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전략
지난 8월은 최고 매출을 세웠다. 9월은 보름 만에 매출 목표를 달성했다. 여러 가지 전략적, 전술적 원인이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프리미엄’ 전략이다.
창업 후 지난 2년의 성장은 대부분 프리미엄 전략 덕분이다. 더 높은 가격의 신제품과 서비스를 내놓는다. 대신 그 가격보다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한다. 이번 달 평균 프로젝트 계약금은 500만 원을 훌쩍 넘었다. 내 첫 서비스 비용은 39,000원이었다. 홈페이지를 만들면서 만든 첫 번째 야심찬 서비스 비용은 60만 원이었다. 당시엔 이게 엄청난 도전이었다. 그런데 이제 나는 1,000만 원짜리도 많이 판다.
내가 프리미엄 전략을 이해하는 것은 정말 행운이다. 영업부서에 있을 땐 프리미엄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양이 중요한 줄 알았다. 마케팅에 와서도 처음엔 잘 몰랐다. 한참 후에 깨달았다. 1,000원짜리 10개를 파는 것보다, 2,000원짜리 5개를 파는 게 더 영리하다는 것을. 그리고 기왕이면 10,000원짜리 1개를 파는 게 더 똑똑하고 더 고차원적이라는 것을 말이다.
더 비싼 것을 팔기 위해서는 기능에 뭔가를 더해야 한다. 감성일 수도, 비전일 수도 있다. 우리는 그런 걸 브랜드라고 부른다. 나는 시중 가격보다 2배 이상 비싼 스타벅스 신제품을 내면서 이 시장의 매력을 깨달았다. 그후에도 내가 일한 분야는 럭셔리 비즈니스였다. 나는 늘 시장 가격보다 적개는 30% 많게는 몇 배가 비싼 브랜드를 키워왔다. 이런 내가 값싼 서비스를 많이 파는 것보다 프리미엄에 집중한 것은 당연한 수순일까.

쉬어가기
이렇게 시장보다 프리미엄을 기획하고 실제로 마케팅해서 판매할 수 있는 노하우가 내게 있다. 그런데 이걸 가르쳐주고 싶은 사람, 또 가르쳐주고 싶어도 의욕적으로 배우려는 사람은 많지 않다. 손정의가 사업을 가르쳐준다고 했을 때 밑에 있던 직원들은 그를 허언증 환자라며 떠나갔다. ‘한국의 부자들’이라는 한상복 작가의 베스트셀러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자수성가한 기업인들이 직원들에게 하소연하듯이 ‘이 기술을 배우면 평생 먹고 사는 걱정은 안 하고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데도, 직원들은 실패가 보이는 길로 등을 돌린다. 내가 이제 막 생존을 하기 시작한 기업인이지만 내 꿈은 더 원대하다. 지금까지의 성공엔 공식이 있었고, 이걸 바탕으로 더 큰 길을 개척할 것이기 때문이다.
생존의 단계를 넘어섰다는 생각에 잠시 뿌듯했다. (두어 달?) 그렇지만 또 다른 숙제가 있다. 지속가능하게 만들기. 그리고 새로운 것을 계속 시도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공정’을 만드는 것이다. 그 방법은 결국 둘이다. 테크놀러지 그리고 사람.
테크놀러지는 긴 시간을 공부하고 시도하고 접목해야 할 숙제다. 그러나 사람은 당장 지금의 문제다. 창작콘텐츠를 비즈니스로 하고 있는 기업 특성 상, 창의적인 사람이 곧 기업의 자산이다. 그런데 창의적이기만 하면 안 된다. 일머리가 있어야 한다. 그런 사람, 참 드물다.
최근 우리 기업의 비전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 동료를 숙고 끝에 내보냈다. 그 과정에서 회사가 술렁였다. 몇몇 동료들이 고개를 갸우뚱했고, 퇴사 카드를 꺼내들었다. 썩은 사과를 도려내려 했는데 그 과정에서 내가 아끼는 튼실한 종묘 씨앗에 그만 상처를 준 꼴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나는 우리 조직이 한 템포 쉬어갔으면 좋겠다. 그래서 일도 덜 받고 있다. 광고도 줄였다. (그런 상황에서도 매출 목표를 보름 만에 달성했다는 것은 뿌듯한 일이다.)
나는 이런 생각을 자주 한다.
