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시 사업을 시작한다면,
- 컴퓨터는 무조건 중고로 산다. 나와 직원용 마찬가지. 맥북은 5년이 된 중고도 쾌적하다. 내가 애용하는 곳은 디테크. 중고 맥북을 5대 넘게 샀는데 모두 만족스러웠다. 가격은 신품의 20% 수준. 5년된 메모리 16기가짜리 맥북 프로 13인치가 50만 원도 안 한다. 왠만한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과 디자인 프로그램도 다 돌아갈 정도다.
- 사무실은 공유 오피스로 한다. 장기 계약은 다른 말로 하면 꽁꽁 묶인 신세가 된다. 언제든지 방을 옮길 수 있고, 각종 요금에서도 자유로운 공유 오피스가 역시 좋다. 나는 1인실에서 시작해, 3인실, 그리고 5인실로 옮겼고, 지금은 5인실과 3인실을 각각 1개씩 쓰고 있다.
- 동료는 먼저 일해보고 시간이 흐르면서 검증한다. 덜컥 정규직을 채용하는 것은 스타트업에 너무 위험한데, 그 이유는 스타트업이 매우 인력-의존적이기 때문이다. 훌륭한 동료도 시간이 흐르면서 빛이 나고, 반대인 동료도 시간이 흐르면 드러난다. 그 시간을 견뎌낸 동료라면 회사의 보배나 다름 없다.
- 물관리. 회사에 적대적이고 인성, 일에 대한 태도가 기대 이하라고 판단되면 신속하게 내보내는 게 서로 좋다. 사람 좋은 척하려고 뭉개면 안 된다. 회사 문화를 나태하게 만들고 업무의 하향평준화를 만들 수 있다. 사업을 잘하려면 나쁜 역할도 잘 해야 한다. 내가 잘 못한 부분이다.

- 직원, 동료들이 ‘알아서 잘 하는 건’ 없다. 코칭하고 지원하고 체크해야 한다. 특히 처음에는 세심하게 관심을 갖고 알려줘야 한다. 그게 관리자의 몫이다. 나는 처음에 그러지 못했다. (물론 알아서 잘하는 A급 직원도 있다.) 이미 갖춰진 기업에서 하는 대로 따라하면 안 된다. 실수에서 배웠다.
- 질보다는 스피드. 하나를 제대로 하려고 6개월을 준비하면 스타트업은 이미 없어진 후다. 완성도가 조금 낮더라도 핵심만 갖췄다면 일단 바로 상업화해서 시장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돈을 만들어야 한다. 현금흐름을 최대한 빨리 만들어내는 것이 사업 초기의 핵심이다. (이 말은 일론 머스크가 조카들에게 몰래 멘토링했던 사업 팁이기도 하다.) 그 다음에 현금흐름이 생기면 질에 신경쓰기 시작하면 된다. 우리는 그럴 듯한 외형보단 생존과 현금흐름 창출이 지상 목표다.1
- 대출을 최대한 확보한다. 신용보증보험 같은 곳의 문을 최대한 빨리 두드리고 초저금리 대출을 확보할 것이다. 이 돈으로 뭔가를 투자할 수도 있지만, 현금흐름에 숨구멍을 주기 위해서다. 사업 안 해보면 잘 모르겠지만, 수금되기 전에 급여와 지출이 많으면 회사 존립 자체가 위태롭다. 나는 초기에 인맥과 정보를 활용해 5천만 원 대출을 받았는데, 이게 아니었으면 어땠을까 싶을 정도로 아찔하다.
- 법인카드는 실제 혜택이 있는 것 1가지로 몰아서 사용한다 – 스카이패스, 주유 등. 법인카드 비용이 수천 만원을 넘어가니 이런 혜택에 제법 스케일이 붙는다. 그러나 만약을 대비해 법인카드는 2개는 있어야 한다.
- 외주하면 좋은 것과 절대 외주하면 안 되는 것을 구분한다. 그리고 외주 거래처를 찾기 위해 계속 시도해야 한다. (대부분 외주 거래처의 실력은 형편 없다. 특히 크몽을 통한 Creative 작업 외주는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시행착오를 거쳐 신뢰할 만한 외주 거래처를 찾았다면, 우리 역시 신뢰와 “물량”으로 보답하며 서로 관계를 쌓아가면 좋다. 외주 거래처도 돈이 돼야 우리를 신뢰하니까.
- CS에서 오는 에너지 소모를 줄이기 위해, 잘 만들어진 고객용 FAQ를 준비한다. 그리고 미리미리 공유한다. 소비자들이 물어보는 것, 불만을 갖는 것, 만족하는 것은 정해져 있다. 하나하나가 빅데이터다. 이게 모일 때마다 FAQ로 만들면 하는 일이 확 준다.
-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은 10원이라도 기록한다. 나중에 취합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 브랜딩은 그럴 듯한 유행보다는 “신뢰 구축”를 1순위로 한다. 그래서 ‘소비자만족도1위’ 수상 같은 투자 그리고 언론 보도에 대한 투자부터 할 것이다.
2편은 또 틈틈이…
- 브랜드 로고와 브랜디드 콘텐츠는 빛 좋은 개살구다. 심지어 브랜드 책임자였을 때에도 그런 생각했다. 판매에 도움을 주지 않는 콘텐츠는 시도조차 하지 말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