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내 사업을 하는 사람만 느낄 수 있는 순간이 있다. 사업을 안 하는 사람은 쉽사리 느낄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급여일의 압박감, 세금신고의 답답함, 성장하는 직원을 볼 때의 뿌듯함, 만족한 고객과 그 소개로 온 다른 고객들…
내겐 “견적이 포함된 제안서”를 쓸 때가 특히 그렇다.
아, 내가 진짜 사업을 하고 있구나.
직장에서는 답이 미리 정해져 있고 그 기준이 엄격했다. 견적이 포함된 제안서를 쓰는 것은 빈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다. 그 사람만을 위한 그림을 그려줘야만 한다. 정답도 없고, 정해진 공식도 없다. 캔버스는 탐험하고 실험할 수 있는 오직 나만의 영역이다.
독립의 쾌감도 이 순간만큼은 도전에 직면한다.
나만의 제안 방식이 있는데, “적어도 3개의 제안을 만들어 그중에 하나를 선택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때에 나는 이런 것을 고민한다.

모든 경우의 수가 다 포함되어 제안받는 이가 “이 중에 하나 선택하면 되겠군”이라고 안도할 만한가.
3가지를 어떻게 구분지어야 공정하게 보이면서도 내 의도를 관철시킬 수 있을까.
내 의도가 가장 적게 반영된 구색용 제안을 수락해도 문제가 없을까 – 부주의하게 뭔가를 빠뜨려서 금전적 손해를 겪고 불필요하게 얽매이는 건 아닐까.
이 견적이 타당하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해야 할까.
어떤 어휘들을 써야 이 자체로 완성도가 높을까.
제안에 실패하더라도 박수를 칠 만한 문서가 될까 – 이건 내 자존심이다. 제안 메일만 봐도 완성도와 전략과 정성이 절제되어 묻어나오는 그런….그런 문서를 만들려고 진심으로 노력한다.
창작의 과정 그대로다. 그것도 생각나는 대로 토해내는 게 아니라, 아주 철저하게 계산되고 의도 된 창작이다. 이런 일은 보통 진빠지는 게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제안이 받아들여졌을 때, 사업가들은 이렇게 말한다.
이 맛에 사업하지.
이번 주말에는 기존에 없던 형식의 제안을 두 번이나 만들어야 한다. 독립하려는 사람들은 어찌되었든 이 고통의 과정을 사랑해야만 할 것이다.
2023.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