대표이사가 일일이 개입하지 않고서도 안정적으로 높은 수준의 결과물을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표이사 말고도 누군가가 함께 새로운 사업과 이 다음의 신나는 비즈니스에 대해 논하려면 어떤 것을 착수해야 할까.
37주차 기록
– 이런 생각을 하는 중에 2023년의 71%가 지나갔고, 2023년을 100세로 치면 오늘 나는 71세가 되었다
9월 10일 일요일. 뉴스레터 71호를 썼다. 막걸리를 마셨다. 내일 출근하는 두 명의 신입 인턴을 위해 회사 소개 자료를 적었다. 회사가 정신없이 커오면서 사람에 대한 주의가 부족했다고 인정한다.
9월 11일 월요일. 두 명의 인턴들과 뜻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고강도 운동을 했다. 상체만 운동했는데, 트레이너가 이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이제 운동 빈도도 충분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준비가 됐습니다. 상체와 하체를 분할해서 운동하시죠.” 이 트레이너와 훈련한 지 1년 반 만이다. 뿌듯하다. 나는 고강도 운동이 인생의 한 단면을 가르쳐준다고 믿는다. (“내가 고강도 운동을 사랑하는 이유“)
9월 12일 화요일. 회사에 사람이 들고 나가는 과정에서 공백이 많다. 내가 메운다. 일이 고되다. 퇴근 길에 노브랜드에서 사케 900ml짜리 하나를 사다가 생선구이와 다 비웠다.
9월 13일 수요일. 고강도 운동을 했다 (하체). 일이 고되다. 마음은 허전하다. 집에 오는 길에 노브랜드에서 냉동 감자튀김과 닭날개를 샀다. 스파클링 와인 한 병에 사온 튀김 안주를 후라이팬으로 요리해먹었다. 적당히 취한 상태에서 유튜브 영상을 편집했다. 술이 깨서 글을 썼다. “에브리데이 철인삼종”
9월 14일 목요일1. 전북에서 30분 나를 만나러 3시간을 달려온 작가님과 미팅했다. 세상엔 재밌고 기발한 운명을 산 사람들이 참 많다. 그런 분들을 위해 뭔가를 실질적으로 도와줄 수 있다는 것은 대단히 뿌듯한 일이다. 게다가 그런 일로 수익을 떳떳하게 얻을 수 있다니.
9월 14일 목요일2. 고강도 운동을 했다 (상체). 영상을 편집했다. 맥주를 마셨다.
9월 14일 목요일3. 온 가족이 들고 일어났다. 말하자면 그렇다. 내가 너무 자주 (매일) 술을 마신다는 것이다. 나도 인정한다. 사는 게 괴(외)로워서 그랬다고 말하려다 비겁해서 참았다. 앞으로 일주일에 한 번은 술을 마시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그게 괜찮으면 두 번, 세 번… 이렇게 하기로 했다. 대신 아이들도 약속을 걸었다. 일주일에 한 번은 식사 외에 간식을 먹지 않기로 했다. 서로 계약서를 썼다. 그 날을 토요일로 정했다.
9월 15일 금요일.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네 시간이나 붙잡고 있었다. 퇴사하고 나간 분께 맡긴 일이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엉망진창이라 차마 고객에게 전달할 수 없었다. 업무 외 일의 성격이 있어서 프리랜서 비용까지 지급했는데 일처리는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다. 책임감에 대해 많이 생각한 날이다. 그만큼 책임감을 가진 사람을 만나는 것은 귀하고 복 있는 일이다.
9월 15일 금요일2. 프리미엄 계약을 세 건 했다. 책 ‘제로투원’을 재독했다. 훌륭한 책이다. 술을 마시지 않았다.

9월 16일 토요일. 아침에 36주차 기록을 썼다 (“한 해의 65%, 36주차 기록“). 이른 오후에 아들과 6km 산책을 했다. 드라마를 봤다. 삼겹살을 사다가 구워먹었다. 술을 마시지 않았다. 배를 깔고 누워 37주차 기록에 대해 수첩에 적고 이렇게 블로그에 적는다. (그리고 영상 편집을 했다)
내가 기업을 하는 동안은 끊이지 않고 새로운 메뉴와 기발한 서비스를 시도할 것이다. 그것이 지금 내 사업의 소박한 생존 비법이다.
마작가, 2023
내가 살아있는 동안, 끝없이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그것을 영상이나 글로 남길 것이다. 그것이 내가 살아있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