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기업 그리고 자동화

세스 고딘은 프리랜서와 기업의 차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프리랜서는 자신의 기술로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돈을 번다. 기업은 시스템을 만들어 자동으로 돈을 벌어오는 공장을 만드는 것과 같다.

이와 관련해 2년 간 기업을 운영하며 내가 느낀 점을 기록한다. 자기 힘으로 주도적인 인생을 살기 위해 프리랜서와 기업을 계획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처음부터 자동화된 시스템을 목표로 하면 창업 자체가 어렵다. 특히 자동화된 플렛폼을 만드는 것에 대한 신화와 환상은 사업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만의 전유물인 듯하다. (쿠팡이 플렛폼 사업으로 1조를 쓰고 나서야 겨우 손익분기점에 도달했다는 것을 기억하라.) 이제 방금 창업했는데 자동화된 시스템을 운운하는 것은 바지를 내리지 않고 오줌을 누려하는 4살 꼬마와 같다. 자동화에 성공한 기업들이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 조사해보면 안다.

모든 창업은 투박하고 초라하다. 시장에서 자리를 잡고 1년이라도 생존하라. 그게 첫 단계다. (아, 나는 2년이나 생존했다는 사실이 가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뿌듯하다. 게다가 내가 설립한 기업은 계속 성장하고 있고 시장 안에서 소비자와 업계 종사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자동화가 꼭 기술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내가 깨달은 점이다. 사람을 통한 자동화도 가능하다. 그 핵심 시스템이 바로 위임이다. 위임을 통해 자동화가 이루어지려면 이런 것들이 중요하다.

이런 사람을 찾을 것 : 나아지려는 의지가 있는 사람. 조직과 문화를 호의적으로 보는 사람. 자기 효능감이 있는 사람. 일하는 과정에서 일머리가 있는 사람.

그런 훌륭한 인재가 왜 초라한 스타트업에서 일하려고 할까? 그 스토리를 만드는 게 내 몫이다. 보수와 워라밸, 근속년수와 같은 외적 요인이 아니라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고, 다른 곳에서는 겪을 수 없는 독특한 문화와 경험을 선사하는 것. 아마도 평생 노력해야 할 분야일 것이다. 그리고 그럼 사람이 몇 명 모였을 때에, 기업의 문화는 더이상 내가 신경쓰지 않아도 될 만큼 독특하고 고유하고 강력해져 있을 테지.

지난 2년 간 나는 비공식적으로 남몰래 다양한 형태의 위임을 실험했다. 어떻게 보면 위임은 내게 가장 큰 실패였고, 동시에 가장 큰 배움이었다.

자동화의 주요 동력인 “위임”이 작동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정성적 요소인 의지, 정량적 요소인 일머리. 기업과의 궁합은 아주아주 중요하지만, 일정한 결과 수준을 만들어내는 일머리가 없이는 기본적으로 해야 할 기업의 기능이 미숙해지기 때문이다. 아무리 사랑스러워도 일머리가 없으면 곤란하다.

일머리가 있어도 회사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으면 그 일머리는 독이 된다. 회사와 구성원의 관계는 남녀의 연애 사업과 같다. 애정이 식으면 연애의 기본 계약이 깨지는 것과 같다. 한 때 존경했던 샌프란시스코 앤젤투자자 마크 서스터는 이렇게 얘기했다.

태도가 좋지 않은 사람은 썩은 사과와 같다. 아무리 똑똑해도 그렇다. 한 개의 썩은 사과가 컨테이너 전체의 사과를 썩게 한다.

기업의 인재관리는 결국엔 두 가지가 핵심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첫째 컬트 같은 문화를 위해 회사의 지향점과 맞는 사람을 찾아 채용하는 것. 애초에 이 회사를 좋아하고 지지할 수밖에 없는 사람을 찾으면 성과 관리나 동기부여 같은 관리도구가 아닌 ‘그 사람을 진심으로 지원하고 응원’하기만 해도 그는 성장한다. 둘째 어떤 구성원이 썩은 사과인지 아닌지를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불편한 결단을 내리는 것.

댓글로 소통해요

맨위로 스크롤

I Love MaLife 마작가의 다이어리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