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런 질문을 던졌다. 여름에 시도할 만한 근무 여건이 있을까요?
(이미 하고 있는) 재택근무를 늘려 볼까요, 아니면 실리콘 밸리 스타트업처럼 여름에는 근무 시간을 한 시간 줄여 보던지…
누군가 말했다.
“그냥 하루 덜 일하는 건 어때요?”
예전 같으면 이렇게 말했을 거다.
“오, 굿 아이디어! 그럴 거면 이틀 놉시다. 아, 회사에서 그 정도는 해줘야 직원들도 힘을 내서 열심히 일하지!” 그때는 회사가 어떻게 되든 간에 나만 편하면 그만이었으니까. 물론 회사가 망하는 건 나를 귀찮게 하는 일이므로 원치 않았다.

이번에는 그렇게 말하지 못했다. 조금 당황해서 아직은 우리가 준비되지 않은 것 같다고 둘러댔다.
나는 직원들의 월급을 주는 것도 벅차다. 그래도 1년 반 만에 자리를 잡았다. 그 와중에 매출이 늘어가는 것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 자부심을 어쩌면 나만 느끼고 있는 것 같을 때가 있는데, 그건 초보 사장으로써 내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생존을 고민하는 사장에게 괜찮은 유머를 발휘하기란 참 어렵다. 그것도 신변잡기가 아닌 회사에 대한 이야기라면 말이다.
“주4일 근무 좋죠. 그러면 주5일에서 주4일이니까, 월급 20% 삭감! 콜?” 이런 걸 유머랍시고 던지면 큰일이다.
이뤄질 수 없는 사장의 꿈이 “사장 같은 마인드의 직원”이라고 한다. 이뤄질 수 없는 직원의 꿈은 “직원 같은 마인드의 사장”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는 상대적이다. 내가 누군가로부터 고용된다면 나는 비로소 이런 농담을 할 수 있을 텐지.
“우리가 원하는 것? 간단하죠. 그냥 일주일에 하루를 더 쉽시다. 아니면 이틀이나...? 그래, 여름엔 삼 일!”
(그리고 그 사장은 지금 나 같은 일기를 쓰겠지)
부록 – 사장의 마음을 헤아리는 방법
사장이 아닌 유튜버로써 내가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준비하고 퇴사하려고 하면 평생 못 해요. 퇴사 자체가 곧 준비예요.
제 아무리 경영학 박사라고 해도 누군가로부터 고용되어있는 것에 더 편안함을 느낀다면 결코 사장학을 알지 못할 것이다. 아무리 실리콘 밸리의 경영 신화를 수백 건 읽었다 해도, 그의 머리 속 “경영”은 현실과 거리가 먼 공상으로 가득차 있을 것이다. 그가 사장의 마음을 헤아리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고용을 벗어나 직접 몸으로 시장의 파도를 타는 것이다. 그리고 비로소 한두 명을 고용할 수 있게 된다면, 그는 경영의 기본을 깨닫게 될 것이다.
경영의 실상은 시장에서 박박 기며 생존하는 것이다. 리조트 썬배드에서 칵테일을 마시며 스마트폰으로 컨펌하는 일도 어쩌면 일생에 한두 번은 있을 것이다.
무언가 되고 싶다면 관찰자 입장에서 배우지 마라. 당사자가 돼라. 자신을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위치”로 위치시키면 “그렇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