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퇴사인가 – 내가 퇴사에 대해 집착하는 7가지 이유

내가 자꾸만 퇴사에 대해 말하는 이유

최근 3년 동안 내가 쓴 글과 찍은 영상 개수는 1천 건을 훌쩍 넘는다. 그중에 가장 많이 언급된 말은 “퇴사”다. 어떤 독자들은 나를 퇴사의 아이콘이라고 말했다.

따지고 보면 퇴사 그 자체가 내 생활이었다. 남부러운 회사를 대책없이 퇴사했다. 나만의 길을 찾겠다고 선포했다. 그 자체로 삶의 전환점이었다. 내가 부르짖는 것처럼 실제로 0부터 시작한 셈이다. 그러므로 내가 퇴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당연했다. 어린 박지성 선수가 축구에 대한 일기를 썼던 것처럼.

3년이 흘렀다. 퇴사한 지 3년이 지났는데도 나는 여전히 퇴사에 대해 말하고 싶다. 직장 생활의 기억이 점점 희미해져가는 데에도 내가 퇴사에 대해 자꾸 말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그 일곱 가지 이유다.

1. 퇴사는 직장을 그만두는 것 이상이다

회사가 싫어서 퇴사하는 사람의 고민은 비교적 단순하다. 자신의 조건에 맞는 곳을 찾아 전략적으로 이직을 하면 된다. 그 고민의 본질은 기술적이다.1 반면 퇴사와 이직에 대한 고민이 한두 번이 아닐 때에, 매번 같은 패턴으로 좌절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건 다른 말이다.

남들은 아무 생각 없이 잘만 다니는 회사, 나는 왜 이럴까. 이런 고민을 해본 사람이라면 그에게 퇴사는 직장을 그만두는 것 이상일 확률이 높다. 그들은 누구인가? 더 고차원적인 욕구의 계단으로 기꺼이 올라가려는 사람들이다. 누가 시켜서 그러는 게 아니다. 내면의 욕구가 내는 목소리다. 그런 아름다운 내면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에 그는 특별하다. 이들은 자신이 가진 것 이상이고 싶어 한다. 지금껏 자신이 살아온 것 이상의 나를 꿈꾼다. 이들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세속적인 것 그 이상의 존재로 변화하고 싶어 한다. 나를 새롭게 정의하고 창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거룩하고 특별한 욕구를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상태를 기껏해야 “방황”이라고 표현한다. 아름다운 고민이 투박한 현실 언어로 표현될 때에 사람들은 진실을 보지 못한다.

이들의 고민은 이제부터는 퇴사가 아니다. 독립적인 삶의 태도와 자유에 대한 철학인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여전히 할 말이 많다. 그것이 내가 아직도 퇴사에 대해 말하고 싶은 첫 번째 이유다.

2. 돈으로는 영혼의 허기를 채울 수 없다

누구나 돈과 명예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돈과 명예, 즉 부와 권력은 사회적으로 학습된 가치다. 우리는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을 발견하기 전에 사회로부터 정답을 제시받는다. 그리고 그것을 진짜 좋아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착각하며 산다.

그것이 문제다. 돈의 효용이 내 욕망의 가치체계에 정말 중요한지 우리는 제대로 검토해본 적이 없다. 돈은 필요하다. 없으면 안 된다. 나는 돈을 버리라고 말하는 게 아니다. “나”라는 사람의 고유한 삶에 있어서 돈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물어보자는 것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좋아하냐고 물어보면 회사원 대부분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러면 왜 그 일을 하냐고 묻는다. 돈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회사원으로는 제대로 돈을 벌 수 없을 뿐더러, 그 돈으로는 영혼의 허기를 채울 수 없다.

자신의 인생을 발견하고 수행하기 위해서, 누구나 한 번쯤은 퇴사를 해야만 한다. 돈이 아닌 자신의 가치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나는 돈이 아닌 다른 나만의 가치를 찾자고 어디선가 외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것이 내가 아직도 퇴사에 대해 말하고 싶은 두 번째 이유다.

3. “직장인”이라는 거짓 정체성

마흔앓이에 도움이 되는 연구가 있다. 심리학자 로버트 키건과 리사 라헤이에 따르면, 우리의 진짜 정체성은 직장에 있지 않다.

