 적어보았다. 전략적으로 맞는 길을 걷고 있다면 일희일비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48주차 기록을 꼼꼼하게 적고 나니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저 일주일 동안 있었던 것을 적기만 하는데, 그것도 상당한 에너지가 들어간다. 그리고 그저 적기만 했는데 내 안의 많은 복잡한 것들이 정리되는 것을 느낀다.
저널리즘은 모든 지적인 진화의 출발점이다.
12월 4일 월요일. 운동, 2023년 나의 플레이리스트
준비중인 신제품 회의를 진행했고 조금씩 완성돼 가는 형태에서 순수한 사업가의 기쁨을 맛본다. 낮에는 체육관에서 고강도 운동을 했는데, 아무도 없어서 더 색달랐다. 저녁엔 맥주 2캔을 마시고, 영상을 1시간 동안 편집했다.
2023년 내가 가장 즐겨들은 가수는 “퀸”이라고 한다. 이제 2023년을 마무리할 때가 오고 있는 것이다.




12월 5일 화요일. 운동, 차수리, 떡볶이 그리고 영상편집
회사에서 신제품 회의를 진행하고 다음 국면으로 넘어가는 것을 느낀다. 기쁘다. 회사의 디자인을 함께 논의하고 토론하면서 즉시 개선되는 기쁜 경험을 또한 맛보다. 훌륭한 디자이너가 trigger가 되어준다.
아내를 통해 자동차 수리를 맡겼다. 에어서스펜션이 고장나서 수리비가 180만 원이 나왔다. 수입차는 충분히 타 보았으니, 다음에 차를 바꿀 일이 있다면 국산 중고 SUV를 살 것 같다. 지금 차로 아이들이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잘 버티길 바랄 뿐이다.
낮에는 고강도 운동을 했다. 저녁으로 아이들과 떡볶이를 해서 스파클링 와인을 마셨다.
영상을 마저 편집하고, 썸네일을 디자인해서 업로드했다. 4일이 지난 12월 9일 현재 조회수 1,000이 넘고 구독자 4명을 데려다 주었으므로, 내 입장에서는 꽤 괜찮은 결과물이다.
12월 6일 수요일. 집단지성. 죽기 전에 돌아가고 싶은 순간.
PT를 받았다. 허리를 90도 이상 굽히는 운동은 하지 않기로 했다. 허리가 굽여지면서 디스크와 신경에 무리가 오고, 당장엔 괜찮아도 다음 날부터 불편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데드리프트도 루마니안이 아닌 컨벤셔널로 바꾸기로 했다. 이제 내 몸을 과신하는 실수를 피해야 한다.
새로운 서비스 “심플릿”의 FAQ를 다듬기 시작했다. 상세 페이지 초안을 회사 동료 여러 명에게 보여주고, 예상 Q&A를 받았는데 좋은 포인트들이 많았다. 집단 지성을 나는 믿는 편이다. (그러므로 집단 지성에 적극적인 태도로, 실제 아이디어로 기여하는 사람이 바로 인재다.)
굴에 막걸리를 마셨다.
아이들이 마사지를 해줬다. 불을 끄고, 귓가에 클래식 음악을 틀어주고, 향이 좋은 오일로 머리와 목, 등과 발까지… 이런 작은 행복의 순간에 나는 습관적으로 하는 혼잣말이 있다. “죽기 전에 ‘돌아가고 싶은 순간’을 또 하나 추가하는구나.” 이런 순간이 많다면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이다.
마사지에 곤히 잠들었다가 새벽에 깼다.
12월 7일 목요일. 비싼 고객의 힘. 세금계산서. 또 한 명의 작가탄생.
천만 원 가까이 낸 고객의 서비스는 남 달라야 한다. 그래서 손이 많이 간다. 이런 프리미엄 고객 덕분에 안 해본 방식을 시도하게 된다. 그리고 그걸 정식 메뉴로 런칭하면 이미 검증되었기 때문에 반응이 좋다. 요새는 인쇄와 관련한 다양한 옵션을 공부하게 된다. 에너지가 많이 들어간다. 하지만 프리미엄 고객 덕분에 나는 또 배운다. 비싼 고객은 (비싼 서비스를 구매한 고객) 여러 모로 좋은 고객이다.
11월 마감을 위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느라 바빴다.
4시에 회사동료들과 치킨집으로 향했다. 회사동료의 작가 데뷔를 축하하기 위해서다. (글 “작가 양성이라는 숙원“)
500cc 생맥주 9잔으로 회식을 마쳤다.

12월 8일 금요일. 자동차고장, 삼겹살, 영상편집 “Gling” 앱.
수리 맡긴 자동차를 찾아 강원도로 향했다. 가는 길에 예전에 속을 썩였던 브레이크 캘리퍼 고착 현상이 또 발생했다. 삼겹살을 구워 먹었다. 술은 먹지 않았다.
영상편집을 했다. 소리가 없는 구간을 자동으로 삭제해주는 프리미어 프로의 플러그인이 떠올랐지만 나는 파이널 컷 프로를 쓴다. 이와 비슷한 앱을 찾다가 “Gling”이라는 앱을 찾았다. 더 써봐야겠지만 어느 정도 성공적이었다. 구독자가 1,000명 이상이면 각각 영상을 업로드할 때마다 Gling 홍보 문구를 넣는 방식으로 크레딧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거의 공짜다. (원래는 월 15달러)
12월 9일 토요일. 짧은 비밀 여행.
영상을 두 시간 편집하고 업로드했다. (천은진 박사 인터뷰)
짧은 비밀 여행을 다녀왔다.
아들과 축구를 하고, 자전거를 타고 쓸쓸한 억새밭 하천을 따라 긴 산책을 했다. 이렇게 지리적으로 한참 떠돌다가 몸이 지칠 때면, 나는 묘한 기쁨에 빠진다. 내가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행성에 온 것처럼, 일상과의 낯선 거리감을 불현듯 느끼게 된다는 말이다. 나는 그 순간을 사랑한다.
그 순간이 진짜 휴식이다. 내가 늘 머무는 곳에서 같은 일을 할 때엔 느낄 수 없는 새로운 패턴. 사람들이 여행을 사랑하는 이유도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굳이 돈을 쓰고 멀리 가야 하는 여행이 아니라, 매일 일상에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재치가 있는 이라면, 그는 평생을 시골 동네에서 살았던 임마누엘 칸트 같은 철학자도, 시골에 틀어박혀 들판을 그렸던 빈센트 반 고흐도, 월든 호수에서 다람쥐와 박새에 감동하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같은 작가도 될 수 있을 것이다.

저녁엔 스파클링 와인을 한 병 마셨다. 어제 술을 안 마셔서 그런지 더 달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