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의 영광과 상처들

창작가로써 2024년

작가 노릇

2024년엔 창작자 역할을 잘 못했다. 자랑스러운 창작물을 거의 내놓지 못했다. 그나마 블로그에 34개의 글을 썼다. 1.5주에 하나씩이므로 아예 손을 놓지는 않았다. 주말이면 도심과 일에서 벗어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했다. 강원도 숲속은 내 오랜 리추얼 중 하나다. 2023년에는 151개의 글을 썼다. 반의 반이다. 유튜브에는 24개의 영상을 올렸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내기엔 부족했다.나는 창작과 독서가 전혀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부류이므로, 독서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래도 스무 권 정도를 읽었다. 주로 경영서를 읽었고 사업에 영감을 주기에 충분한 클래식이 대부분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리프팅에 빠졌던 한 해다. 대략 스쿼트는 120kg, 데드리프트 130kg, 벤치프레스 100kg을 들 수 있게 되었다. 10년 넘게 요추신경 질환을 앓고 있는 40대 중반의 사무직 치고는 나쁘지 않은 숫자다. 목표는 조금 더 높았지만, 2번의 연이은 이사로 허리 신경에 무리가 왔다.

아파트

여름에 아파트를 샀다. 이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았고 그걸로 경제도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게 아파트를 산 이유다. 이제 내 인생은 큰 틀에서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다. 이 일로 내 인생을 올인할 것이다. 창작과 창작 사업이다. 오랫동안 아파트를 살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았던 이유는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로 돈을 버는 것은 아주 일시적’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괜찮은 위치에서 돈을 잘 벌었지만 그 본질을 들여다 보면 너무도 불안정했다. 사람들은 ‘사는 게 다 그렇지, 왜 너만 유별 떠냐’고 했다. 나는 내 생각이 아주 현명했다고 믿는다. 계속 아파트 상환금을 내는 사람에게 ‘인생의 전환점을 위한 시도’는 그저 이론에 그칠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보고 있노라면, 그러면서도 자기 인생에 대해 불만을 털어놓는 걸 보면 치가 떨린다. 자기 스스로 노예가 되었으면서도 누군가 자신을 가로막고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창작가로 별 성과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창작에 손을 놓은 건 아니었다. 나는 창작가를 돕는 사업을 발전시키고 있다. 누구나 갖고 있는 고유한 스토리를 콘텐츠로 만들고, 그 콘텐츠를 영향력으로 바꾸는것이 우리 사업의 비전이다. 

사업가로 올 한 해는 꽤 만족스러웠다. 그 만족은 게으른 창작가의 부끄러움을 연료로 하여 탄생하였다. 

사업가로써 2024년

사업가는 무엇으로 성과를 말할까. 매출, 성장율, 시장점유율, 현금흐름, 문화 같은 것들이 떠오른다. 그 어떤 질문을 들이대더라도 올 한 해는 꽤 긍정적이었다. 

최고 매출 = 하이엔드 서비스 + 신제품

2024년은 2021년 법인 설립 이후 최고 연매출을 달성했고, 최고 월매출 기록도 경신했다. 최고 월매출은 약 1억이었다. 매출 내용도 건강했다. 매출 성장을 견인한 것은 크게 두 가지인데, 첫째가 하이엔드 서비스, 둘째가 신제품이다. 

하이엔드 서비스는 기존 고객들의 니즈에서 출발했다.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라도 제대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의 존재를 검증했다. 간이 작은 사람은 절대 책정할 수 있는 높은 가격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나는 간이 큰 편인데, 그렇다고 무모한 행동은 자주 하는 건 아니다. 내가 프리랜서 시절 처음 런칭한 프리미엄 서비스 가격은 60만 원이었고, 지금은 330만 원이 되었다. 시장의 수요를 계속 확인하면서 덧붙이고 보강하며 가격을 올렸다. 하이엔드 서비스의 평균 계약 단가는 1000만 원이 넘는다. 1000만 원이 넘는 돈을 아주 쉽게 계좌 이체하는 고객이 대한민국엔 넘친다. 그렇다고 그들이 아무데나 돈을 펑펑 쓰는 사람들은 아니다. 그들을 설득하고 신뢰하게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그것은 사업의 영역이고 브랜딩의 영역이다. (소셜 미디어 강의 팔이들이 주장하는 ‘스킬’로는 해결될 수 없다.) 

