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뜸하시네요?” 유튜브에 달린 댓글이다.
한때는 일주일에 두세 번씩 영상을 올렸다. 요새는 두 달에 한 번이다. 댓글이 잘 달리지도 않는데, 그렇게 달린 댓글이 ‘뜸하네?‘다. 내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자문자답해본다.
“요즘 뜸한데?”에 대한 질문은 두 가지로 답변할 수 있다. 첫째 왜 뜸하게 되었는가. 둘째 그렇다면 다른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
첫째, 무엇이 나를 유튜브에서 뜸해지게 했나. 우선순위가 바뀌었다. 예전에는 유튜브가 상당히 중요했다. 그때는 사업 초기였고 일이 이만큼 바쁘지 않았다. 일이 바쁘면, 다른 것에 쓰는 시간을 줄이고 유튜브에 시간을 썼다. 유튜브를 해본 사람은 알 거다. 영상 한 편에 아무리 못해도 세네 시간은 몰입해야 한다. 누가 대신해주는 게 아니므로 순수하게 몰입하는 시간 기준이다. TV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자전거를 타는 것처럼 느슨한 활동과는 비교가 안 된다. 사업을 구축하는 시간과 유튜브 영상을 만드는 일은 병행하기 힘들었다. 내 유튜브의 비전은 상업적이지 않았다. 점점 더 우선순위가 낮아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실망감이 커진 것도 이유다. 대중들은 진실에 관심이 없다거나, 변화를 위해 실행할 의지가 없다는 허탈함 같은 것을 느꼈다. 이른 바 ‘정신 차리세요’ 따위의 메시지도 나중엔 무기력해졌다. 처음엔 내 메시지가 신선했다고 느낀 구독자들이 나를 응원했고, 그 맛에 유튜브를 계속했다. 그런데 이제 내 메시지는 더이상 신선하지 않은 것 같다. 자기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하고 또 실행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물론 대부분은 ‘얼마를 벌었다’에서 끝나지만. 좋은 길은 좁은 길이다. 지금은 사업 규모가 훨씬 커졌고, 공동체도 커졌으며, 서로에 대한 책임감도 깊어졌다. 단순히 남기는 것이 아니라 계속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내느라 나는 하루에 열 시간 넘게, 아주 재밌게, 사무실 안에서 또 밖에서, 일하고 있다. 유튜브를 통해서 엄청난 것들을 경험하고 배웠다. 그리고 다시 돌아갈 거다. 그러나 지금은 사업이 더 중요하다. 아, 내 사업이 구독자를 대상으로 하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둘째, 그렇다면 다른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 유튜브는 뜸한데 내가 다른 시도를 하지 않고 게으름을 피우고 있다면… 그건 내가 유튜브에서 침 튀기며 말했던 것을 배신하는 결과일 것 같다. 유튜브에 시간을 쓰지 않은 대신 만들어낸 결과를 간단히 적는다.
사업. 연매출 10억을 돌파했다. 그중 약 10% 정도가 자동화된 수익이다. 그걸 신제품 형식으로 설계하고, 디자인하고, 시스템을 구축해서 마케팅했다. 그 과정에서 조직의 비전에 맞는 창작자 출신 전문가들이 큰 몫을 했다. 함께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인적 자산까지 쌓았다. 서로 인생 깊이까지 연결되어 있는 이들이 있다면 미래가 자신 있다. 이제 더 큰 스케일의 후속 서비스가 곧 런칭된다. 세상에 없던 플랫폼이므로 시간 투자가 많았다.
식단. 평생 단 한번도 성공하지 못했던 식단 재설계에 성공했다. 아주 근본적이고 혁신적이다. 아, 내 인생에서 그렇다는 말이다. 간헐적 단식과 케토제닉 (저탄수 고지방) 식단을 시작했고, 9주째 안정적으로 실행 중이다. 나는 밥, 빵, 라면, 콜라 같은 것은 아예 입에 대지 않는다. 하루 탄수화물을 30g 이하로 조절하고 있다. 케톤 수치는 보통 1.5 내외이고 GKI 수치는 ‘암치료 목적‘으로 쓰인다는 3 이하가 나올 때도 있다. 체지방이 약 4kg 빠졌지만, 근육은 전혀 빠지지 않았다. 수치를 하루도 빠짐 없이 계속 기록했고, 숫자에 민감해지다 보니 술도 줄이게 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성인이 된 이후에 가장 바른 생활을 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15년 전 담배를 끊은 이후에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집필. 내 인생의 여섯 번째 책이 나왔다. 더 이상 말해 무엇하리. 유튜브를 했다면 책을 쓰고 내지 못했을 것이다. 꼭 한번 쓰고 싶었던 인문, 교양서를 ‘탄핵’이라는 소재로 풀었다. 제목은 “탄핵이 뭐길래”다. 독자의 크기와 상관 없이 책을 쓰고 또 세상에 내는 작업은 내 인생의 깊은 스위치를 건드리는 뜻깊은 일이다.
요즘 뜸했다. 이런 이유에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