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만 원의 기쁨과 슬픔

퇴사한 직장인에서 작가와 여러 개의 프리랜서를 거쳐 기업가가 되었다. 모두 2년 반 만에 일어난 일이다.

처음엔 월매출이 10만 원이었다. 조금씩 나만의 틈새를 발굴했고, 그 틈새가 닫힐 새라 비집고 벌리고 상처나길 2년 반 동안 반복했다. 이제 살림이 제법 커졌다. 3천만 원. 우리 기업 살림이 유지되려면 지금은 최소 3천만 원이 필요하다. 최근엔 그래도 월매출 5천만 원 안팎을 유지했다. 2023년엔 최고 월매출이 1억 가까이 나왔다.

겉으로 보기에 매출이 오른 건 기뻐할 일이다. 그런데 여기엔 치명적인 딜레마가 있다.

나는 어쩌면 3천만 원의 노예가 된 것이다. 빚을 내서 산 소와 여물을 위해 일하는 농부처럼, 아파트 빚을 위해 억지로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처럼, 잃은 판돈을 만회할 생각에 도박장을 떠나지 못하는 중독자처럼.

내 할일이니 미룰 수도 없다

3천 만원을 포기하는 건 큰 결심과 위험을 필요로 한다. 여러 명의 동료들에게 월급을 중단해야 한다. 계약한 사무실도 빼야 한다. 당장 일을 그만둘 수도 없다. 이미 맡은 미완성 프로젝트가 많기 때문이다.

3천만 원이 나중엔 1억이 될 수도 있다. 그러면 내 부담은 조금 더 커질 테지. 이런 압박감을 늘 데리고 사는 게 기업가의 일상이라니. 이걸 이제야 알았다.

이번 달은 운좋게 그 배를 했다. 다음 달이면 나는 또 3천만 원 벌러 간다. 이 맛에 사장 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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