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째 야근하며 든 생각

2024년 2월에 쓴 글.

열흘째 야근을 하고 있다. 오늘은 밤 10시까지 일했다. 사실은 열흘이 더 된 것 같다. 3주째 강원도 별장에 가지 못했다.

여기서 야근이란 내가 경영하고 있는 법인에서의 이야기다.

내 시간의 90%를 법인에 쏟아 붓고 있다. 당연히 정상적이지 않다. 내가 가진 3개의 정체성 중에 하나에만 몰두하다 보니, 나머지 정체성인 크리에이터로써, 자연인으로써 삶에 지장을 준다.

  • 2년 넘게 매주 써온 뉴스레터를 2주 걸렀다
  • 주 4일 하던 피트니스를 일주일에 한 번 겨우 한다
  • 매주 1-2개씩 올리던 유튜브 영상을 보름 넘게 못 올리고 있다
  • 매주 3-4편씩 쓰던 글을 일주일에 한 편 찔끔 쓴다 (너무 마음에 걸려서 버스에서 시간이 날 때마다 쓴 글이다)
  • 틈틈이 읽던 책을 전혀 못 읽었다
  • 나 스스로와 대화하는 시간을 거의 갖지 못했다

그 이유는 이렇다. 법인에 내 시간을 쏟는 이유는 순전히 법인 내부에서 기인한다.

  • 법인이 이사했다. 공용 오피스의 5인실과 3인실 2개를 빌려 썼는데, 운좋게 내가 눈독 들이던 사무실을 계약했다. 이 사무실은 우리 법인만의 공간이다. 더 넓고 더 쾌적하고 더 독립적이다. 처음 계약 문의를 한 지 1주일 만에 이사를 완료했다. 사소한 계약 문서부터, 짐 들고 옮기기, 비품 사기까지 없던 살림을 새로 마련하느라 정신을 쏟아 부었다. 돈도 많이 썼다. 내 손으로 하나하나 정비하고 청소하고 보수했다.
  • 영업 문의가 늘었다. 영업 문의는 매출로 직결되므로 기업에서 가장 신경써야 할 부분 중 하나다. 그리고 회사의 영업과 마케팅은 경영자인 내가 총괄하고 있다. 아직 위임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 왜 영업 문의가 늘었냐면, 광고 효과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구글과 컨설팅하면서 우리만의 빅데이터를 기반한 잠재 고객 발굴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즉 구매가 예상되는 고객을 구글이 알아서 찾아서 우리 광고를 노출해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난 2년간 광고를 진행하면서 내가 의도했던 것이 이제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
    • 또 왜 영업 문의가 늘었냐면, 초도 인입했을 때 응대 방식이 매우 효과적으로 진화해서 쓸데 없는 문의는 대충 거르고 진짜 의미 있는 문의엔 시간을 투자하는 내부 시스템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즉 ‘조금만 노력하면’ 바로 계약으로 이어지는 건에 대해 시간과 에너지를 조금 더 투자할 수 있게 되었다.
  • 법인 인력 구조가 흔들렸다. 이로 인해 내가 모세혈관처럼 회사 일에 더 구석구석 신경써야 할 일이 생겼다.
  • 추가 채용을 위해 색다른 시도에 도전했다. 유명 채용 사이트에 공고를 내고 광고를 통해 노출했다. 하루 만에 3명의 지원자가 생겼다. 이제 개인적인 인맥으로 마음이 맞는 사람을 찾기보다는, 더 전문성 있는 스킬이 중요한 시점이다.
  • 신제품 런칭을 더이상 늦출 수 없다. 구글과 협력해서 광고도 더 제대로 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디자이너와 함께 첫 시스템 구축을 위한 사이트, 배너, 광고 소재 등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구글과의 화상 미팅이었고, “3월부터 시작할 거에요”라고 공표함으로써 스스로 발등에 불을 붙인 셈이다.)

그래서 내 기분은 어떠한가?

  • 기업에서 늘 ‘이건 아닌데’라면서 하기 싫은 일임에도 ‘잘했다.’ 집에 가는 길이면 허탈함에 술을 한 잔 걸쳐야만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날들을 뒤돌아 보면 늘 방황하고 안쓰러워 보이는 한 젊은이가 떠오른다. 그게 나다.
  • 야근을 하고 내 생활에 지장이 있음에도 나는 ‘정신없다’보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밌다’는 감정을 스스로 발견한다.
  • 그때는 뭔가 열심히 하는 것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느껴졌다.
  • 지금은 내가 하는 일이 ‘독에 물을 채우는 작업’으로 느껴진다. 그리고 실제로 독에 물이 점점 차오르고 있다. 법인의 인지도는 소비자들로부터 입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매출은 평균 3개월, 평균 6개월 단위로 보자면 계속 신기록을 기록하고 있다. 사무실도 더 좋은 것으로 이전하고 신제품에 대한 기대도 있다. 한마디로 미래가 긍정적이다.

이것이 열흘째 야근을 하며 든 생각이다.

법인이 스스로 시스템을 갖추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경영자로서 내 몫이다. 그러나 마작가로서 글을 쓰고 영상을 만들어 독자들과 소통하는 일은 언제나 ‘돌아가고 싶은 곳’이다.

사업가로 제몫을 서둘러 완수하고, 다시 글과 영상을 찍는 시간을 갖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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