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의 글쓰기

지나고 나서 보니, 불행했던 시기는 늘 돈 생각을 많이 하던 때다. 밤마다 셈을 했고, 그럴수록 허탈하고 초조했다. 수십 년을 모아도 숫자의 끝은 초라했기 때문이다.

또 있다.

당시엔 하루하루가 힘들었지만, 지나고 보니 성장 중이었던 시기도 있다. 매일을, 생각을, 기록을 글로 남겼던 때다. 힘이 빠지고 짜증나던 순간도 글로 쓰고 나면 별 것 아닌 일처럼 느껴졌다. 사실은 반대로 생각되었다. 할 만하네. 다음엔 더 잘 할 수 있겠네. 내 꿈을 위해서 이렇게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야겠네.

글은 곧장 내 무의식으로 향했다. 지금까지 내가 아주 작은 것이라도 성취했다면, 그건 기록의 꾸준함과 치열함 덕이다.

생각을, 감정을, 배움을 기록하지 않으면 일주일 전에 내가 무얼 했는지도 모른다. 그 순간은 압축되고 휘발된다. 그런 시간은 쌓이는 게 아니라 흘러가 버린다. 밀도가 낮아서 형상을 빚기 어렵다. 아무리 반죽을 해도 흘러내리고 만다.

글을 쓰면 순간순간을 산다. 그래서 더 열심히 산다. 내 인생에서 어떤 순간을 살고 있는지, 글이라는 플랫폼 안에서 여러 개의 내가 만난다. 그리고 서로가 보폭을 맞춘다. 네가 누구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각각의 정체성이 서로를 당겨주고 밀어준다.

글을 쓰면 방향을 잃는 것이 오히려 더 어렵다.

요새 묘한 생각이 들었다.
– 뭔가 할일을 하지 않은 느낌인 거다. 어디로 가야할지 잘 모르겠는 거다.

알고 보니 나는 쓰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쓰고, 글을 써온 나는 그렇지 않은 나한테 생존을 위해 다시 글을 쓰라고 조언하고 있다.

마작가의 생존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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