개인의 정체성은 제도를 초월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정체성은 어떤가. 대부분의 사람들 특히 직장인들은 20대의 사회화 과정에서 개개인이 얻어낸 역할을 정체성으로 생각한다. 예를 들면 선생님, 은행 상담원, 스타트업 UI 개발자, 반도체 생산라인 기술자, 식품기업 마케팅 부서원이다. 이는 제도 안에서 사회와 타협한 정체성이다. 내 고유한 내면을 반영한 온전한 정체성이 아니다.

직장을 빼고 자신을 소개해보라고 말하면 많은 사람들이 당황한다. 젊었을 때는 자신에게 주어진 사회적 역할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마흔이라면 다르다. 그 역할을 초월해서 자율성을 가져야 하고 그러면서 동시에 자아를 실현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더 성숙한 인생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한다. 직장은 삶의 일부일 뿐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그것이 내가 아직도 퇴사에 대해 말하고 싶은 세 번째 이유다.

4. 칼 융이 말하는 성공 – 내면 아이의 원복

분석심리학의 대가이자 정신과의사였던 칼 융은 이렇게 말했다.

대학자 융에게 성공이란 돈이나 사회적 지위가 아니었다. 융에게 성공이란 자기 내면의 어린아이를 다시 일깨우는 것이었다. 그리고 오직 개체화2 과정만이 그러한 고유하고 의미 있는 삶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했다. 그것이 우리 삶의 목적이며 성공이며 소명이라고 말했다. 3

융이 말하는 성공, 즉 개체화 과정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융은 개인이 자신의 삶과 선택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의 관념에 굴복하지 않고 개인의 주체성을 통해 자신의 운명을 개척할 수 있는 힘을 일깨워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진실하라.
사회의 순응 압력에 저항하라.
자신의 고유한 가치와 열망에 부합하는 길을 추구하라.

진정한 성공을 위한 주체성과 자신의 고유한 가치를 찾기 위해, 우리가 선택하는 현실 언어가 무엇인가? 이것이 내가 아직도 퇴사에 대해 말하고 싶은 네 번째 이유다.

5. 빅터 프랭클이 말하는 성공 – 중요한 일에 헌신하라

로고테라피4의 창시자이자 2차 대전 유태인 대학살의 생존자인 빅터 프랭클은 성공적인 삶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은 인간의 핵심적인 동기 중 하나다.

빅터 프랭클, 빅터 프랭클의 삶의 의미를 찾아서 (pp. 65), 2014

자신에게 정말 중요한 일을 찾고 그 일을 하기 위해서 반드시 넘어야 할 문이 있다. 이것이 내가 아직도 퇴사에 대해 말하고 싶은 다섯 번째 이유다.

6. 스티브 잡스가 말하는 성공 – 사랑하는 일을 하라

스티브 잡스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훌륭하다고 믿는 일이 직장이 있지 않다면, 그럼 무엇을 해야 하는가. 진정으로 인생에 만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랑하는 일을 찾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것이 내가 아직도 퇴사에 대해 말하고 싶은 여섯 번째 이유다.

7. 100세 시대엔 퇴사가 곧 준비다 – 40세에서 70세는 매우 특별하다

이 모든 사상을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결심이 필요하다.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또 한번 좌절한다. 우리에겐 현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생에서 ‘준비된 때’는 오지 않는다. 그 전에 먼저 황혼이 찾아 온다. 준비되길 기다리면 늦는다.

때로는 퇴사가 곧 준비다. 내가 사랑하는 일은 누가 찾아주는 게 아니다. 전력을 다해 부닥치고 실험한 결과로 얻어진다. 그 실험을 위한 준비는 시간과 에너지다. 퇴사를 통해 생긴 시간과 에너지가 소중한 연료가 될 수 있다.

유튜브 인연을 통해 퇴사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 봤더니,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퇴사하길 잘했다. 회사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더 빨리 나올걸 후회된다.”5

이제 진짜 100세 시대다

카네기 재단 고령화 연구 프로젝트의 회장 애런 파이퍼는 이렇게 말했다. “장수로 인해 우리 인생이 30% 추가된 셈이다. 이 늘어난 시기는 40세에서 70세다. 이 시간을 재탄생의 시기로 만들어야 한다.”