신제품은 ‘누구나 쉽게 자신의 스토리를 콘텐츠로 만들 수 있게 하자’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다. 5월에 런칭했고, 지금까지 매출이 약 5천만 원이다. 신제품/이노베이션이 98%의 확률로 실패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5천만 원은 너무도 값진 수확이다. 게다가 이 매출은 고정비가 거의 없는 패시브 인컴에 가깝다. 내년에는 이 별도 브랜드를 더 키울 생각이다. 우리 법인의 다크 호스라고나 할까. 

2번의 사무실 이사

사무실 이야기도 빠질 수 없다. 사무실이 좁아서 2차례나 이사를 해야 했다. 2020년 독립 후, 1인실에서 작품을 쓰고 강의를 시작했다. 프리랜서를 하다가 직원을 뽑아 3인실로 이사했다. 곧 5인실로 이사했고, 3인실을 추가해서 방 2개를 썼다. 독립 사무실이 필요해서 20평대로 확장한 게 2024년 2월이다. 그리고 8개월 후인 2024년 10월에 40평대 오피스로 이사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내가 원한 건 두 가지였다. 1) 우리 회사만의 DNA가 담긴 인테리어를 원했고 2) 비용은 최소한으로 쓰고 싶었다. 그래서 직접 인테리어를 알아보고 시공했다. 석고보드를 뚫고 전기와 조명을 연결했고, 싱크대를 열어 수도 배관을 연결하고, 파티션을 사다 조립하고, 카페트를 골라 깔고, 드릴로 벽을 뚫고 페인트를 칠했다. 많은 것을 배웠고, 개인적으로도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이제 나는 ‘DIY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머리를 혼자 자르고, 사무실 인테리어를 혼자 하고, 스스로 책을 써서 세상에 둘도 없는 요상한 출판사와 광고 회사까지 차렸다면, 뭐 그렇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사무실이 비좁아진 이유도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매출 증가로 인한 인력 충원이다. In & Out이 있지만 오늘자 우리 법인의 근로자는 12명이다. 이중에 평범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나는 이 사실이 너무도 자랑스럽다. 

지금 우리 법인은 사무실을 2개 쓴다. 이사하기 전 사무실을 독립서점과 소규모 강연장으로 쓴다. 이 공간이 열정적인 언더독 창작자들의 아지트로 발돋움하길 꿈꾼다. 지점 사업자까지 냈지만 실제로 꾸리지는 못했다. 공실인데 월세만 나가고 있어 마음이 편치 않다. 이런 스트레스가 결국 2025년의 성과로 이어지리라 믿는다. 우리는 단순히 돈을 좇는 회사가 아니라, 진짜 무언가 멋진 가치를 만드는 공동체가 되고 싶다. 너도 나도 말은 그렇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말하기보다 실제로 한다. 이 아지트가 하나의 증거다. (물론 투자자가 있다면 이사회 압박을 통해 나를 해임하라고 건의하겠지만) 

그밖에도 좋은 소식이 많다. 2023년에 이어 2024년에도 소비자만족도1위를 수상했다. 좋은 콘텐츠를 많이 배출했다. 좋은 콘텐츠를 발매한다는 것은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일이다. 입소문도 좋았다. 만족도가 높아서 다시 의뢰한 고객들도 2배 이상 증가했고, 대부분 최고가 서비스 계약으로 만족도를 표현했다. 그들이 불러온 다른 고객들도 늘고 있다.

사람

결국 이 모든 것들은 사람으로 빚어진다. 2024년은 좋은 인연을 많이 만났다. 이런 멋진 사람들이 (그리고 일도 잘하는 일잘러가) 우리 법인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라는 것에 감사하다. 우리가 모여 있노라면, 때론 ‘기다려운 완성체’가 된 게 아닌가 착각에 빠진다. 그러나 그것은 늘 느낌뿐이다. 좋은 인연으로 다가와 나쁜 인연이 되기도 하는 것이 인생이다. 또 나쁜 인연인 줄 알았지만 귀한 인연으로 마무리되기도 한다. 지금의 좋은 인연엔 더없이 감사하지만, 떠나보낸 인연들에게도 마음 속으로 감사한다. 

내게 잔소리한다. 모든 인연에 감사하고, 일희일비 하지 마라. 

이렇게 2024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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