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까지 나는 직장인이었다. 수백 번의 방황 끝에 나는 이런 생각에 이르렀다.
다시는 직장으로 돌아가지 않겠다. 다른 사람이 내 삶을 뒤흔들게 두지 않겠다.
그후로 내가 걸어온 길은 100개가 넘는 이 블로그 포스팅과 4권의 책 그리고 200개가 넘는 유튜브 영상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중에는 특이하게도 기업가의 길이 있다. 뒤돌아 보면 신기하다. 그래서 나눔직하다.
돈.
생계를 위해 나는 닥치는 대로 프리랜서를 시작했다. 물론 아무거나는 아니었고, 돈을 벌면서도 내 길을 찾는 방식을 헌신적으로 찾아 다녔다. 그때는 자신을 프리랜서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그러나 지나고 보니 나는 프리랜서였다.
내가 했던 프리랜서 일들은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프리랜서에서 기업으로 전환을 시도한 건 아주 자연스러웠다.
왜 기업화를 시도했냐고 누가 묻는다면 이렇게 답할 것이다.
첫째, 프리랜서는 돈을 위한 수단으로 느껴졌다. 그 이상의 의미를 찾고 싶었다. 내 인생을 타고난 것 이상으로 확장한다고나 할까. 더 큰 영향력을 끼치고 싶었다. 그 방법은 기업이었다.
둘째, 프리랜서는 개인사업자였다. 개인사업자는 태생적으로 한시적이다. 대표자가 죽으면 사업도 없어진다. 영업권을 팔 수 있지만 사업은 없어진다. 나는 영속하는 것을 만들고 싶었다. 내가 죽어도 누군가를 위해 봉사하고 꿈을 주는 그런 조직. 기업의 형태였다.
셋째,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기업이라는 울타리에서 불러 모으고 돕고 싶었다. 나처럼 직장인에서 제2의 인생으로 전환하려는 사람들이 초기에 생계를 유지하면서도 꿈을 잃지 않는 인큐베이터 같은 곳 말이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런 동료들과 일하고 있다. 우리는 서로의 꿈을 이야기한다. 그 꿈은 직장에 없다. 하지만 누구도 그런 것을 미안해하지 않는다.)

시간으로 따지면 백수로 글을 쓰고 작가가 되는 데에 1년이 걸렸다. 그리고 나서 1년 정도 프리랜서 생활을 했다. 그 후에 주식회사로 법인을 설립했다. 이 모든 게 2년 반 만에 이루어졌기 때문에, 가끔은 나 자신도 신기하다.
프리랜서에서 기업으로 전환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단순히 형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내 작은 성공은 이 세 가지 덕분이다. (마음가짐은 언급하지 않았다.)
1. 매출
프리랜서 매출이 늘어나면서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요새 월 천만 원이 인기인데, 프리랜서가 그 정도를 벌면 미친 듯이 일해야 한다. 그래서 함께 할 사람을 찾게 되고, 그것이 기업화의 아주 작은 틈새다. 내가 매출을 어떻게 늘일 수 있었냐. 아, 이건 책 한 권 이야기다. 유튜브에서 여러 번 이야기했다.
어쨌든 매출이 계속 증가했다. 지속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나만의 시장을 찾았다고 믿었다. 그 지표는 수익성과 매출이었다.
2. 시장 비웃기
시장에서 이미 정해진 규칙을 나는 비웃었다. 시장의 기존 플레이어들을 비웃었다.
이미 시장에서 자리 잡은 규칙을 따르면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난 초보니까. 그리고 그 규칙을 따르면 따를수록 내가 쓸 수 있는 카드는 가격 후려치기로 좁혀진다. 가격을 낮게 부르고 일을 가져오면 일을 열심히 해도 수익이 안 난다. 직장인이 평생 일해도 아파트 한 채 사기 힘든 것과 같다.
나는 시장의 규칙을 무시하는 방식으로 내 판로를 개척했다.
더 싸게, 더 빨리, 더 쉽게!
소비자가 만족하는 결과만 내면 된다!
첫째, 더 싸게. 내 가격은 시장 가격으로 맞추되 수익을 내려면? 비용을 낮춰야 한다. 예를 들어 나는 언론 보도자료를 써주고 배포를 대행해주는 프리랜서를 했었다. (나는 그런 분야에 종사하지 않았고 어떤 네트워크도 없었다!) 가격은 10만 원 선이다. 그런데 배포 외주 대행료가 7-8만 원이다. 내게는 2-3만 원이 남는다. 이렇게 몇 번을 하다가 든 생각은 “배포를 내가 직접하면 되잖아”였다. 언론사에 전화를 돌렸다. 아주 우연한 계기로 보도자료 배포에도 도매상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배포 비용은 2만 원이었다. 단순히 이렇게 함으로써 내 건당 수익은 2-3만 원에서 7-8만 원이 되었다.
