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인터뷰를 했다. 비가 와서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을 선택했다. 화보 촬영을 위해 수트 케이스에 옷과 신발을 넣고 이동했다. 화보 촬영 한 시간이 끝나고 주변 카페에서 마저 인터뷰를 끝냈다.

미팅을 위해 사무실로 이동했다. 평소보다 말을 많이 하면 기력이 금세 빠진다. 오늘은 주제도 재밌었고 함께 시간을 보낸 분들도 왠지 느낌이 좋았다.
다시 반바지에 슬리퍼를 갈아신고 지하철을 탔다. 몸이 노곤하니 졸음이 쏟아졌다. 지하철에서 내려 의자에 앉았다. ‘고되다…’
지하철이 문을 닫고 떠나간다.
그리고 나서야 뭔가 허전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옷가방이 없다. ㅅ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선로를 뛰어가서 지하철 뒤를 쫓아야 하나.’ ‘택시를 타고 지하철을 앞질러 가서 다시 타야 하나.’

서둘러 ‘지하철 분실물 신고’를 검색하니 무슨 사이트 하나가 뜬다. 공공기관 홈페이지다. 안내번호로 전화했더니 직원이 받았다.
방금 내린 지하철에 귀중품을 두고 내렸습니다.
직원의 안내는 이랬다. “홈페이지에 회원 가입 신청을 하시고 안내에 따라 신청해주세요.”
“저는 지금 당장 급한데 바로 조치할 수는 없을까요.”
“홈페이지에 회원 가입을…”
차라리 역사무소로 가자. 개찰구를 나오자 마자 직원 두 명이 기계를 손 보고 있었다.
역 사무실이 어딘가요?
“왜 그러시죠?”
“방금 내린 열차에 중요한 걸 두고 내렸어요. 바로 출발했어요.”
“따라 오세요.”
직원 발걸음도 내 마음을 알고 빠르다. 순간 은인을 만난 기분이 들었다. 20대로 보이는 여자 분이셨는데 찾지 못해도 좋으니 정말 감사하다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내린 승차장은 2-1이란 걸 알려줬다. 열차번호를 적더니, 연락을 해보겠다고 한다. 내 전화번호를 적고, 나는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곤 사무실로 갔다.
나는 좀처럼 물건을 잃어버리지 않는다. 좀처럼 깜빡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오늘 이렇게 인터뷰를 기분좋게 해놓고 뭔가를 잃어버리다니,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게 인생인가-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무실에서 미팅 하나를 끝냈는데 연락이 왔다.
“옷가방을 찾았어요. 3정거장 떨어진 역 사무실에 보관중이니까 시간 내서 찾아가세요.”
결국 나는 아무것도 잃지 않았고, 그 기념으로 맥주를 한 잔 마셨다. 뭔가를 잃었다가 다시 찾는 일은 인생에서 드문 일이다. 자기 전에 감사 기도를 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