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론 머스크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다.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좋아하는 출판기획자/작가인 월터 아이작슨 때문이다. 그는 2023년 일론 머스크의 전기를 썼다. 순서가 뒤바뀐 셈이다. 일론 머스크가 좋아서 그에 대한 책을 읽은 게 아니라, 월터 아이작슨이 일론 머스크에 대해 썼기 때문에 일론 머스크를 알게 된 것이다.
월터 아이작슨은 타임지 CEO를 지낸 사업가지만 작가다. 그가 쓴 전기 ‘스티브 잡스’는 내 인생 책 중 하나다. 800 페이지짜리 책을 단숨에 읽었다. 가끔 밑줄 친 부분을 다시 읽기도 한다. 원서를 읽고 싶어서 킨들에서 영어 오디오북까지 샀다.
일론 머스크와 스티브 잡스
월터 아이작슨이 노린 것인지는 모르겠다. 이 둘은, 월터 아이작슨에 쓴 바에 의하면 깜짝 놀랄 정도로 비슷하다.
이 두 사람의 스토리를 읽으며 내 일처럼 빠져들었다. 인생의 어려운 대목에서는 독자로서 같이 긴장하고, 성취했을 때에는 덩달아 감동을 느꼈다.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지금 내 상황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책 ‘일론 머스크’는 무척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스티브 잡스’와 함께 모니터 받침으로 쓰면서 계속 옆에 둘 예정이다.
더 자세히 적을 날이 오겠지만 생각난 것들을 간단하게 기록한다. 이 리스트는 일론 머스크의 전기에서 발견한 스티브 잡스와의 공통점이다. 그리고 내 관심을 끌었던 부분이다. 아마도 기업하고 있는 내 고민과 닿아있기 때문이리라.
- 일론 머스크는 무모한 시도를 많이 했다. 너무나 많이 했다. 그 시도를 보는 재미로 이 책을 읽어도 좋다. 일론 머스크는 전화번호부를 지도와 연계한 온라인 서비스로 첫 성공을 하고, 그 다음엔 온라인 결제 시스템인 페이팔로 큰 돈을 벌었다. 그러나 이 다음부터 그가 시도한 것들은 전혀 다른 분야다. 그중에 일부만 언급하면 이렇다.
– 자동차 회사를 만들었다. (그는 자동차 공장 근처에도 가본 적 없는 사람이다). 테슬라다.
– 우주 회사를 만들었다. (민간인 최초로 우주 탐사선을 쏜 회사가 그가 설립하나 스페이스X다). 우주회사라… 물론 그가 우주항공 장비에 대해 뭘 알았냐면, 전혀 아니다. NASA는 우주 탐사 계획을 모두 철회한 상태고, 명맥 유지는 일론 머스크를 통해 하고 있다. 그 정도로 사업이 컸다. 일론 머스크의 꿈은 화성 식민지 건설이다. 진심이다.
– 태양열 사업을 시작했다. 테슬라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하면 납득이 간다.
– 위성 사업을 시작했다. 납득이 간다.
– 로보트 사업을 시작했다. 진짜 인간을 닮은 인공지능을 탑재했으며 진짜 인간처럼 보이는 로보트다. 그가 로보트에 대해 뭘 알겠는가. 인류 중 그 누구도 아직 로보트의 미래를 모른다. 다만 일론 머스크는 로보트의 가장 선두에 서 있고, 그 미래를 창조하는 사람 중 하나다.
– 인공지능 사업을 시작했다. 우리가 잘 아는 챗GPT는 그가 펀딩한 오픈ai라는 회사의 작품이다.
– 트위터를 인수하고 X로 바꿔버렸다. 그의 꿈은 이 소셜미디어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인공지능으로 활용하고, 결제시스템과 연동해 세계에서 가장 큰 금융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다. - 스티브 잡스의 무모한 시도는 또 어떤가. 컴퓨터를 처음 만들었고, 게다가 폐쇄형 소프트웨어를 고집했다. 전화기를 만들고, 시계를 만들고, 나중엔 애니메이션 회사인 픽사를 차렸다. 스티브 잡스가 뭐만 하려고 하면 사람들이 득달 같이 달려들어서 “그건 망하는 길이야”라고 했다.
- 일론 머스크과 스티브 잡스는 리스크를 감수하는 정도가 아니라, 리스크를 사랑했다. 난관들을 돌파할 때 희열을 느꼈다.
- 일론 머스크는 코딩 교육을 받지 않았다. 중학교 때 이미 코딩을 독학해서 게임을 만들었다. 스티브 잡스는 컴퓨터에 대해 교육받은 적이 없다. 둘 다 전문성을 독학으로 얻었다. 정규 교육은 ‘별로’라고 생각했다. 필요한 게 있으면 직접 배웠다. 대부분 엄청난 몰입으로 파고들었다.
