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의 우승에 즈음하여 (feat. 청룡 MBC)

내가 야구팬이냐면 그건 아니다.

그런데 LG 트윈스라면 이야기는 다르다.
– 그렇다고 내가 LG 트윈스 경기에 가봤냐면 그건 또 아니다.

내 첫 책 “육림공원 원숭이”에서 나는 기억에서 사라질까 두려운 아름다운유년 시절을 기록했다. 거기에 미처 담지 못한 이야기가 있는데 바로 야구 이야기다.

내 기억의 원형 중엔 야구장의 기억이 있다.

어느 날 아버지는 나를 야구장에 데려갔다. 강원도 춘천이었으니 아마도 공설운동장 정도였겠지. 아버지는 그렇게 갑자기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 일이 잦았다. 어느 날 아침에는 강가로 돌을 주으러, 또 어느 날엔 깊은 산 속 나무에 옥반지를 끼워놓고는 ‘나중에 꼭 찾으러 오자’하였던 것처럼.

내가 기억하는 것은 선명한 청룡 MBC 야구단의 로고와 야구 잠바다. 아버지가 내게 야구 잠바를 사줬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야구의 규칙도 모른 채 청룡 MBC의 야구 경기를 봤다.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도 경기가 끝나고 나서 맛있는 것을 먹지 않았을까 싶다.

MBC 청룡은 1982년에서 1989년에만 존재했으므로, 나는 초등학생(당시 국민학생) 땅꼬마였음이 분명하다.

박민규의 그 유명한 소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에도 청룡 MBC가 나온다. 한때 김영하와 시대를 풍미했던 소설가 박민규는 요새 뭘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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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의 29년 만의 경사를 축하한다.

그 경사는 내게도 의미있다. 나는 전혀 다른 이유에서 청룡 MBC의 오래 된 팬이고, 다른 추억에 묻어 슬쩍 이 우승의 한 켠에 서 본다.

지금 이 순간도 먼 훗날의 누구에겐 희미하고 애틋한 추억이 되고 있음에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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