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반
2019년이 끝나고 2020년으로 바뀔 즈음, 나는 독립을 선언했다. 다짐했다. 다국적 기업의 브랜드 책임자 커리어를 끝으로, 다시는 직장인으로 돌아가지 않기로.
많은 일이 있었다. 그나마 일부를 책으로, 유튜브 영상으로, 블로그 글로 남겨놓았다. 내가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내 3년은 이 세계에서 증발해버렸을 것이다. 내 고민과 발전에 대한 증거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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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반을 정신없이 달렸다. 그리고 나서 최근에 어떤 사실을 발견했는데, 여기에 나는 조금 당황했다.

독립을 선언하고 지금까지 단 하루도 일을 하지 않은 적이 없다.
내게 저녁은 쉬는 시간이 아니었다. 낮에는 미처 하지 못했던 신사업을 추진하는 기회였다. 내게 주말은 쉬는 날이 아니었다. 부족한 글을 쓰고 영상을 만드는 보너스 타임이었다. 내게 잠은 쉬는 시간이 아니었다. 낮에 담아두었던 풀리지 않은 질문들이 무의식의 세계 안에서 세포의 사이사이로 답을 찾아다녔으므로 문제해결의 연장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번아웃이 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몸은 힘들었지만 내 삶은 그 어느 때보다 충만했다. 알 수 없는 미래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지만 그 과정 또한 어느 순간부터는 삶의 일부분이 되었다. 어느 암환우가 ‘병마와 싸우는 것이 삶의 한 형태’라고 말한 것처럼. 단 하루의 휴식도 없었던 3년 반에도 불구하고, 나는 전반적으로 알차고 의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이 일은 누가 시켜서 한 게 아니라, 순전히 내가 스스로 원해서, 동시에 자발적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한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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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는 또 한편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다시 내 삶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 말이다.

이제부터 나는 일주일에 하루를 안식일로 만들 예정이다.
안식일의 기원인 Sabbath는 이런 뜻이다. (sabbatical은 안식년)
안식일 Sabbath라는 용어는 특히 유대교와 기독교 등 다양한 종교 전통에서 지켜지는 휴식과 예배의 날이다. 유대교 전통에서 안식일은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저녁까지, 기독교에서는 일요일이다. 안식일은 휴식, 예배, 그리고 성찰을 위한 신성한 시간으로 여겨진다. 안식일 동안 사람들은 생계를 위한 일을 하지 않는다. 대신 종교적인 예배에 참석하고, 성경을 공부하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다른 사람들을 위한 행동처럼 영적인 활동에 집중한다. 안식일은 일상의 요구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찾고 믿음과 영적 성장의 문제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안식일을 지키는 것은 개인과 공동체에 따라 다르지만, 안식일의 핵심적인 목적은 휴식, 반성과 성찰, 그리고 신과의 연결을 위한 헌신적인 시간을 갖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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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은 내 새로운 안식일 리추얼이 될 것이다.
토요일의 규칙은 이렇다.
- 생계를 위한 활동을 하지 않는다 – 회사 매출을 위한 일, 내 개인 브랜드 홍보를 위한 일의 기획, 처리, 소통, 관리 등을 일체 하지 않는다.
- 지난 한 주를 깊이 성찰하고 그 결과를 충실하고 의미 있는 기록으로 남긴다 – 글이 주도하고 사진이나 영상을 보조해서, 한 주의 다양한 생각, 감정과 사건들을 정성적이고 정량적인 면이 통합된 완성도 있는 형태로 보존 기록한다 (Archive). 책으로 엮을 것을 고려해 작성하며, 한 편에서 다섯 편 사이로 적는다.
-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 웹페이지를 읽지 않는다 – 대신 인문 분야의 책을 천천히 읽는다
- 홀로 긴 산책을 한다 – 무언가를 목적으로 산책하지 않는다
- 신약성서를 읽고 묵상하고 기도한다
- 술을 마시지 않는다
두고 볼 일이다. 나의 새로운 안식일 리추얼로 내 인생이 또 어디로 향하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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