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의 미학

내가 자꾸 퇴사에 대해 말하니까, 어떤 분들은 그만 좀 하라고 한다. 처음 듣기엔 좋았는데 자꾸 들으니까 좀 그렇단다.

여러 번 생각을 해봤다.

퇴사를 버리기는 커녕, 나는 다음 책의 키워드를 퇴사로 잡았다. 유튜브에서도 퇴사를 더 집중적으로 다루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 이유는 이렇다.

퇴사는 단순히 취업의 반대말이 아니다. 이직의 한 형태도 아니다. 부적응 인간 유형의 우쭈쭈식 합리화로 퇴사를 말하는 것은 더더욱 앞뒤가 안 맞는다.

퇴사라는 결과만 보면 거기에서 별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다. Boring하다.

그러나 그 원인을 보면 다르다.

왜 퇴사를 하는가. 아니, 퇴사를 해고 싶으면 하지 왜 퇴사를 못해 끙끙대는가?

그 안에는 인생이 들어 있다.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내가 있다. 그러나 그 기대를 따른다고 해서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내가 있다. 자신이 타고난 기질과 천성을 발견하고 그것으로 뭔가를 해보고 싶은 내가 있고, 그러기엔 당장 생계가 걱정되는 내가 있다. 그런 것들이 실타래처럼 얽히고 섥힌 데다가, 반쯤은 포기해서 메주처럼 곰삭아버린 오래된 난제.

그것이 퇴사라는 결과로 나타난다.

퇴사는 인간 자유와 존엄성에 대한 본질적 난제다 -마작가

퇴사는 ‘직장에서 나와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인가’를 논하는 현실의 문제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것은 본질이 아니다. 퇴사는 자유를 찾아 투쟁해 온 인간 역사의 축소판이다.

퇴사는 프랑스혁명이나 보스턴차사건과 본질이 같다. 동학농민운동이나 8.7 민주화 항쟁의 연장선이다. 그것의 가운데에는 자유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유에 목마르다.

이제는 치열하게 싸워야 할 것이 없어진, 지루하기 짝이 없는 2023년.

우리는 자유와 존엄에 대해 말하는 것이 다소 ‘오바하는 것’처럼 보여, 이 불멸의 숙제를 그저 ‘이 놈의 직장에서 퇴사하고 싶다’는 소소한 불만으로 얕잡이 보고 있을 뿐이다.

그것이 퇴사의 미학이다.

나는 그것을 좀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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