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고해다
내게 단 몇 권의 책만 허락한다면, 그 고민에 포함될 책이 있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이라는 책으로, 1978년에 출간 돼 40년 넘게 뉴욕타임스 스테디셀러로 명성을 쌓고 있다. 이 책은 정신과 의사인 M 스캇 펙이 썼고, 삶의 여러 가지 면모를 정신과적 측면 그리고 영적인 측면에서 다루고 있다. 내가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저그런 책들과 차별되는 상당히 획기적인 해석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랑은 느낌이 아니라 노력이고,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의 본질은 게으름이라는 것이다. 또한 작가는 ‘악’의 개념에 대해 설명하면서, 악이 실재로 존재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작가의 소개를 통해 나는 “리얼 엑소시즘”이라는 책을 알게 되었는데, 이는 말라치 마틴이라는 실제 천주교 퇴마사가 악을 싸우면서 기록한 책이다.)
이 책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삶은 고해(苦海)다.
고난의 한 주
16일 일요일은 평화로운 하루였다. 5km를 산책했고 숲공기도 맡았다. Newsletter를 썼고, 블로그의 전체적인 디자인을 손봤다. 한 달 전부터 토요일은 안식일로 만들어 지키고 있다. 너무 바빠서 나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없었다고 생각해서다. 또 다른 이유는 내 안의 불편한 마음이 병이 되지 않도록 내 마음을 챙기기 위해서다.
무엇이 내 마음을 무겁게 하는 걸까. 17일 월요일, 나는 4시에 차를 몰아 평창으로 향했다. 3주나 숲에 가지 못했다. 아마 그것 때문에 마음의 체증이 씻겨가지 못한 거라고 생각하면서,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하루를 보냈다.
18일 화요일, 비가 억수 같이 오는 숲속에서 혼자 일을 하고, 글을 쓰고, 영상을 찍었다.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죽어서 장사를 지내주었다. (“숲속의 장의사“) 저녁에는 혼자 장을 봐다가 고기를 구워 와인을 마셨다. 마치 마음이 위로받는 느낌을 받았지만, 그것이 모든 걸 해결해주지는 못했다.
새벽에 잠이 깨서, 동이 트기 전에 집으로 출발했다. 19일 수요일은 오후에 출근해서 평범한 하루를 보냈다.
20일 목요일엔 고객 한 명과 싸움을 하고, 새로 들어온 회사 식구 두 분과 동네 유명한 치킨 집에서 맥주를 마셨다. 채용이라는 형식으로 이렇게 개인적으로 친밀하고도 비슷한 가치관을 만나는 일에 감사한다. 서로 응원하고 이해하는 이런 시간은, 지친 내 마음에 발라주는 아까징끼와 같다. 유튜버로써는 응원을 많이 받지만 회사 대표로는 손가락질과 불평을 들을 때가 더 많기 때문이다. 집에 돌아와 “핑계“라는 글을 썼다.
21일 금요일엔 고객 두 명과 싸움을 하고, 가족들과 평창으로 갔다.
내 에너지를 고갈시키는 주요한 원인 중 하나는 문제를 일으키는 고객이다. 그래서 나는 싸움닭이 되어 가고 있다. 뭔가 한 가닥이 잡혔다. (“싸움닭II – 공짜 자유는 없다“) 고객도 고객이지만 요즘 내가 갖는 불편한 감정 중 하나는, 회사가 내 기대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면서 어떤 식으로든 나는 성장할 것이고, 회사도 성장할 것이다. 이런 고민이 마음을 채우고 있는 사이, 나는 글은 꾸역꾸역 쓰지만 영상은 좀처럼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그것 역시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고민을 터놓고 이야기할 사람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왠지 쓸쓸한 기분도 들었다. 나는 늘 외로운 사람이었다. 그 덕에 감수성을 얻었으면 됐다.
22일 토요일엔 고된 텃밭 작업을 하고, 단골 칼국수 집에서 식사를 했다. 5일장에서 수박과 복숭아를 샀다. 아이들은 계곡에서 신나게 놀았다. 나는 낮잠을 잤다. 스마트폰을 보지 않았고 순수하게 보낸 하루여서 좋았다. 그런데 일이 터졌다.
일요일에 딸 아이가 일이 있어 토요일 저녁 해가 지고 바로 짐을 쌌다. 올라오는 길에 차의 핸들이 흔들리고 휠의 밸런스가 깨지는 것이 반복됐다. 내려 보니 디스크가 석쇠처럼 벌겋게 달아올라 있다. 눈 앞이 캄캄해서 5분 정도 차 주변을 맴돌기만 했다. 운행을 포기하는 게 맞다는 생각에 견인을 요청했다. 기사의 배려로 자동차에 탄 채로 견인되었다. (원래는 불법이다.)
많은 일이 일어난 한 주였고 흔들리기 쉬운 한 주였다.
한 주의 사진
고난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본디 삶이란 문제의 연속이며 훈련이란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방법중의 하나다. 이런 과정 없이 우리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가 없다. 정신적인 성장은 오직 문제에 직면함으로써 가능한 것이다.우리의 정신적 성장을 자극하려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과 도전적인 태도를 격려해야 한다. 문제를 피하려는 태도는 정신 건강을 해치는 원인이 된다. 피하려고 했던 바로 그 고통보다도 피하려고 하는 마음이 더 고통스러워진다. 노이로제란 항상 마땅히 겪어야 할 고통을 회피한 결과다.(Carl G.Jung)
M 스캇 펙 (“아직도 가야할 길” 중)
편하고 쉬운 길을 가려면 퇴사를 하지 않았다. 제대로 된 길을 가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길을 개척해야 한다.
편하고 쉬운 길을 가려면 싸움닭을 자처하지 않았다. 제대로 된 길을 만들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팔을 걷어 부치고, 똥통에 손을 넣고, 문제를 해결해야만 할 것이다.
이런 과정을 기록함으로써 나 자신에겐 성찰의 시간이 되고, 후일 나 자신에게 보내는 격려의 메시지가 되길 바란다. 무엇보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손톱만큼의 영감을 줄 수 있다면…
2011년 내가 쓴 “아직도 가야 할 길” book review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