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하루종일 돈에 대해 생각한 적이 있었다. 아마 삼십대 초반이었던 것 같다. 당시에 나는 34평대 아파트를 분양받았고, 당시 내가 썼던 기록에 의하면 상당히 많은 시간을 돈에게 점유당한 게 분명해 보인다.
Share of Mind를 돈에 뺐기면 식견이 좁아진다. 물질에 마음을 두지 말라고 역사의 멘토들이 말하지 않았는가. 돈에 대해 생각할수록 이상하게 패배감이 든다. 이런 식으로라면 평범한 사람은 절대 부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아주 자연스럽게 깨닫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는 2021년에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이 되었다. 그의 자서전을 보면, 일론 머스크는 가장 불행한 시기를 겪고 있었다.
나는 2019년에 약 2억 정도의 연봉을 받았다. 외제차가 두 대였고, 법인카드 접대비로 쓸 수 있었던 평균 저녁 식사 비용은 인당 수십 만원이었다. 비즈니스 항공석을 타고 유럽 여기저기를 날아다녔다. 나는 그 시기에 인생의 가장 허탈한 구간을 지나고 있었다.

돈에 대해 거리를 유지하는 것은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전략이다.
그래서 밤이나 낮이나 부동산 경매 동호회를 쫓아다니고, 코스닥의 숨겨진 상장 비화에 정신이 팔려 있는 사람들을 보면 그 마음이 얼마나 피폐할지 안타깝다. (그들의 단골 구호는 “이렇게 하지 않으면 자산의 열차에 올라탈 수 없다. 더 늦기 전에…”다.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부자 중 그렇게 부를 축적한 그 누구도 나는 알지 못한다.)
여유 자금이 있다면 레버리지해서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맞다. 그러나 그 여유자금은 어디서 만들 것인가?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잘해서 그걸로 돈을 버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정직한 돈벌이 철학이라고 믿게 되었다. 그러다 보면 돈이 모이기 시작할 때가 오고, 그러다 보면 또 투자도 하게 된다.
처음부터 돈먹고 돈먹기 식의 생각으로는 패배감 그리고 그것을 상쇄하기 위한 반칙에 빠지기 쉽고, 그렇게 흘러간 인생은 반드시 복수의 칼을 등에 꼽는다. 그런데 돈만 생각해서는 이런 생각을 미처 할 통찰력이 없으므로, 칼을 맞고서야 참회의 눈물을 흘리는 것이 인생이더라.
“인생에서 내가 진짜 좋아하는 일”, “인생의 할일”을 찾는 것에 내가 천착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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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최근 돈 생각에 빠져들면서 다시 한번 불행과 패배감의 악취를 맡았기 때문이다. (‘법인 임대료가 150만 원이 넘는데, 차라리 부동산을 매입하는 것이 낫지 않는가’라는 주제도 그중 하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