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기 좋은 나이

대학생 때는 군대 다녀온 4학년 선배들이 존경스러웠다. 담배를 피우며 인생이 어쩌니, 내가 어렸을 땐 어쨌느니…. 그러다 사회에 나오면 알게 된다. 대학생에겐 눈길도 주지 않는다. 직장에서 날고 기어도 사회에 나오면 똑같은 일이 반복된다.

‘나이’에 대한 자기 인식은 매우 상대적이다. 나도 퇴사 후 나이에 대한 반전을 경험했다.

나는 마흔 둘에 독립했다. 글로벌 회사였는데 오십이 넘은 사람이 거의 없었다. 마흔 후반 정도면 굉장한 시니어에 속했다. 어쩌다 한 번씩 거래처에서 오십 넘은 사람이 오면 사람들은 중늙은이 취급을 했다. 그런 문화가 당연하게 여겨졌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면 이렇게 퇴화한다. 시야가 좁아진다. 나이 오십 먹은 사람을 중늙은이로 볼 만큼 옹졸한 눈을 갖게 된다.

지금 나는 사십 대 후반이다. 글로벌 회사를 계속 다녔다면 말년 병장이 되었을 거다. 당시 나이 오십이던 동료들은 ‘나이 먹어서…’, ‘이 나이에…’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인생을 다 산 것처럼 고뇌하는 대학교 4학년 학생처럼 같잖고 우스울 뿐이다.

가끔 고객들이 우리 사무실을 방문한다. 부부가 함께 오기도 하고, 대학생 딸과 오기도 한다. 실제로 고객들을 만날 때마다 내가 듣는 말이 있다.

“사장이 젊으니까 역시 다르다.”

사무실을 구하러 부동산 사장님을 만나도 “사장님이 젊다”고 놀란다. 임대인을 만나도 “사장님이 이렇게 어리냐”고 한다. 때로는 화난 고객들이 “젊은 사장이…”라고 역성을 내기도 한다. 이런 이야기를 자꾸 들으니 내 생각도 따라 변한다. 나는 아직 젊고 어린 사장이다. 당연히 에너지가 넘치고 새로운 시도를 멈추고 싶지 않다.

2023년 기준 대한민국의 중위 나이는 42세다. 줄을 세웠을 때 딱 중간이 마흔 둘이다. 학생들을 빼면 사회 생활을 하는 사람 중엔 여전히 ‘어리다.’

퇴사하기 좋은 나이를 물으면 난 삼십 대 후반에서 사십 대 초반이라고 말한다. 인간의 생물학적 수명이 서른 여덟이라는 가정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따로 있다. 마흔이 넘어가면 조직에서 스스로 ‘한 물 간’ 사람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 치욕스러운 점도 있다. 주변의 시선이다. 그래서 구본형 선배는 모욕을 당하기 전에 조직을 떠나라고 충고했을 것이다.

사회에 나와 보면 안다. 사십 대는 아직 꼬꼬마다.

‘이 나이에 무슨…’ 이런 말 쓰면 어른들한테 혼난다.

댓글로 소통해요

맨위로 스크롤

I Love MaLife 마작가의 다이어리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