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는 네 명을 면접했다. 기업을 운영하면서 인사에 대해 무척 많이 생각하게 된다. 나중을 위해 몇 가지 생각을 기록한다.
1. 사업 초기 멤버는 컬트 조직 같아야 한다
늘 해온 생각이지만 ‘제로 투 원’을 쓴 피터 틸의 언어다. 사업 초기에 이런 사람이 모인다면 더이상 기업 문화가 필요 없다고 한다. 밀교 조직처럼, 컬트 조직처럼, 같은 신념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 10명이다. (기업가정신, 창업에 대한 실전 철학에 관심 있다면 매우 추천하는 책이다 – 예스24링크)
내가 정의한 컬트적 가치관은 이러했다. 창작에 진심인 사람, 창작가의 DNA를 가진 사람, 속세의 성공보다 자신이 주도하는 인생을 설계하고 살고 싶은 사람. 그런 사람들과 모여서 창작에 대한 사업을 키우고 싶었다. 물론 그들에게 사회생활과 일 그리고 경제적 수단을 제공해서 사회의 오염으로부터 자기의 꿈이 더 여물 때까지 인큐베이터 역할을 해주고 싶다. 사업을 키우는 과정에서 다양한 업무를 경험해봄으로써 자신에게 숨겨진 재능을 발견할 수 있다면 기꺼이 지원하면서.
어떤 동료는 이 인턴 기간을 “내 인생 최고의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또 어떤 동료는 아무런 교감 없이 스쳐가듯 지나가기도 했다. 그와 나의 인연이 거기까지라면 이 또한 받아들여야 할 수밖에.
나는 아직도 이 믿음의 신봉자다. 창작이라는 틀에 가져다 놓으면 스스로가 물을 만난 물고기처럼 펄떡 댈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창작과 관계 없는 곳에서 ‘창작’이라는 물을 그리워해 본 사람만이 이 소중함을 알 것이다.)
마케팅 전략의 백미는 타기팅이다. 맞는 사람을 찾으면 설득할 필요도, 가격을 흥정할 필요도, 우리가 왜 특별한지 구구절절하게 말할 필요도 없다. 이번 달까지만 할인행사를 한다고 괜히 압박을 할 필요도 없다.
인생도 그렇다. 내가 탁월한 분야에 나를 데려다 놓으면, 인생은 많은 것을 선물할 것이다. 그러나 내가 억지로 노력하고 스스로 동기부여를 해야만 지속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건 애초에 내 길이 아니다.
인사도 그렇다.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고민한다면 그 자리는 애초에 맞는 자리가 아닐 확률이 많다.
거미의 세계에서는 가장 멋진 거미를 찾아야지, 나비나 벌에게 ‘이 거미줄이 얼마나 멋진데’라는 말이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내가 우쭐할 필요도 없고, 상대를 비하할 필요도 없다.
나는 그저 “창작으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다면”이라는 마음가짐을 찾을 뿐이다. 창작의 영역 안에 있을 때 진짜 자신을 발견하는 그런 사람을 찾고 또 찾을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기업가로써 내 가장 큰 역할일지도. (그리고 내 젊은 날의 내가 기꺼이 함께 하고 싶은 ‘창작을 업으로 삼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 힘쓸 뿐이다.)
2. 독특함이 인재를 끌어당긴다
단순히 연봉 OOO원 직장인을 뽑는 게 아니라, “창작에 대한 DNA, 인생에 대한 주도성”이라는 가치관을 가진 사람을 뽑는다. “그런 사람이 어디있어?” 혹은 “그런 사람을 어떻게 찾아?”라고 말할지 모른다.
인간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작은 곤충소리나 시끄러운 새소리를 들어보라. 그 소리가 닿아야 할 곳에서는 가장 크게 들린다.
“창작과 주도성”은 내 개인 유튜브 채널과 블로그의 메시지이기도 했다. 덕분에 내 이야기에 귀기울였던 사람들에게는 더 크게 들렸으리라. 나는 고급인재들이 내 철학에 동조하고 면접을 보기 원하는 것을 수없이 목격했다. 그중에 아주 일부만 면접을 보고 함께 일할 수 있었다. 만약 내 기업활동의 성과가 어디서 온 것이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그 인재들로부터 왔다. 인재 채용에 들어가는 비용은 0에 수렴한다. 서로 추구하는 가치가 비슷하므로, 단순히 일자리가 필요한 지원자들을 확연하게 구별해낼 수 있다.
규모가 더 커지면 이런 특별하고 고유한 인재들을 채용하기 어려울 것이다. 나는 차라리 기업을 더 키우지 않고 작고 개성 있는 조직으로 유지하는 편을 선택할 것이다.
3. 선한 마음만으로는 어렵다, 앞가림을 잘하는 사람이 제 몫을 한다
1번과 2번을 통해 나는 멋진 인재들을 곁에 둘 수 있었다. 그러나 바람직한 철학을 가졌다 해서 기능성이 담보되지는 않는다. 나는 그것을 뼈저리게 배웠다.
