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부터 나는 안식일을 두기로 했다 (“나의 새로운 토요일 리추얼“). 안식일의 목적은 일주일에 단 하루 (토요일에) 제대로 쉬고 재충전하는 게 목적이다. 평일에는 자는 시간 말고는 생산성 높은 하루를 보낸다. 따로 휴식을 취하지 않는다.
내게 토요일 하루는 쉬고, 재충전하는 게 최우선 순위다. 쉬는 건 멍 때리는 것도 아니고, 푹 퍼져 있는 것도 아니다. 뭔가 생산적으로 재창조하면서 보내는 시간이 진짜 휴식일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경험과 조사를 통해 정리해 본, “안식일처럼 푹 쉬고 제대로 재충전하는 7가지 방법”이다.
1. 디지털 디톡스
2023년을 사는 현대인은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의 도구가 되어 버렸다. 앱의 알람은 내 삶에 영양가가 없는데도, 그걸 들여다 보면 마치 대단한 To-do list로 변질되어 그렇지 않아도 귀한 우리의 시간을 좀 먹는다. 앱의 알람이 내 안식일을 ADHD로 만들게 둘 수 없다. 인스타그램에서 나와 남을 비교하면서 안식일의 평화로운 내 마음을 어지럽힐 수 없다.
나의 다짐: 안식일엔 스마트폰을 비행기 모드로 해두고 서랍에 넣어두겠다.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 미디어는 아예 눈길도 주지 않겠다.
2. 마음 수련 (Mindful Practice)
디지털 디톡스가 내 마음에서 독소가 빠져나가는 과정이라면, 마음 수련은 걸레로 오래된 얼룩을 지우는 더 적극적인 행위다. 마음챙기기를 위해 명상, 호흡, 산책이 필요하다. 내가 누구이며, 어떤 감정이 내 안에 차 있는지, 혹은 다른 사람이 했던 말로 기분 나쁜 마음의 근육통이 있었다면 내 안에서 화해시키든 흘려보내든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마음을 수련하면 전반적으로 속도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냉정을 찾을 수 있다. 모든 훌륭한 결정과 실행은 늘 깨어있는 마음에서 나온다고 나는 믿는다.
나의 다짐: 안식일엔 마음수련의 한 방식으로 긴 산책을 한다. 10분 이상 혼자 명상 음악을 듣는다.

3. 쓰기
마음챙김과 깨어있기 위한 훌륭한 방법 중 하나는 글쓰기다. 호흡을 통해 현재의 의식과 감정에 머무를 수 있듯이, 글을 쓰면서도 내 안으로 깊이 들어갈 수 있다. 쓰기는 창작의 한 형태로, 무뎌지기 쉬운 창의력 근육을 키우는 방법이기도 하다. 나를 들여다 보고 그것을 표현하는 것은 순수한 창작가로써의 기쁨이다.
나의 다짐: 안식일엔 순간에 집중하며 시를 한 편 이상 쓴다. 시에 들어갈 그림을 그린다. 일주일 동안 있었던 일을 적으며 내가 느낀 감정과 배움을 기록한다 – 주간 마음챙김 일기랄까.

4. 자연
자연은 언제나 나를 다시 태어나게 한다. 이미 증명된 사실이다. 안식일엔 찌들고 병든 몸을 자연으로 데려가 주자. 주변 공원도 좋고, 하천도 좋다. 풀냄새와 드높은 나무가 몇 그루 있다면 좋다. 가능하면 인적이 드문 곳이 좋다. 제 아무리 수려한 자연 경관이라도 그 평화로움을 모욕하는 데에는 단 몇 명이면 차고 넘친다. 단 한 그루의 나무라도 사람이 없는 곳으로 가자. 그리고 잠시 앉아서 이 나무의 고향과 자연과 우주에서 생각해 보면, 내 인생이 아주 작게 느껴지면서 자연스럽게 마음챙김의 단계로 진입하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나의 다짐: 안식일엔 나를 한적한 곳으로 데리고 간다 : 강원도 별장이 가장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30분을 걸어 등산로 입구의 숲속으로 나를 데리고 간다.
5. 좋은 책 읽기
말이 필요 없다. 다만 정보와 시사를 다룬 책보다는 마음과 철학에 대한 책을 읽는 것이 안식일의 목적에 부합할 것이다.
나의 다짐: 안식일엔 내게 고요하게 책 읽는 시간을 선물한다. 월든이나 성서를 읽는다.
6. 건강식
말이 필요 없다. 평소에 거르기 쉬운 단백질과 채소를 챙겨 먹는다. 평소에 정크 푸드를 많이 먹는다면 하루쯤은 클린 푸드만 먹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전반적으로 건강한 식습관을 가진 편이라 안식일에 따로 신경쓰지는 않는다. 단, 안식일에는 술을 마시지 않아야겠다.
7. 가족과 보내는 시간
말이 필요 없다. 평소에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적은 사람이라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 혹은 가족과 충분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야 말로 감정을 재충전하는 최고의 방법일 것이다. 나는 전반적으로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보다 더 밀도 있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함께 산책을 하고, 뭔가를 만들고, 보드 게임을 하면서.
이 모든 방법의 기본 전제 : 무노동
이 일곱 가지 방법이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한 전제가 있다. 생계를 위한 일에 시간을 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생계로부터 단절이 비로소 ‘쉬려는 마음’을 보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한 번이 인생을 바꾼다면
“일주일에 한 번”은 성질 급한 현대인에겐 뭔가 성이 안 찬다. 하지만 그 일주일에 한 번이 많은 변화를 만든다. 자신을 되돌아 보고 점검해야만 긴 여정을 완수할 수 있다. 내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는 오직 잠시 멈추고 뒤를 돌아볼 때에만 확인할 수 있다. 그 여정에 수많은 방해꾼들이 나타나 상처되는 말을 남기고, 일의 성취를 방해하고, 인격을 모독하거나, 부정적이고 기운 빠지는 말들을 쏟아낼 것이다. 방해꾼들을 상대하는 방법은 내 마음을 더 강하고, 더 부드럽게 만드는 것뿐이다. 상처가 되는 말에 아무렇지도 않는 방법을 배우기보다는, 그 상처를 어떻게 빨리 흘려보낼 것인가를 배우는 것이 더 빠르다. 그 방법은 무엇인가. 계속 새로 나는 것이다. 나를 되돌아 보고, 내 마음을 챙기고, 자신을 토닥이는 긍정적인 감정의 수위를 늘 (다시) 채우는 것이다.
나의 안식일이 그 역할을 충분히 해줄 것을 기대한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평화를 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