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카센터 사장과 나눈 사업 경영 이야기

차가 말썽이다.1

나는 5년째 유명 카센터 단골이다. 어찌나 실력이 좋은지 “성지”라는 칭호를 얻었다. 실제 이 카센터는 세계적 자동차 브랜드 서비스센터에서 일하던 세 명의 엔지니어가 퇴사하고 직접 만든 정비소다.

선물용 음료를 한 박스 사갔다. 마침 휴가철이라 한산하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카센터 경영의 어려움이 나왔다.

나 / 직원이 많이 바뀌었다. 숫자도 줄었다.

사장 / (한숨)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고비를 겪었다. 유명하니까 돈을 많이 버는 줄 아는데 그렇지 않다.

나 / 그래도 성지인데?

사장 / (한숨) 우리는 바가지를 씌우지 않는다. 공임 인건비를 통해 그나마 남기는 거다. 다른 수입차 정비소들은 우리의 두 배 세 배를 받는다.

나 / 그럼 어떻게 운영되나

사장 / 결국 물량이다. 인지도가 있다 보니 다른 곳에서 한 대 수리할 때 우리는 두 대 세 대를 의뢰받는다. 또 한 번 온 사람들이 계속 찾으니.

나 / 몰랐다

사장 / 물량이 많다 보니 직원을 늘렸다. 직원이 늘어나니 유지비가 웬만한 중소제조기업만큼 나왔다. 직원 관리도 안 됐다. 결국 직원을 확 줄이기로 했다. 경기가 안 좋아지니 물량도 조금 줄었고, 속도를 늦추더라도 제대로 하려고 한다.


30분 남짓한 대화였다. 손과 얼굴이 기름으로 얼룩진 엔지니어.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자동차 정비업체의 창립자. 그런 사람이라면 초호화 생활을 누릴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역시 나와 비슷했다. 무엇보다 내 고민과 상당 부분 비슷하다는 점에 놀랐다.

이 짧은 대화편에는 각종 마케팅과 경영 전략의 개념들이 숨어있다. 매출 증대를 위한 3가지 루트인 침투율, 가격전략, 재구매율. 브랜드 포지셔닝. 신규 유입 전략. Operational Excellence (운영 탁월성)를 위한 비용, 관리 그리고 인사 전략까지.

어쩌면 내가 경영자로서 걸어가고자 하는 길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고, 또 많은 영감을 받은 대화였다.

지름길보다는 나의 길을 꾸준히 걷기. 감당 못할 성장보다는 내실. 그 결과로 얻어지는 ‘특정 분야’에서의 명성과 신뢰… 뭐 그런 것들이다.

그 길을 위해서 사장님이나 나나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 있다. 혀가 아닌 손에 기름을 묻혀야 한다는 것이다.

  1. 고장 난 이유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장마철에 5주 정도 방치했더니 생긴 일이라고 나는 짐작한다. 하물며 기계도 그러할진데, 사람의 신체는 어떠할까. 신체가 그러하다면 우리의 정신은 또 어떨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수직 구조에서 오래 일하며 자발적인 동력을 잃어버린 사람이라면, 제빨리 고착된 부품들을 윤활하고 오버홀하지 않으면 다시는 제대로 굴러가지 않으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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