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단계마다 내게 맞는 옷이 따로 있다 / 35주차

학창 시절. 중학생이 되면 새 옷이 필요했다. 키가 크고 덩치가 불어나니 예전에 입었던 옷을 입을 수 없었다. 생각도 바뀌었다. 아기공룡 둘리가 그려진 옷은 유치했다. 나이키 같은 어른스러워 보이는 옷이 좋았다. 나만의 ‘기호’가 생긴 것이다. 중학생이 되니 학교에서 정해준 교복을 입어야 했다. 이런 저런 이유로 나는 여러 벌의 새 옷을 장만했다.

인생의 단계마다 내게 맞는 옷이 “따로” 있다

이런 사정은 나만 겪은 게 아니다. 누구나 그렇다.

이런 변환기는 학생만 겪는 게 아니다. 사실 우리는 누구나 인생의 여러 단계에 맞는 옷을 입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 순간 옷이 너무 답답해 찢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생기거나, 내가 아직도 이런, 맞지도 않는 옷을 입고 있다는 사실에 절망감을 느낄 수 있다.

2023년 35주 차다. 사십을 전후로 나는 새 인생을 꿈꾸었다. 그래서 과감하게 도전했다. 내 인생을 꽤 많이 바뀌었고 그 전환점이 바로 퇴사와 독립이었다. 나는 책을 여러 권 내서 작가라는 정체성을 가지게 되었고, 유튜브로 내 이야기를 퍼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업가로써 회사를 세우고 사업을 키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요즘. 나는 이렇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 새로운 옷을 한 번 더 갈아입어야 하는 게 아닌가. 때가 오고 있다.

그 이유는 이렇다.

첫째, 가장 큰 이유다. 사업이 본격적인 성장기로 들어섰다. ‘생존’은 이제 넘었다. 엄청난 안도감이다. 8월 매출 기록이 8천만 원에 가까웠다. 이제 이 매출을 조절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운영하며 이 판매를 소화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인사와 마케팅에 대해 지난 3년 간 테스트했다. 이제 사업에는 새로운 옷이 필요하다. 지난 3년의 시행착오는 큰 교훈이었다. 자, 이제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결정할 때가 왔다.

둘째, 마지막 책을 낸 2020년 가을 이후 새로운 책을 내지 못하고 있다. 대신 이렇게 블로그와 뉴스레터를 쓴다. 사업에 더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쓰기 때문이다. 나는 평생 책을 쓸 각오가 되어 있지만, 지금은 사업에 몰두한다. 지금 입고 있는 사업이라는 옷은 집필과 양립할 수 없다. 이 옷이 맞는 옷인가.

셋째, 유튜브는 성장속도가 매우 느려졌다. 내가 영상을 자주 올리지 못하기 때문이고, 유튜브에서 하는 이야기는 여전히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난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냥 이렇게 반복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옷을 입어야 하는가. 고민이다.

이 세 가지 축을 가장 적합하게 만족시킬 수 있는 옷. 남은 2023년은 이 옷에 대해 찾는 것이 내 숙제가 될 것이다.

35주차 기록

이 모든 것을 응축하는 이번 주의 단어는 “새 옷”이다. 매출의 기록 그리고 내 직관은, 내 인생에서 이제 새로운 옷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번 주는 새로운 매출 신기록의 뿌듯함에 기분이 좋으면서도 앞으로는 어떻게 사업을 운영해야 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했다. 잡생각을 멀리하기 위해 근육통을 즐거워하며 매일 고강도 운동을 했다. 한편 영상도 한 편 올렸는데, 그 방식에서 나만의 작은 실험도 완성했다.

8월 27일 일요일. 강원도에서 올라왔다. 아들의 생일이었다. 돼지갈비에 직접 키운 바질을 넣어 먹었고, 아이스크림을 배달해 먹었다. 뉴스레터를 썼다.

8월 28일 월요일. 새로운 인턴 채용 공고를 올렸다. 인스타그램으로 광고를 돌렸는데 70명이 포스팅을 저장했다. 어떤 인연을 만나게 될지 기대된다. 고강도 운동을 1시간 했다. “인턴 채용 공고”로 쓰기를 대신했다.

8월 29일 화요일. 지난 주 있었던 북토크 행사에 대한 후기를 썼다. 회사 동료들이 자리를 비워 혼자 근무했다. 세컨 카를 운동시키려고 청계산 입구에 드라이브를 다녀왔다. 글을 썼다. (“내가 원하는 것은 돈이 아니다“).

8월 30일 수요일. 퍼스널트레이닝을 받았다. 동료 한 명이 퇴사하는 관계로 구멍난 업무를 대신 처리하느라 바쁜 하루였다. 오랜만에 실무 디자인을 해보니 손이 느렸지만 감이 살아났다. 아들이 줄넘기 1급을 통과해 상으로 아이스크림을 배달해 먹었다. 나는 연어 회에 스파클링 와인 한 병을 마셨다.

8월 31일 목요일. 고강도 운동을 1시간 했다. 구멍난 업무를 하느라 정신이 없는 하루였다. 출근한 동료 두 명과 점심을 먹으며 인생에 대해 이야기했다. 동료 두 명의 퇴사로 4대보험 상실 신고를 했다.

9월 1일 금요일. 강원도에 갔다. 오리고기를 구워 와인을 마셨다. 이제 겨울 냄새가 난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영상을 한 편 기획했다. (“늦기 전에 인생의 겨울을 준비하라”)

9월 2일 토요일.

영상을 찍고 실험을 했다. 컴퓨터에서 Final Cut Pro로 작업하는 대신, iPad로 iMovie로 작업했다. Magic Movie라는 기능인데, 자동으로 영상을 만들어준다. 물론 기대이하다. 이 작업물을 Project로 변환해서 컴퓨터로 옮기면 Final Cut Pro로 작업할 수 있다. 영상 컷을 다시 선별해야 했지만 작업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었고, 내가 사용하지 않았던 룩앤필의 영상이 탄생했다. 음악을 중심이 되니 영상이 더 타이트한 맛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유튜버 Casey Neistat의 조언이 이제야 이해되었다. 이런 실험을 즐길 수 있는 내 모험심과 여유 시간에 감사한다.

오일장에 가서 짜장면을 먹었다. 자전거를 타고 시골길을 마음껏 달렸다. 산책도 많이 했다. 메밀꽃이 환상처럼 피어있다. 조금 더 순수한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인생의 단계마다 내게 맞는 옷이 따로 있다 / 35주차”의 1개의 댓글

  1. 꾸준히 글 쓰시는게 정말 어려울 것 같은데, 대단하십니다!!!
    최근에 막 블로그 시작한 블린이로써는 보고 배울점이 많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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