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열망했지만, 허비했던 그것 – 2023년 28주차 기록

“Time is what we want most, but what we use worst.”

William Penn (펜실베이아를 개척해 평등 사회를 꿈꿨던 영국의 퀘이커 종교지도자)

한 주를 되돌아 곱씹어 봤다. 스마트폰에서 내가 찍은 사진을 보지 않고서는 그날을 추적하기 어렵다. 사진이 없는 날은 아이들의 생생한 기억에 도움을 받았다. 이렇게 시간을 멈추고 잠시 되돌아 보는 시간이 없다면, 그냥 그렇게 스쳐가는 날은 또 얼마나 많을 것인가. 사소한 순간들이 의미로 엮이지 않는다면 내가 살아온 것들은 스스로를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결국 우리가 열망하는 것은 시간이다. 그런데 주어신 시간을 우리는 얼마나 허투루 흘려 보내고 있는가. 펜실베니아를 종교와 인종, 성별의 자유가 보장된 공동체로 만들려 했던 윌리엄 펜의 말이다. 그 원대한 꿈을 실현하기에 그에게 허락된 삶은 아주 짧았다.

하물며 우리의 꿈은 그보다도 보잘 것 없을 텐데.


지난 한 주는 꽤나 생산성이 좋았다. 매일 내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그날그날 헤치워야 할 근시안적인 것들에 매몰되지 않고, 내가 스스로 다짐한 3가지 “내 인생의 할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큰 일을 이룬 것이 없이 이렇게 한 주가 흘러갔다. 이런 시간이 모이면 1년이 되고, 쏜살 같이 10년이 되고, 그렇게 인생이 된다.

이렇게 글을 쓰면서 내 마음을 챙기고, 이 시간을 다시 한번 의식하게 될 수 있어서 감사하다.


28주차

매일 글을 썼다.

일요일에 “디지털 디톡스와 나만의 안식일”을 썼다. 첫 안식일을 보낸 후기나 다름 없다. 월요일에 나가는 짤막한 뉴스레터를 썼고 이어령 선생 대담집인 <메멘토 모리>를 읽었다. 잘 만들어진 책은 아니다. 책을 만드는 사람으로써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다.

월요일에는 “당신은 전문가입니까”를 썼다. 서로가 전문가라고 우기고, 또 그래야 한다고 가르친다. 그런데 전문가는 커녕 기초적인 지식도 모르는 사람이 스스로를 전문가라고 내세우는 것을 보고 나서 쓴 글이다.

딸이 초등학교 전교회장에 출마했고, 선거운동을 시작한 날이다. 딸이 나보다 더 나은 삶, 더 지평이 넓은 삶을 살기 원한다.

화요일에는 “나의 3대 운동”을 썼다. 인생에서 할 일이 많을 필요가 없다. 피트니스 트레이닝을 위해 3대 운동이 있는 것처럼, 누구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3가지 할 일이 있다는 글이었다. 더불에 나의 3가지 인생 할 일에 대해서 나누었다.

수요일에는 매거진용 인터뷰 “10문 10답”을 썼다. 직장과 퇴사의 의미에 대해 썼다. 내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저녁에는 아들의 자는 모습을 보며 “영원”이라는 짧은 시를 기록으로 남겼다.

피트니스에서 퍼스널 트레이닝을 했고, ‘스포츠를 통해 인생을 배운다’라는 글을 써야겠다고 또 생각했다. 이 생각을 한 달 넘게 하고 있다.

목요일에는 “지하철에서 옷가방을 잃어버리고”라는 글을 썼다.

내가 겪었던 경험을 기록한 글이다. 매거진 촬영을 위해 억수 같은 비를 뚫고 서울에 갔고, 의미있는 경험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옷가방을 잃어버렸다. 온몸이 녹초가 되었다. 몇몇 동료에게 맥주를 권했지만 다들 시간이 허락하지 않아 집에 와서 혼자 치킨에 맥주로 스스로를 달랬다.

금요일에는 “디톡스 그 이상, 주말에 제대로 휴식하는 7가지 방법”에 대해 썼다.

딸의 선거가 끝났다. 개표까지 끝났지만 결과는 월요일에 알려준다고 한다. 작년에 학부모회 임원으로 활동하면서 학교 행정과 공무원에 대한 내 불신은 되돌릴 수 없을 만큼 공고해졌다. 선거 과정의 불공정과 불투명, 그리고 이를 처리하는 담당 선생의 부주의함을 또 한번 겪었다. 이 담당자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 또는 잘 할 수 있는 일’ 대신 사회적으로 안전한 길을 택한 것이 분명하다. 나는 모든 사람이 자신에게 맞는 옷을 찾아 입음으로써 스스로에게 더 의미있고 남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았으면 한다.

토요일에는 글을 쓰지 않았다. 안식일이기 때문이다. 산 초입까지 5km를 산책했다. 글을 썼고, 더 오래 쓰기 위한 개선 노력으로 블로그 시스템을 정비했다. Astra, Neve라는 Theme 서비스를 공부했다. 세상에, 나는 이제 웹사이트나 블로그를 만드는 일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지경에 이르렀다. 저녁에는 <메멘토 모리>를 마저 읽었다. 짧지만 오랜만에 기도를 했다.

‘일하는 80대가 온다’는 글을 음미하며 읽었다. 자기만족을 위해 자발적으로 ‘일하는 은퇴’를 택하는 80대가 늘어나고 있다. 동료애, 협업, 소속감이 주는 즐거움을 찾기 위해서다. 노후에 이런 삶의 의미가 제공되지 못하면 오히려 은퇴 후에 쇠약해진다. 일을 통해 인간은 정신적으로 깨어있다. 그러므로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좋아하는 일, 내게 의미 있는 일을 찾는 노력은 평생 계속 되어야 한다. 그것이 내가 말하고 싶은 점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댓글로 소통해요

맨위로 스크롤

I Love MaLife 마작가의 다이어리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