멋진 철학을 가진 사람이 진정 제 몫을 하는지 알아보는 눈을 가져야 한다. 초반에 이런 항목을 유심히 살펴보면 좋겠다 – 이건 미래의 내게 하는 말이다. (내 20년 사회 경험의 일반화된 결론이다.)
- 기업방식과 문화를 존중할 줄 아는가. 모든 기업은 독특한 창립 배경과 근무 문화가 있다. 나는 모든 신입 동료에게 이 말을 꼭 한다. 존재 방식을 존중해달라고. 자신의 지식과 경험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섣불리 충고하는 행동은 트러블메이커의 선행 지표다.
- 첫인상이 변할 때. 처음엔 웃음이 많고 친절하던 사람이 어느 순간 변한다. 웃음기 대신 냉소가, 먼저 와서 안부를 묻던 다정함 대신 무관심과 회피로 변한다. 특별한 이유 없이 시간이 지나면 이렇게 변하는 사람이 있다. 그 이유는 첫인상에서 과도하게 자신 이상의 것을 보여주기 위해 애썼기 때문이리라. 이런 사람은 앞뒤가 다른 경우가 많다. 내 사회 생활 20년에서 예외 없이 들어 맞았던 패턴이기도 하다. 웃는 첫인상의 호감을 마음에 두지 말라. (늘 실패하지만).
- 자기 앞가림. 지하철에 물건을 두고 내리기, 옷에 뭔가를 잔뜩 흘리기, 창문을 열고 퇴근하기, 노트북을 집에 두고 출근하기, 출입문을 부주의하게 닫기, 책상에 오래 된 쓰레기를 방치하기 등 엄마의 입장에서 ‘칠칠치 못한 아이’처럼 행동하는 사람이라면, 일에서도 그렇다. 나도 늘 실수한다, 누구나처럼. 그러나 똑같은 실수가 여러 번 목격된다면 좀 다르다. 나는 보고서에 적힌 어떤 사람의 똑같은 오타를 다섯 번까지 연달아 지적한 적이 있다. 이를 테면, 틀렸네요. 네, 여기요. 아니요, 아직도 틀려 있네요. 아,이런, 여기요. 이런 식으로 무려 “다섯 번”. 이런 형태의 주의력 결핍은 주변 사람을 경악케 하는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는 잘 모른다. “삶은 얼마나 주도적이어야 하는가”, “기업문화의 트렌드와 워라밸”에 대한 그의 논설은 늘 그럴싸하기 때문이다.
- 호감이 있는가. 기업이 하는 일과 기업이 일하는 방식, 그리고 기업이 돈을 버는 방식에 호감이 있는 사람을 내 사람으로 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업의 멋진 개성은 ‘여긴 왜 이래’로 변질된다. 서로 처음 만났을 때의 미소는 시니컬한 냉소로 변한다. 누가 잘못해서가 아니다. 호감이 없으면 기업이라는 곳은 그렇게 무인발급기처럼 변한다.
- 진취적인가. 최소의 일을 하려는 사람과 하나라도 더 경험해보려는 사람은 하늘과 땅 차이다. 뭔가를 요청할 때마다 “처음이라 제가 뭘 알겠어요 (시큰둥하니까 시키지 마세요)”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처음이지만 재밌겠는데요 (일단 해볼게요)”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제가 뭘 알겠어요’에 가까운 사람은 전통적인 기업에서 정해진 일을 하면서 사는 게 낫다. 비꼬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자기만의 일을 하고 싶다면 그런 자세로 성공할 확률이 0이기 때문이다.
- 뒷정리에 동참하는가. 다 같이 음식을 먹고 나서 나몰라라 가는 사람이 있고, 남아서 쓰레기를 주워 담는 사람이 있다. 이런 습관은 일과 책임감의 아주 확실한 선행지표다.
- 이야기를 즐기는가. 수다쟁이가 될 필요는 없다. “적극적 경청”이라는 멋진 말도 있으니까. 그러나 동료끼리의 스몰 토크에 남의 일처럼 시큰둥하거나 바로 옆 책상에 앉아서도 회피한다면, 그것은 아쉽게도 마음이 떠났다는 증거다. 마음이 떠난 동료에게 기업에 대한 호감을 기대하는 것은, 애정이 식어버린 애인과 아름다운 사랑을 꿈꾸는 것처럼 슬프다.
4. 썩은 사과 한 개가 온 창고를 병들게 한다
실리콘밸리에서 이미 유명한 말이다. (12년 전 쓴 글 “창업할 땐 어떤 사람을 고용해야 하나, 마크 서스터즈 : Attitude Over Aptitude”) 아무리 일을 잘해도 태도가 부정적이고 회사에 비판적이라면 썩은 사과를 신속하게 제거해야 한다. 썩은 사과란 이렇다.
