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써야 하는가

아주 중요한 결정을 하기 전에 내가 하는 습관이 있다.

그 결정에 대해 내가 고민한 글을 읽어보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좋은 점이 있다.

그때마다 바뀌는 감정에 치우지지 않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 진짜 고민을 했다면 나는 이렇게 글을 썼을 것이다.

한번은 찬성하는 쪽으로, 다른 한번은 반대하는 쪽으로.

이 생각을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큰 조언이 된다. 이미 지나간 내 생각을 읽을 때 제 3자의 시각을 탑재하게 되는 경험은, 조금이라도 일기를 써본 사람은 이해할 것이다.

물론 이 결정은 틀릴 수 있다. 다만 내 안에서 끄집어낸 “최대한의 합리성”임이므로 후회할 일은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써야만 한다. 생의 가장 중요한 순간을 지나면서도 아무것도 기록하지 않는 사람을 보면 나도 모르게 자꾸만 잔소리를 하는 이유다. 기록하지 않은 고민은 휘발된다.

이렇게 생각한 사람 중엔 미국의 가장 존경받는 위인인 벤자민 프랭클린도 있다.

그는 중대한 판단을 하기 전에, 왼쪽에는 이 주장에 찬성하는 의견으로 빙의해 근거를 적고 오른쪽에는 반대하는 이유를 썼다고 한다. 그리고 그 종이를 서랍에 넣어 묵혔다. 흥분된 마음이 가라앉을 때쯤 종이를 꺼내 다시 읽는다. 그리고 나서 비로소 판단했다.

단순히 감정을 적는 것보다는 생각과 주장을 적으면 더 좋다. “이렇게 해봐야겠다”는 call to action을 기록하면 더 좋다. 나중에 읽어보면 그 결심들은 대부분 허무맹랑한 것들임이 밝혀지기 때문이다. 그런 기록들이 모이면 나만의 빅데이터가 된다. 그리고 결국 이런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 이 행동을 미래의 내가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비록 미천하지만 나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지금 당장 편하게 가는 것보다 원칙을 지키면 미래의 내게 칭찬받는다는 것을. 지금 당장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 것보다 옳다고 여기는 것을 부여잡고 있을 때에 미래의 독자가 신뢰한다는 것을. 지금 당장 시류에 편승하는 것보다 믿는 것을 한 걸음씩 걸어갈 때에 후대의 평가가 더 은근하고 진실하다는 것을.

미래의 내가 이 글을 칭찬하길 바라며.

2023.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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