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고강도 운동을 사랑하는가 (괴로움의 특효약, 정신줄 잡기 조력자)

나와 고강도 운동

나는 고강도 운동을 사랑한다. 원래부터 그랬나? 그렇지 않다. 내가 고강도 운동을 좋아하게 된 것은 독자적으로 살아보고자 결심한 때부터다.

#1 괴로움에 특효약

고강도 운동은 괴로움에 특효다. ‘고강도’를 충족하려면 그 순간만큼은 내가 가진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어야 한다. 그래야 겨우 된다. 그래서 고강도다.

고강도 운동을 하는 동안 괴로움이 설 자리가 없다. 가장 힘든 건 ‘지금 이 순간’이다.

지금 이 순간에 머무르라는 가르침이 귀에 익숙하지 않은가. 그렇다. 지금 이 순간에 호흡과 생각을 집중하는 것이 명상의 기초이며, 고통에서 벗어나 자유로 걸어간 선지자들의 가장 근본적인 수련 방법이었다.

고강도 운동은 화학적으로 그 즉시 다른 괴로움을 없애준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우리를 이 순간에 머물게 하며 마음챙김을 가져다 준다. 상상의 나래 속에서 나 자신을 악마 앞으로 데려가는 대신, 고강도 운동을 하며 헉헉대는 순간 마주하는 것은 누구인가. 이 순간을 이겨내기 위한 오직 나 자신을 대면할 뿐이다.

이번 주는 내게 고난의 한 주였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고강도로 내 몸을 혹사시켰다. 그리고 이 만한 약은 없다는 것을 다시 깨닫고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180kg

#2 내 정신줄 부여잡기의 조력자

나와 가치관이 맞지 않는 랜덤의 회사에 내 인생을 의탁하고 나머지 것들에 대한 통제권을 스스로 놔주기 시작하는 순간, 인생은 얼마나 초라해지는가!

반면 빼앗긴 통제권을 다시 찾아오기로 결심하는 순간, 인생은 그때부터 정신줄 잡기와의 싸움이다.

조급함 처방전

빨리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 하는데
빨리 그 일로 나만의 사업을 해야 하는데
빨리 그 사업으로 돈을 벌기 시작해야 하는데
빨리 돈을 벌어서 집도 사고 꿈도 이뤄야 하는데

이런 조급함이 성공의 가장 큰 적이다. 이런 조급함에 휘둘리지 않도록 내 정신 상태를 올곧게 하는 것이야 말로 철학과 인문학이 꼭 필요한 이유다.

고강도 운동은 내 조급함에 대한 처방약이요 철학적 조력자다.

고강도 운동의 목적은 한 마디로 근육과 신경을 성장시키는 것이다. 극한 상황에서도 끄떡없는 몸으로 만드는 것이다.

고강도 운동을 몇 번이라도 제대로 해 본 사람은, 이런 얄팍한 생각을 하지 않으리라.

빨리 근육이 성장해야 하는데
빨리 그 근육으로 기초대사량을 높여야 하는데
빨리 기초대사량이 높아져야 많이 먹어도 살이 빠지는데
빨리 살이 빠져야 근육이 더 도드라져 보이는데
빨리 근육이 도드라져 보여 보일 텐데
빨리 몸이 튼튼해져야 철인삼종도 나갈 텐데
빨리 근육이 생겨야 허리 통증 없이 오래 일할 수 있을 텐데

근육이 제대로 자리를 잡고 제대로 ‘성과’를 내려면 한두 달로는 어림도 없다.

그런데 그보다 더한 “내 삶의 통제권”을 가져 오는 일은 얼마나 더 큰 인내를 필요로 할 것인가.

얼마나 많은 “필수적 고통”을 자발적으로 만들어야 하는가!

나는 조급한 생각이 들 때마다 같은 빌딩에 있는 피트니스로 올라간다. 그리고 역기를 들고, 턱걸이를 하고, 다리를 찢는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한다.

몸으로 하는 것도 이렇게 더디다. 내 인생의 성과는 이보다 더 큰 고통을 감내해야 할 것이다. 고통을 인내하고 조금씩 더 ‘견딜 수 있는’ 나를 보는 것은, 얼마나 큰 기쁨인가.

고통에 대한 로고테라피

뺏긴 내 통제권, 아니 내가 사실은 다른 사람에게 줘버린 그 주도권을 가져오는 일은 어렵다. 조급함도 그렇지만, 괴로움이 크다.

내가 주도해서 경제적 독립을 이루려면 크게 이런 방법이 있다.

크리에이터, 프리랜서, 자영업자, 기업가. (관련 글 “월급 외 수익 파이프라인 3가지”)

월급 외 수익 3가지 방법

그리고 이것들의 굉장한 공통점이 있는데, 시작해서 밥값을 하기까지 엄청난 시행착오를 겪는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시스템에 올라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회사에서는 남들이 해주던 것을 0부터 직접 해야 한다. 이메일 계정을 만들어주던 전산팀도, 연말정산을 알아서 해주던 회계팀도, 알아서 일감을 물어오던 영업팀도, 때가 되면 신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던 마케팅팀도 없다. 고객의 불만은 직접 상대해야 한다. 계약서의 법률적 검토를 실수했다가 잘못 엮인다면 몇 달은 고생문이 훤하다.

이런 아주 작은 괴로움들이 모이면, 내 인생이 고달프다. 내가 왜 이렇게까지 어려운 길을 가고 있나. 이런 생각을 자주 한다.

아주 자연스러운 생각이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갈린다. 어떤 사람들은 인생을 비관하거나, 남들 탓을 하며 불평 불만의 늪에 빠진다. 그건 올바른 생각도 아닐 뿐더러, 결과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

내 몸에 근육을 0.1 kg 이라도 만들어 본 후 다시 생각해 보라. 작은 근육이라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엄청난 고통이 필요하다. 순간의 고통 그리고 근육통… 고통이 없이는 성장하지 않는다.

내게 하는 말이다

아주 단순하게 말하면 이렇다.

고통은 곧 성장이다. 자발적인 고통은 곧 의미 있는 성장을 뜻한다.

창작가로써 또 기업가로써 괴로움이 적지 않다. 그러나 나는 불평을 하거나 남의 탓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이 고통을 인지하려고 노력한다. 그 고통을 바라본다. 가능하면 성장이 예상되는 고통은 자발적으로 뛰어들기도 한다. (그 고통은 귀찮음, 헌신, 인간관계의 상처에 대한 두려움 등이다.)

그게 잘 되지 않을 때도 있다. 다 버리고 도망가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 날이면 나는 운동을 간다. 어제보다 더 무거운 역기를 들고, 그 고통을 직접 맛본다. 그러면 나는 이 무게가 가져다 줄 성장을 희미하게 느낄 수 있다.

나는 왜 땀을 흘리는가

나는 왜 몸을 혹사시키는가. 왜 강도 높은 운동을 하는가.

그것이 삶을 지금 바로 맛 볼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선생이기 때문이다.

삶은 왜 내게 호의적이지 않은지, 우울한 생각이 드는 날이 있다.

그런 날이면 나는 고강도 운동을 한다.

이번 주엔 그런 날이 많아 매일 역기를 들었다. 지금 내 온 몸은 쑤시고 결리고 욱신거린다. 그러나 그 고통이 나를 더 성장시킬 것이다.

그런 게 인생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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