- 일론 머스크는 수익화 모델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사명도 중요했지만, 그 사명 달성을 위해서는 당장의 수익도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화성에 가겠다는 미친 사명 뒤에, 지속가능한 수익을 위한 NASA와의 계약, 민간우주산업 대행 등 수익화 모델을 만들었다. 스티브 잡스는 개인용 컴퓨터라는 수익화 틈새를 처음 발견한 사람 중 하나다. 그 당시만 해도 컴퓨터 같은 기계를 누가 쓰냐는 시대다.
– 수익화 모델을 만들어내는 기획력이야 말로 사업가의 본질 중 하나다. 그런데 남들이 하는 뻔한 방식이 아니라, 리스크가 있더라도 밀어붙이는 것. 그것이 진정한 기업가의 본질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 일론 머스크는 시연회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말로만 하면 사람들은 상상하지 못한다. 그것을 직접 만들어 보여주는 것이야 말로 최고의 마케팅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테슬라 첫 모델이 나오기 전에도 다른 자동차에 전기 엔진만 얹어 시제품을 만들었다. 스티브 잡스 역시 ‘사람들은 보여주기 전까지는 자신이 뭘 원하는지 모른다’고 했다.
– 지금 내가 하는 일에서도 사람들에게 “자, 이걸 보시오”라고 할 수 있는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시제품, 이미지, 상세페이지가 절실하다. - 일론 머스크는 정형화된 기존 질서를 혐오했다. 스티브 잡스도 그랬다. 그래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고자 했다.
- 일론 머스크는 단순화에 집착했다. 비용 절감에도 집착했다. 말단 엔지니어보다 부품명과 부품값을 더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난잡한 도면을 뜯어 고쳐, 10분의 1 수준으로 원가를 줄일 수 있었다. 스티브 잡스야 단순함의 대명사처럼 불리우지만, 일론 머스크도 만만치 않다. 수많은 스토리를 읽기만 해도 그가 얼마나 단순화에 진심인지 체감할 수 있다.
– 내가 하는 신제품 역시 기존의 복잡한 프로세스 대신 간소화된 절차로 니즈를 만족시키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물론 비용은 기존의 10분의 1 수준이다.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이 어떻게 혁신과 연결될 수 있는지 훌륭한 인사이트였다. 일론 머스크는 우주 여행에 대한 비용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일론 머스크는 광적인 에너지를 풀기 위해 집 주위를 어슬렁거렸고 야외를 좋아한다. 스티브 잡스는 산책하며 회의를 즐겼다.
- 일론 머스크는 핵심 인재 면접을 지금까지도 직접한다. 아주 공학적인 부분을 파고들며 말이다. 그가 사람을 볼 때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탁월한 실력 그리고 불타오르는 의욕이다.
– 인재전략에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내게 다양한 생각을 심어준 스토리가 많았다. - 일론 머스크는 안락함을 멀리했다. 안락을 우선시하면 필히 쇠퇴한다고 믿었다. 그 자신도 그러했고 회사에 대해서도 그렇게 생각했다.
- 속도를 중시했다. 단순하게 하는 것도 비용과 속도 때문이었다. 속도를 높이기 위해 그가 직접 공장 지붕에 올라가기도 했다. 9개월 걸린다는 서버 이전을, 그가 직접 트럭과 인력들을 고용해 나르기도 했다. 그가 조카들에게 한 사업 조언은 이것이었다. “가능한 한 빨리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규모로 키워라.”
– 뼈에 사무치는 사업 조언이다.
– 빨리 실패하고, 수정하고, 다시 시도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로켓 발사가 실패했을 때도 직원들과 함께 축하했을 정도다. 그래, 이번 실패는 굉장한 실패였어-라고 말하며. - 문제해결에 집착했다. 머스크와 스티브 잡스 둘 다 강박장애라 불릴 만큼 특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집착했다. 다른 말로 하면 몰입이다. 해결방안이 떠오르면 새벽 2시나 3시에도 담당자에게 전화를 하곤 했다.
– 문제인데 문제인 줄 모르는 것은 사업가에겐 죄악이고, 문제에 태만한 것은 무능이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물론 문제가 아닌 것인데 문제로 만드는 것은 사업가로서 자질 부족이다.
– 조직에서 승승장구하는 사람은 문제에 몰입해서 해결해내는 사람이다. 내가 조직에서 일하면서 가장 실망스러웠던 순간에는 늘 문제해결 앞에서 “난 몰라”라고 주저하는 동료들이 있었다. - 일론 머스크는 구속을 극도로 싫어했다. 일정을 잡기 싫어서 나중엔 비서를 없앴다. 스티브 잡스는 샤워를 전혀 안 했고 맨발로 다녔다. 주변에서 악취가 진동했는데도 말이다.
- 일론 머스크와 스티브 잡스 모두 무정부주의자에 가깝게 정부를 싫어했다. 비효율적이기 때문이었다.
- 일론 머스크와 스티브 잡스 모두 인간적인 면은 부족했다. 둘은 ‘위대한 성취’에 공감은 방해가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때로는 사람들에게 너무나도 무례했고, 무참하게 짓밟을 때도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