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0만 원짜리 자유

긴 하루였다.

연휴 내내 한 사람과 싸움이 붙었다. 문자로 논쟁을 하고 이메일로 기싸움을 했다. 결국 나를 방문한다고 한다. 나는 오지 말라고 했다. 새벽에 출발한단다. 잠을 설쳤다. 출근길 버스에서는 정거장을 지나쳤다. 먼길을 다시 돌아왔다.

이 사람은 1890만 원짜리 계약을 한 내 의뢰인이다. 우리 회사의 평균 계약 단가는 400만 원 안팎인데, 몇 배가 되는 큰 계약을 한 셈이다.

이 의뢰인은 컨펌을 뒤집고, 그걸 다시 뒤집고, 또 그걸 다시 뒤집었다.

나도 사회 생활 좀 한 사람이라 그냥 당하지는 않았다. 나는 천성이 순한 사람이지만 사회 생활하면서 전략적으로 또라이가 되는 방법을 배웠다. 그래서 그 기술을 마음껏 발휘했다.

돈을 낸 사람은 자기가 나를 부린다고 생각하지만 칼자루를 쥔 쪽은 나였다.

나는 계약을 해지하고 돈을 환불했다.

이 프로젝트에 끌려다니느라 중요한 시간을 많이 허비했다. 감정적인 소비도 컸다. 게다가 아주 좋지 않은 기억도 떠올랐다.

“남의 일을 억지로 한다”는 생각, 그리고 그러는 동안 내 귀중한 삶을 좀먹고 있다는 생각이었다. 나는 이런 절망감을 ‘방황하는 사람은 특별하다’에서 토로한 적이 있다.

의뢰인은 쩔쩔맸다. 내가 이렇게 나올 줄 몰랐을 거다. 사무실에서 기다릴 테니 제발 마음을 풀라고 말했다. 나는 전략적 또라이 가면을 끝까지 벗지 않았다.

법인 통장 잔고는 갑자기 큰 돈이 줄었다.

그만큼 영업을 또 열심히 해야 할 거다.

그러고 나니 나는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오늘 1890만 원짜리 자유를 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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