둘째, 더 빠르고 쉽게. 남들은 5시간 걸려서 하는 일을 1시간 만에 할 수 있어야 한다. 프리랜서에게 시간은 곧 돈이니까. 예를 들어 나는 출판 대행 프리랜서를 했었다. (이 역시 내가 종사했던 분야가 아니며 어떤 네트워크도 없었다!) 처음엔 시장에 내놓는 것만 대행하다가 나중에는 제작도 대행했다. 원고를 책으로 만들어주는 일이다. 종이책을 만드는 툴은 인디자인이다. 그래서 인디자인을 배웠다. (인디자인을 할 줄 알아서 한 게 아니라, 일을 받은 후에 그걸 해내기 위해 인디자인을 배웠다). 그런데 효율이 안 나왔다. 그래서 워드로 했다. 실제 종이로 인쇄를 해보면 인디자인으로 했는지 워드로 했는지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만들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시장에서 인디자인 편집자는 페이지 당 15,000 원을 받는다. 나는 그 반값에, 1/3의 시간을 들여 할 수 있었다.
즉 시장에서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 ‘정통’을 고집하기보다, 시장의 규칙을 무시하고 조롱하는 형태로 경쟁력을 확보했다.
시장과 전략에 대해서는 이 책을 추천한다. 내 젊은 날에 보내는 비밀 레시피
3. 나만의 패키지로 묶기
프리랜서 시장이라는 게 시세가 이미 정해져 있다. 업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정도가 아니라면 프리랜서는 그 시세에서 꼼짝없이 갇혀 있을 수밖에 없다.
대부분 프리랜서가 여기서 허우적거린다.
세상에 없는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몰드를 뜨고 골방에 쳐박혀 연구를 할 필요는 없다. 새로운 조합을 만들면 된다.
예를 들어보겠다. 나는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 프리랜서를 조합해 나만의 서비스를 만들었다. 출판을 대행하면서 나는 제작까지 손수해줬다. 그것도 아주 싸고 간단한 방법으로 했다. 의뢰인을 만족시키는 건 기본이었다. 그러나 이 역시 기존 시장의 가격 가이드를 벗어나기 힘들다. 그래서 나는 또 다른 프리랜서 일이었던 언론 보도를 결합시켰다. 자비출판을 하고 나서 가장 아쉬운 게 마케팅인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원고를 주면 책으로 제작을 해주고, 서점에 등록해주고, 그 내용에 대한 기사를 직접 써서 뉴스에 내보내주는 서비스. 그런 서비스는 매우 드물었다.
드물다는 게 뭔가?
가격을 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스마트폰 가격대가 정해져 있지만, 그 가격을 처음 만든 것은 최초의 스마트폰인 아이폰 3GS다. 시장에 없던 조합을 만들면 가격에서 자유로워진다. 비교할 경쟁 상대도 없다.
여기에서 수익이 나온다. 기존 경쟁상대보다 높은 가격을 매길 수 있는 전략이고, 거기서 경쟁상대는 꿈도 못 꾸는 수익률이 나온다.
이를 위해 절대적인 단서가 있다. 이 일들을 외주로 해결하려고 하면 안 된다. 내가 직접 이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외주를 주면 가격 거품이 낀다. 마트와 직거래를 보라. 여러 사람이 손을 댈수록 가격은 필히 올라간다. 가격이 올라가면 경쟁에서 지속할 수 없고, 수익이 나지 않으니 점점 잃는 게임이다. 만약 외주를 해야 한다면 아주 저렴하게 하거나, 아예 직원을 두고 교육시키는 것이 낫다.
급하게 결론을 내면 이렇다.
프리랜서에서 기업가가 되기 위해서는 이 생각을 버려야 한다.
나는 내 일만 하고 나머지는 전문가한테 맡기지 뭐.
프리랜서는 자기 분야만 알지만, 기업가는 기업의 모든 면을 알아야만 한다. 그래야 이런 저런 조합을 만들고 자기만의 시장을 창조하고, 거기에서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과 수익을 얻는다. 기업이 수익을 얻지 못하면 기업이 아니다.
그러기 위해 내가 배운 것들은 인디자인,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홈페이지 제작 툴 – 실제 연매출 4억짜리 비즈니스 홈페이지도 내가 직접 만들었다 외주로 줬으면 수백 만 원에 매월 관리비가 줄줄 샜을 것이다, 이메일 자동화 툴, 동영상 편집 툴, 언론 보도자료 작성법, 보도자료 배포방법, 세금계산서 발행 방법, 법인 설립 방법, 구글 광고, 페이스북 광고하는 방법, 광고 배너 디자인하는 방법, 책표지 디자인하는 방법,…. 등이며 이는 모두 독학으로 시행착오를 겪으며 배웠다. 직장 생활을 하며 이런 것들을 할 줄 알았냐면 전혀 그렇지 않다.
아니, 그렇게 어려워서야 기업가 하겠나?
여기에 맹점이 있다. 나는 이런 길을 미리 알고 헤쳐온 게 아니다. 나만의 길을 찾겠다는 집념으로 하나씩 하나씩, 도장깨기 하듯이 걸어왔다. 되돌아 보니 “아 이렇더라”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겁 먹을 필요 없다.
지금 이 순간, 오늘 하루에 충실하는 게 더 중요하다. 쓸데없이 시간 낭비하지 말고, 중요하지 않은 일들에 휘둘리지 말고, 자신의 길을 찾아, 희망도 절망도 없이 말이다.
2022. 9월. 어느 새벽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