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한테 팔 것인가 (B2B/B2C)

2천만 원짜리 프로젝트가 생겼다. 그중에 PR 에이전시의 도움을 받을 일이 있어, 아주 오랜만에 예전 네트워크로 레이다를 돌렸다.

현재 유명 기업의 홍보 책임자들 세 명에게 전화를 걸어, 소개를 받았다.

그중 한 홍보 회사 대표와 긴 통화를 했다.

누구를 아느냐. 아 안다. 그럼 누구는. 아 안다. 어디에 다녔나. 여기에 다녔다. 아 그럼 누구도 알겠네. 아 안다.

결국 메이저 주간지나 일간지에 인터뷰 기사를 하나 어레인지 하는 일인데, 통화는 결론 없이 끝났다.

일단 만나 봐야 안다.

기자와 점심이나 저녁 약속을 해서, 이런저런 운을 떼보고, 분위기를 파악한 다음, 은근슬쩍 돈 얘기도 타협하고, 그리고 나서도 “실제 되면 되는가보다”라는 것이다.

진짜 그 일을 되게 하려면, 하기 싫은 이런 절차에 매달려야 할 것이다.

그러나 선택지도 있다.

원하지 않는 것이다. (혹은 원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오랜만에 나는 숨이 탁 막혀오는 것을 느꼈다.

사실은 그게 사회다. (한국 사회).

네트워크가 중요하고 접대가 중요하고, 때로는 누구한테 소개를 받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도 한다.

나는 그런 게 싫어서 독립했다.

영업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맺는 관계는, 할부로 산 것을 위해 계속 일해야 하는 것과 함께 인생이라는 귀중한 자원을 허탈하게 소진시켜버리는 두 개의 원흉이다.

그러면 대책이 있는가?

있다.

B2C다.

기업이 고객이면 (B2B) 단위 매출이 클 경우 의존도가 높고 기회비용이 크다. 매달릴 수밖에 없다. 기업 고객은 진상도 많다. 결정권자도 아닌데 중간에서 빵부스러기를 먹으려는 꼰대들도 많다. 결정권자는 결정을 안 한다. 책임지기 싫기 때문이다. 그래서 핑퐁이 무한대로 반복된다. 언제까지? 윗 사람이 이제 이 정도면 되었다고 감으로 결정할 때까지.

B2C는 한 사람 한 사람을 상대하는 단점이 있지만 자유롭다. 때로는 고객을 걸러서 받을 수 있다. 매달릴 필요가 없다. 고객이 곧 사람이므로, 건강하고 소박한 “인간적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다.

B2C를 무시하면 안 된다. 서비스나 상품이 대중의 기호와 만난다면 그 기업은 무한대로 확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나이키, 코카콜라, 애플은 모두 개인 고객들을 위해 탄생했고 그들의 환호를 받고 성장했다. 브랜드라는 것도 이러한 소비재 회사에서 탄생했다. B2B 회사에게 브랜드는 공작새의 날개 같은 것이다. 소수의 기업 고객에게 체면을 세워줄 뿐이다. 반면 B2C 회사에게 브랜드는 생명 줄이다.

내가 B2C 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에 안도의 한숨을 쉰 하루다.

내가 생각하는 B2C와 B2B는 이렇다. 물론 매우 주관적이다.

왼쪽은 B2B, 오른쪽은 B2C다. B2B는 영업과 기술, B2C는 창조와 브랜드 – 뇌피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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