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 (퇴사미학)

만약 예전의 나처럼 누군가가 방황하고 있다면, 이 말을 하고 싶다. 결정이 머지 않았다. 무엇을 왜 결정해야 하는가.

*

방황은 진실로 멋지다.

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그게 나만의 생각은 아니다. 대 학자인 메슬로우도 그렇게 말했다. 인간의 욕망과 정신에 대한 최신 업데이트라 할 수 있는 그 지도는 이렇게 말한다.

배부르고 등 따스우면 그만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돈이나 권력을 잡고 남 앞에서 그럴 듯해 보여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 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아무리 돈이 많아도 여전히 배고픈 사람들이 있다. 자아실현과 자기초월 욕구를 가진 사람들이다. 이 욕구는 사다리의 맨 위에 있다. 방황이라는 거친 언어로 표현되었지만 사실은 고결한 관문이다. 나는 책 <방황하는 사람은 특별하다>에서 이 고차원적인 욕구에 대한 만족을 다락방이라는 상징으로 표현했다. 숨겨져 있어서 누구나 들어갈 수 없지만, 한번 들어가면 인류의 멘토가 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게 된다.

폭풍처럼 방황하지 않았던 인류의 스승이 있었던가. 내가 존경하는 인격들은 예외없이 방황했다. 그 방황을 통해 무엇이 탄생했나.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것들이 탄생했다.

물건이나 돈을 소유하고 싶다면 그놈을 잘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어쩌면 내가 진짜 원하지 않는 것일 수 있다. 사실은 그럴 확률이 매우 높다.

남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거짓 욕망을 추구한다면 그것이 결국 무엇을 남기는지를 성찰할 필요가 있다. 성공한 사람들이 기를 쓰고 말리는 것들을 들여다 보면, 우습게도 돈과 권력이다.

파멸한 사람들이 어떤 수순을 밟았는지 들여다 보라. 돈과 권력이다.

욕망의 진화가 덜된 사람들, 돈과 간판에서 멈춘 사람들이 아주 많다. 그들은 ‘나만의 길을 찾아야 한다’는 구도자들의 방황을 이해할 수 없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방황하는 사람은 고결한 사람이다.

*

돈을 내 마음대로 써보고 세상에서 좋다는 호화사치를 누렸다. 그 세계에 흠뻑 빠졌다. 약쟁이처럼 그 효력이 무뎌진 후에야 나는 알게 되었다. 좋은 직장과 고액 연봉, 남부러운 직급은 마약처럼 강력했지만 나만의 버튼은 아니었다. 그 상태를 연장하는 것은 나 자신을 모욕하는 일이었다. 그건 깨달음이 아니라 내가 느낀 감정이었다. 나는 내 삶에 대해 모욕적인 기분을 느꼈다. 누가 나를 모욕한 것처럼, 그러나 아무도 그러지 않은 것처럼.

남들이 내 앞에서 굽신댔다. 회사돈을 펑펑 쓰고 다녔다. 내게 맞지 않는 옷을 입고 광대 노릇을 하고 있었던 게다. 그 인생은 껍데기였다.

탐나는 광대 역할을 따내면 처음에는 기뻐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광대 역할을 한참이나 해본 후에는 알게 된다. 내가 그랬다. 거짓과 탐욕의 탈을 좋다고 넙죽 받아쓴 것을 보아 하니, 나는 타고난 천재보다는 우둔한 대중에 가까운 것이 분명하다.

그것을 깨닫고 나자 모든 것이 달라졌다. 내가 갖고 싶었던 그 모든 것이 하루 아침에 허무하게 느껴졌다.

*

여기까지가 예전의 내 이야기이고 동시에 방황하고 있는 여러분의 이야기이다. 몇몇은 “혹시 내 이야기인가”라고 생각하며 화들짝 놀란 상태인지 모르겠다. 실제 유튜브 구독자 댓글엔 (자신의 생각과 너무 똑같아서) 놀랐다는 반응이 많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무엇인가.

생각만 해서는 아무것도 달라질 게 없다. 결정해야 한다.

껍데기 인생을 싹쓸이하고 새로 출발하거나, 내면을 무시하고 조금만 더 조금만 더를 외치거나.

물론 후자의 경우는 실패한 대부분의 인생 선배들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나는 상상해본다. 그들의 노년 일기다.

아이쿠야, 젠장. 너무 늦어버렸다. 조금만 더 일찍 시작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조금만 조금만 하다가 수십 년이 흘렀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 보인다. 내가 이런 인생을 살 거라고는, 당시에는 꿈에도 생각 못했는데… (젊은이들이여 인생을 바로 살라)

그러나 그 어떤 젊은이들도 그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지 않는다. 왜인지는 말하지 않겠다. 그 인생을 두 번 모욕하게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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