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골방에서 이렇게 지냅니다

1.

한때는 유튜버와 작가로 살았다. 영향력은 작았지만 당시에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 마치 사명처럼 느껴졌다. 그땐 유튜버로써의 삶이 내 삶에서 꽤 큰 비중을 차지했다. 나는 그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재미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을 쪼개어, 별 볼일 없는 유튜브 영상을 만들고 조언이랍시고 글을 썼을 것이다. 결국은 내 정체성이 그러했던 것이다.

누가 내게 너는 누구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답할 것이다. 저는 사업가이고 작가입니다. 회사에서는 동료 작가들과 세상에 둘도 없는 조직을 만들고 있구요, 매출도 10억이 넘어갑니다. 개인적으로는 책을 여섯 권 냈어요. 네 가족의 가장이기도 합니다.

이제 나는 유튜버라는 명함을 내밀지 않는다. 그러나 유튜브를 포기하지는 않았다. 언젠가는 다시 한번 힘을 주고 싶은 영역이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라는 소리다.

2.

왜인가. 어떻게 된 일인가.

‘잘 나가던 회사원을 그만두고 나만의 길로 독립한 스토리’는 이제 더이상 현재 진행형이 아니다.

나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나를 아는 사람들은 안다. “너는 늘 뭔가 재밌는 일을 꾸미고있다.”고 한다. 회사를 그만두고 1년 만에 책을 세 권 냈다. 작가워크샵이라는 것을 열어서 작가도 여럿 배출했다. 창업하고 1년 만에 동료는 두 자릿수가 되었고, 업계에서 꽤 많은 노이즈도 만들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름 취미랍시고 유튜브를 했다. 그런데 사업이라는 게 전력투구를 해도 힘이 달리더라.

이제 나는 한 단계 높은 사업과 조직을 꿈꾼다. 세상에 없는 조직 문화를 만들고, 오직 창작가들과 자유로우며 방황하는 순수한 영혼을 가진 사람들이 교류할 수 있는 사옥도 꿈꾼다. 1층은 북카페, 2층은 사무실, 3층은 강의실, 그 위는 직원 숙소와 바베큐장 그리고 체력단련장도 만들고 싶다. 자신의 DNA를 쏟아붓고 있는 동료들의 급여도 한참 더 올려줘야 한다. 세상에 이런 조직이 있을 수 있다는 것에 놀란 사람들이 찾아올 때마다 웃음짓고 싶다.

나는 내 사업에 올인한 상태다. 내 사업은 내 꿈이 되었다. 사업가는 나와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된 것이 가끔 우습다.

3.

물론 “늘 뭔가 재밌는 일을 꾸미는” 소문답게, 일만 하지는 않는다. 조직을 정비하고 매일매일의 세금이나, 분리수거, 사무용품을 사나르고 사무실 전기가 나가는 것을 처리하는 허드렛일이 비록 내 삶을 가득채우고 있지만, 내겐 이런 굵직한 변화가 있었다.

오마이갓. 적으려 보니 무척 큰 변화였다. 그러나 짧게 적는다.

  • 2025년 6월 27일자로 책을 새로 냈다. 제목은 “탄핵이 뭐길래”로 정치학 서적이 아닌 인문학 책이다. 내가 책을 냈다고 자신 있게 영상 하나, 글 한 편을 쓰지 않았다. 그만큼 바빴다. (그렇게 바쁜데 왜 책을 쓸 생각을 했을까. 나는 작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체성이다.)
  • 2025년 3월부터 간헐적 단식과 케톤식(저탄수화물 고지방 식단)을 시작했다. 하루도 빠짐 없이 내가 한 일은 이렇다. 매일 식단을 적고, 하루에 4시간에서 8시간 사이만 식사를 했으며, 탄수화물은 하루에 30g 미만으로 섭취했다. 주요 식사는 연어, 돼지고기, 닭고기였다. 밥이나 면은 아예 입에 대지 않았다. 오늘 날짜 7월 23일까지 그렇게 하고 있다. 내 몸무게는 약 9kg이 줄었고, 체지방율은 만19세 성인이 된 이후 가장 슬림하다. 그러나 기적적으로 근육량은 오히려 늘었다. 다이어트를 해본 사람은 이 성과가 얼마나 대단한 지 이해해주리라. 단 하루도 빠짐 없이 혈당과 케톤을 체크하고 기록했다. 병원검사 결과 나는 완벽에 가까운 중성지방과 혈당, 간의 건강한 상태라는 진단을 받았다. 40대 중반에 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건강한 몸을 갖게 되었다.
  • 2025년 테니스를 배우기 시작했고, 일주일에 두 번씩 코치와 연습을 한다. 또 매주 수요일은 개인 트레이너와 근력 운동을 한다. 적어도 일주일에 세 번은 고강도 운동을 한다. 주말에는 달리기를 시작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10km를 (비 맞으며) 뛰어보기도 했다. 가벼워진 몸과 튼튼해진 근육 덕분이다.
  • 2025년 만19세 성인이 된 이후 가장 절제된 음주 패턴을 갖게 되었다. 부끄럽지만 나는 군대를 빼곤 3일 이상 금주해본 적이 없었다. 이제 술을 마시는 날보다 마시지 않는 날이 더 많다. 마셔도 와인 180ml라는 나만의 기준을 정해두고 노력한다. 그 양조차 케톤식을 하며 스스로 기록하고 실험하며 찾아낸 나만의 적당량이다. 수면 HRV, RHB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간의 포도당 방출을 억제하는 양이다.

이 모든 결과가 나는 자랑스럽다. 이 결과는 유튜브를 포기한 대가로 내가 얻은 성과다. 말하자면 나 스스로 골방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골방에는 티비도 없고, 사탕도 없다. 빈 방이 오직 나 자신과 대면할 뿐이다.

4.

나는 퇴사에 대해 줄곧 이야기해왔다. 퇴사라는 전환점을 나는 잘 이용한 것 같다.

퇴사 후 내가 가장 잘한 것은 골방으로 들어간 것이다. 사람들이 붐비는 곳에 기웃거려봤자 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덕분이다. 나는 골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하나씩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실험하도록허락했다. 하루에 세 시간에서 다섯 시간씩 글을 쓰고 나머지 시간에는 또 다른 실험을 했다. 어디에도 얾매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그때처럼, 나는 다시 유튜브라는 곳을 등지고 다시 골방으로 들어갔다. 덕분에 성취를 말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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