헷갈린다.
책이나 소셜미디어에서 마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회사라는 안정을 벗어나라. 자신만의 길을 찾아라.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해서 그 길로 따라가지 마라. 마작가는 진심으로 그렇게 믿는다. 때문에 잘 나가던 사회 생활을 접고 백수가 되고, 작가가 되고, 프리랜서가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마작가에겐 마 편집장이라는 진화된 제 2의 정체성이 발생했다. 현실에서 마 편집장은 이렇게 말한다 (마 편집장은 출판 및 광고 서비스회사의 대표이사 사장이다). 우리 조직은 헌신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런 사람을 대우해지고 키워준다.
이율배반처럼 느껴진다.
마 편집장은 아주 특별한 조직을 만들고 싶기 때문에, 조직에 헌신하는 사람을 찾고 있다고 한다. 마 편집장은 이렇게 말했다.
“솔직히 말하면 회사에서 ‘할 일만 하고 가는’ 사람은 딱 중간이다. 아무리 일을 잘해도 딱 거기까지다. 국내외 탄탄한 회사에 몸담으면서 검증하고 목격했다. 일 잘하지만 ‘조직의 사람’이 되지 못하면, 조직 개편이나 승진 같은 좋은 일에서 늘 빠지기 마련이다. 좋은 기회가 오면 그 혜택은 일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조직의 사람에게 간다. 그건 작은 회사든 큰 회사든 마찬가지다. 스타트업을 해보니 역시 그렇게 느낀다. 회사는 (창업자와 리더급) 누구를 좋아하는가. 할 일 잘하는 사람은 쉽게 구할 수 있다. 그보다는 조직을 사랑하고 헌신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그렇다면 헌신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야근하는 사람인가? 아첨하는 사람인가? 여기에 대해 마 편집장은 이렇게 답했다.
“아니다. 회사의 목표에 대해, 어려움에 대해, 구성원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내고, 걱정하고 기뻐하며 공감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사람이다. 야근이나 아첨과는 상관이 없다. 생각해 보면 헌신에 대한 면은 연애의 룰과 꼭 닮았다. 혹등고래가 짝짓기할 때면 한 마리의 암컷 주위를 서너 마리의 수컷이 따라다닌다. 암컷 고래는 계속 도망을 치면서 수컷들을 시험하는데, 결국 다 떨어져 나가고 한 마리가 남을 때까지 그 테스트가 이어진다. 때로는 며칠 동안 그런다. 인간사도 그렇다. 사회적 스펙이 좋고, 인간적 매너가 좋아도 결국 연애를 시작하게 하는 건 서로에 대한 호기심과 헌신이다. 나와 함께 하기 위해 바쁜 시간을 쪼개고, 다소 합리적이지 않더라도 ‘나를 위해서’ 조금 더 양보하는 사람… 물론 여기엔, 역시나 연애의 룰처럼, ‘헌신하면 헌신짝 될 수 있는’ 함정이 존대한다. 그 리스크 감수는 개인의 선택이다.”
참으로 이율배반적이다.
안정을 떠나라고 말하면서, 회사 조직에 헌신하라니.
마 편집장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을 이었다.
“나도 그렇게 느낄 때가 많다. 게다가 나는 회사 동료들에게 이런 요구도 한다.
– 일만 잘하면 안 된다. 일하는 과정에서 창작가의 DNA를 키워야 한다.
– 칼퇴근 해라. 그리고 가서 네 진짜 할 일을 해라.
– 금요일은 회사에 오지 마라. 집에서, 혹은 특별한 장소에 가서 일해라. 대신 남는 에너지로 창작물을 내놔라.
생각해 보니 내가 ‘조직에 헌신하라’고 한 것에는 선제 조건이 있다. 그 조직이 내게 고차원적인 의미가 있어야 한다. 단순히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돈을 버는 건 1차원적이다.
회사생활의 고차원적 의미란 무엇인가. 이런 것이다
– 내가 가장 나다울 수 있는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것
– 자신이 주도적으로 프로젝트를 이끌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것
– 나와 비슷한 목적과 가치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것
– 내 인생의 재능을 검증하고 그것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
– 내 정체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일할 수 있는 것
마작가와 내가 설립한 회사는 “창작자들의 인생2막을 돕기위한” 사명(Mission)으로 시작했다. 출판, 음반, 영상, 디자인 콘텐츠를 제작, 유통하고, 마케팅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출판이 가장 큰 사업 분야다. 출판이야 말로 창작자들이 자신의 인생을 가장 새롭게 전환할 수 있는 수단이다. 진심으로 창작자들을 돕기 위해서는 창작 DNA를 가진 구성원이 가장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곳은 원고를 읽지도 않고 기계적으로 책을 내지만, 우리 회사는 작가의 마음으로 실제 창작 과정에 함께 한다. 그 점이 회사를 개성있고 가치있게 만들고 있다. 2023년에 이어 2024년에도 중앙일보에서 후원하는 대한민국 소비자만족도 1위를 수상했다.
나는 세상에 없던 회사를 만들고 싶다.
창작자의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주변인이 되기 쉽다. 창작은 자본으로 쉽게 치환되기 어려운 영역이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에는 창작 DNA를 가진 사람들로 가득 차길 바란다. 그들이 주변인이 아닌 주인공이 될 수 있는 회사가 되길 바란다. 그들이 창작자로써 DNA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일에 몰입하길 바란다. 매출 매입 기록상 차액을 찾기 위해 엑셀 파일의 함수를 돌리다가 숫자가 꼬이는 일 대신, 아름다운 작품에 걸맞는 이름을 지어주거나, 그 작품을 꼭 맞는 예술적 표지를 입히는 데에 자신의 시간을 투입하길 바란다.
세상에 없던 이런 멋진 회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회사가 탄탄해야 한다. 일거리가 계속 들어와야 한다. 창작자들이 창작 업무를 하면서 충분한 생계를 유지해야 하니까. 그만큼 중요한 게 있다. 이런 가치를 읽었을 때에 심장이 마구 박동하는 사람들이 합류해야 한다. 그들은 이런 가치에 헌신해야 한다. 그것이 자신의 창작 DNA를 지키고, 내 자신의 인생을 지키고, 존엄성과 생계를 지키고, 자신과 같은 사람들을 끌어모아 다른 사람을 구원하는 일이며 이 세상을 창작가들이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옆에서 이 이야기를 듣던 마작가가 말했다.
“바로 그게 내가 하려던 말이에요.” 마작가가 안정에 머무르지 말라한 것은, 마 편집장이 회사에 헌신하라는 말과 다르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