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이 글은 내 리더십에 대한 기록이다.

리더십은 공동의 목표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지도하고, 영감을 주고, 영향을 줄 수 있는 능력이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도 살아오면서 여러 번 리더를 역할을 수행했다.

초등학교 때엔 반장 역할을 했다.

대학교에 올라가서는 우리 과의 초대 과대표였다. 나는 꽤나 외향적이었던 것 같다. MT를 주선하고 미팅도 주선했으며 각종 술자리를 휘젓고 다녔다.

연극반에서는 회장을 물려 받았다. 과대표보다는 더 복잡한 일도 많았다. 대학연극제에서 상도 받았다. 졸업한 선배들과 연결고리 역할도 도맡았다. 그중엔 지금은 유명해진 영화감독이나 배우도 있다.

군대를 장교로 갔다. 교육기관에서 얼마나 리더십이란 말을 들었는지 귀에서 피가 날 지경이었다. 실제 군대를 갔더니 내 밑에 스물 여덟 명이 배치되었고, 나중에는 소초장으로 약 마흔 명을 데리고 뚝 떨어진 철책에서 생활했다.

첫 직장에서 나는 한 지역의 매출을 담당하는 영업사원이었는데 나보다 스무 살 많은 여사님들 열 분과 할인점에 파견된 도우미 스무 명을 관리했다.

마지막 직장에서 나는 광고선전비 연 70억, 17명의 다국적 팀을 리드했다. 회사에서는 리더십 교육이라면서 값비싼 해외 연수와 교육을 시켜줬다.

이쯤 되면 나는 리더십의 구루가 되어 있어야 할 것만 같다.

나는 아직도 리더십을 잘 모르겠다.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리더십은 ‘리드할 필요가 없는 사람을 찾아내 손을 잡는 것이다.‘ 어디서 그렇게 들었는데 내 마음에서 한참 머물러 있다. 그렇게 되면 리더십이란 말도, 리더십이란 이름 아래 행해지는 합리적 가스라이팅이나 잔기술도 필요 없는 상태가 되리라. 만약 리드-당하지 않으면 스스로를 리드할 수 없는 사람과 손을 잡는다면, 그때부터 조직은 엔트로피와의 전쟁이 될 것이다. 엔트로피의 끝은 무엇인가.

누군가가 관리하고 솎아내지 않으면 나태하고 무질서하며 무기력함이 조직을 지배한다.

만약 내 업무가 그 분위기를 타파하는 값비싼 용병이라면, 나는 리더십이란 이름으로 마키아벨리식 채찍과 아주 적은 당근을 준비할 것이다. 그 채찍에는 비전, 영감, 커뮤니케이션, 위임, 도덕성, 의사결정의 효율성 같은 그럴 듯한 이름들을 붙을 것이다.

그런 용병이 되기 싫어 직장인임을 과감히 포기하고, 그 폐악에서 자유로워지라고 유튜브에서 외치고 있건만…

지금 와서 돌아보면 나는 리더십이 뭔지 잘 모르겠다. 다만 나는 리더십이 필요하지 않은 세상에서 살고 싶다고 느낄 뿐이다.

서로가 서로를 리드할 필요가 없는 곳. 각자가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을 제대로 찾아가기만 한다면 그런 조직이 가능하지 않을까. 선배로부터 약간의 코칭만 받으면 기꺼이 스스로를 실험할 수 있는 나만의 분야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나는 누가 내게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아도 스스로 의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창작 분야로 제대로 찾아왔다는 것에 감사한다. 손으로 예쁜 가방을 만들어야 하는 곳이라면 나는 누군가의 관리가 없이는 삐뚤어진 바느질 때문에 꽤 관심을 받는 손재주 없는 구성원이 되어 있을 것이다.)

죽기 전에 그런 작은 세상을 발견하길 꿈꿔 본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천직을 찾아 누구에게도 도구로써 관리받지 않는 자유와 존엄을 만끽하길 바란다.

이상주의자 마작가. 2023. 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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