20세기엔 이 시기가 삶의 마무리를 준비하는 ‘착륙’의 시기였다. 중년을 ‘쇠퇴’로 느끼는 이유는 우리가 그렇게 배웠기 때문이다. 이제는 아니다. 이 시기, 40세에서 70세는 그 다음 30년을 위해 다시 한 번 ‘이륙’을 준비하는 기회다. 그래프의 하강 곡선이 아니라 다시 한번 상승으로 만들어야 하는 시기다.

이 새로운 성장이 고통 없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는가? 착착 준비되어 입만 벌리면 떠먹여줄 거라 생각하는가. 아니다, 그렇지 않다.

이제 사회 초년생 시절의 ‘직장인 아무개’ 명찰을 벗어 던지고, 진짜 내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신적 무장도 필요하고, 실질적 스킬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이 길을 함께 걷는 동반자도 필요하다. 이것이 아직도 내가 퇴사에 대해 말하고 싶은 일곱 번째 이유다.

이런 이유다. 내가 여전히 퇴사에 대해 말하고 싶은 까닭은.


내 책 “Wanderers are special“의 서문을 옮긴다.

“방황하는 사람은 특별하다” 서문

  1. 이직을 잘하는 방법은 인터넷에 널려 있고 ChatGPT도 잘 알려준다. 나름 성공적이었던 내 직장 생활 경험으로 말하자면 이직을 잘 하는 방법은 이렇다. 1) 커리어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 목표 없는 이직은 흘러가는 대로 바다 위를 떠다니는 것과 같다. 회사 쪽에서도 커리어 목표 없는 사람은 면접에서 거른다. 내 커리어 목표는 글로벌 브랜드의 책임 임원이 되는 것이었다. 마지막 10년은 이 목표로 회사 생활을 했고, 두 번의 이직도 이 목표를 위한 수단이었다. 한 스웨덴 브랜드로 갈 수 있는 구체적인 기회가 있었지만 좌절되었다. 내 직장인 커리어는 거기서 끝났다. 2) 연봉보다 발전가능성이 중요하다. 연봉은 일의 중요도에 따라서 따라오는 것이다. 연봉 협상이라는 말처럼 웃긴 것도 없다. 연봉은 직책에 따라 회사 내부적으로 이미 범위가 정해져 있다. 3) 헤드헌터를 잘 만나야 한다. 직접 이직을 알아보는 것보다 효율적이다. 헤드헌터가 보기에 될 것 같은 사람이면 실제로 잘 된다. 헤드헌터에게 연락을 받아보지 못했다면 직장인으로써 시장가치가 아직 낮다는 뜻이다. 자존심 상해하지 말고 헤드헌터를 찾아가라. 4) 면접에도 정답이 있다. 그런 게 어디 있냐고? 100번 넘게 면접관이 돼 본 나는 정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걸 바탕으로 예상 질문지를 뽑아보고 계속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평소에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결국엔 모든 게 면접에서 결정나니까. ↩︎
  2. 자아 실현에 대한 칼 융만의 독특한 개념 용어다. ↩︎
  3. 융은 인간 발달의 궁극적인 목표는 독특하고 온전한 개인이 되는 과정인 “개체화”라고 믿었다. 융에 따르면 인생에서 성공하려면 개인은 자아 발견과 자아 실현의 여정을 반드시 시작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내면의 아이를 재발견하고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과정을 통해 치유와 창의성을 불러일으키고 삶과 관계에 대해 보다 건강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
  4. 로고테라피는 빅터 프랭클이 개발한 심리 치료 접근법으로, 의미 추구가 인간의 핵심 동기라고 주장한다. 로고테라피는 개인이 어려운 삶의 환경 속에서도 목적과 회복력, 의미감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심리 학문이다. ↩︎
  5. 그러나 퇴사의 타이밍은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금전적으로 6-18개월치 생존자금이 없다면 신중해야 한다. 이 영상 “퇴사 대신 직장을 다녀야 하는 이유” 참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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