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징적인 날이란 생각이 문득 들어 하루 기록을 남긴다.
오전에 커피를 내리고 회사 웹사이트에 신규 서비스를 추가했다.
잠시 후 아들놈이 졸라 동네 소운동장에서 캐치볼을 했다. 아들에게 검지와 중지로 공을 감싸보라고 가르쳐줬다. 훗날 이 녀석이 그 순간을 기억하길 바라면서. 이제 제법 멀리서도 공을 정확하게 보낸다.
돌아와서 신규 계약을 몇 건 마무리했다. 내일은 급여와 작가들 인세가 나가는 날이라 예약된 이체를 다시 확인했다. 매월 약 150명에게 2000만 원이 넘는 돈을 이체하고 세무사에 신고 업무를 체크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중간에 아들 녀석이 자꾸 기웃거린다. 나는 녀석을 데리고 나가 짜장라면을 사와 점심을 떼웠다.

이른 오후엔 조던 피터슨에 대해 자료를 마무리하고 글을 썼다. 며칠 간 탐구했던 소재다. 배울 점이 많다. 나도 저런 인생을 살 수 있을까 생각했다.
허리가 아파 걸을 겸 장을 봐왔다. 이번 주엔 강원도에 가지 않았다. 딸내미는 사춘기로 접어든다. 또래들과 어울리는 걸 더 좋아한다. 마음은 먹었지만 슬프다. 장봐온 훈제연어와 통밀빵으로 샌드위치를 해먹었다.

저녁엔 유튜브 영상을 찍었다. 미리 준비해놓은 아이디어 목록 중 하나를 골라 스크립트를 쓰고, 너저분한 방이 보이지 않도록 그린월 앞에서 촬영을 했다. 편집에 시간이 걸릴 것 같아 내일로 미룬다. 하지만 하루 한 개 영상 올리기라는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해, 라이브했던 내용 중 참신한 부분을 편집해 쇼츠를 업로드했다.
이쯤 되면 정신이 혼미해진다.
스트레칭을 하며 가족끼리 잡담을 나눈다. 양치를 하고. 잠든 아이를 보며 도파민이 내 몸 구석구석으로 퍼지는 것을 느낀다. 몸이 고되다. 많은 것을 했지만 하루 아침에 바뀐 것은 없다. 나는 희망도 절망도 없이 계속 쓰고, 고치고, 조이고, 닦는다. 고된 하루여서 또 이렇게 쓴다. 이런 날들이 모여 내 인생이 된다는 것이 새삼스럽다.
오늘은 좋은 꿈을 꿀 것 같다.
2023. 6.




예전에 글 작성을 위해 어떤 분을 인터뷰한 적이 있었고 그 생의 이야기를 제가 편집한적이 있어요. 좋았던 싫었던 기뻤던 슬펐던 화가났던…. 다채로운 그 순간들을 정리해나가면서 한 인간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어요. 인생은 자신의 내러티브를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재구성하며 자신만의 고유한 언어로 나아가는, 개성화의 실현 그 자체인 것 같다고 생각해봅니다. 작가님도 그러시겠지요? ^^ 저도 놓았던 쓰기의 작업을 다시 시작할 용기 얻어 갑니다.
맞아요. 이야기 자체는 통일성이 없지만, 그걸 자신의 렌즈와 프레임으로 풀면 내러티브가 되고 그게 곧 삶의 의미로 풀린다고 믿습니다. 쓰기의 작업을 무조건 응원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