- 이 회사가 가진 것보다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해 말한다
- 다른 회사와 비교한다 (슬프게도 애플이나 삼성, 혹은 미디어에 의해 미화된 기업일 경우가 많다) – 물론 결론은 ‘이 회사의 부정적인 면’이다
- 본질이 아닌 비본질적인 것에 대해서만 논한다 (회사의 가치, 성장, 실적보다 혜택, 편의, 사무실 위치 등)
- 이런 이야기들을 뒤에서 한다
썩은 사과는 일하는 능력과는 관계가 없다. 이는 태도의 영역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썩은 태도는 엉터리 성과를 만든다. 훌륭한 인생이 능력보다는 우리의 태도에서 나오는 것처럼, 훌륭한 성과는 성실, 모험, 헌신, 창의와 같은 근본적 태도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봐도 썩은 사과가 맞다면 창고에서 당장 꺼내라.
5. 겪어 보기 전엔 모른다
자연스럽게 지금 기업의 인재 유입, 성장 방식이 생겼다. 다른 회사와 구별되는 ‘창작과 주도성’이라는 가치에 맞는 인재를 모집하고, 그들에게 ‘창작과 주도성’을 실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임금을 제공하므로 경제적인 도구 역할도 하는 셈이다.
고용에 유연함이 필요하므로 계약기간은 3개월로 한다. 그 사이 사업이 성장하고, 인재의 기여도나 타이밍 등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계약 기간이 늘어나기도 한다. 물론 특별한 경우다.
인재 전략은 연애를 닮았다. 이렇게 서로 간을 보고 썸을 타다가 마침내 연인의 관계가 되는가 하면, 서로 기대했던 부분이나 타이밍이 맞지 않아 좋은 친구로 남기도 한다. 이 둘의 가장 큰 전제는 바로 이것이다.
‘겪어 보기 전엔 모른다.’ 나는 이 방식이 회사와 개인 모두에게 급작스런 계약관계 성립이 아닌, 순차적인 시퀀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아직까지는 말이다.
6. 회사원의 부하 직원과 사장일 때 직원은 다르다
회사원일 때는 팀장, 이사로 부하 직원을 뽑고 관리하고 때로는 해고했다. 너는 너의 인생이 있고, 나는 나의 인생이 있다고 믿었다. 어쩌다 인연이 닿았을 뿐, 내가 그를 바꿀 수 없고, 그의 인생에 상관할 바 아니라고 생각했다. 언젠가 곧 짧은 시간 안에 이별할 사이였고, 못난 사람에겐 “다른 직장 가면 고생 좀 하겠군” 잘난 사람에겐 “뭘 하든 잘할 사람이야” 뭐 이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사장이 되고 나니 다르다. 공과 사를 구분하기 어렵고, 좋은 직원에겐 더 많이 해주고 싶고 (결재받을 윗사람이 없고, 대표로서 그럴 권한이 있으므로), 기대에 못 미치는 직원에겐 배신감 같은 미묘한 감정이 들 때가 한 번씩 있다. 나를 지지해주면 좋으련만 그런 직원은 드물다. 직원에게 단순히 직장이 아니라 삶의 실험장이고 새로운 도전을 위한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그걸 알아주는 이는 적고, 또 그만큼 내가 부족한 것을 깨닫는다.
어쩌면 이런 복잡다양한 감정 때문에 인사 담당자를 두는 것일까? 여하튼 동료를 대하는 이 두 입장은 너무도 다르다.
7. 진짜 전문가로 키우기
나는 위의 1번부터 4번까지를 여러 사이클 겪었다. 사회 생활 그리고 기업가 생활을 통틀어 100명 이상의 면접을 봤다. 20명 이상에게 해고 통보를 했다. 나와 더 일하자고 매달린 것도 10명 정도 된다.
그런데 ‘가치관에 맞는 누군가’를 진짜 전문가로 성장시키는 것은 해보지 못했다. 대기업이나 외국계 기업에서는 내부적으로 승진하기보다는 외부에서 영입하는 쉬운 길을 택하는 것 같다. 내부적으로 키우려고 하면 조급함을 참지 못한 인재가 버티지 못하고 떠난다.
컬트 조직 같은 문화 안에서도 전문가 그리고 후계경영자를 양성할 수 있을까?
그것은 나도 모른다. 만약 그럴 수 있다면 나는 그것만으로도 행운아다.
7. 나는 왜 이렇게 기록하는가
컬트 같은 초기 인재 구성 방식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단순히 ‘급여 OO 근무자, 주 1회 재택근무’라고 하면 훨씬 더 많은 모수를 얻을 수 있고, 더 많은 지원자를 모집할 수 있다. 내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단순히 돈을 버는 것 이상으로 기업 활동에서 의미를 찾고 싶기 때문이다. 소로우가 숲속에 들어가 자신만의 삶에 대한 정수를 갈구한 것처럼, 나 역시 기업가로 할 수 있는 다양하고 의미 있는 모험을 해 나갈 의무가 있다고 믿는다. 값진 길은 언제나 더 좁은 길이라고 믿으면서. (“내가 원하는 것은 돈이 아니다“)
그 기록은 이렇게 두서 없이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