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행복해진 서른 한 가지 이유



요즘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 행복해서 죽을 것 같은 감정은 아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를 들으며 낮잠에 빠지는 순간과 더 비슷하다. 평화롭고 충만하다.

그 이유를 하버드 메디컬 스쿨에서 밝힌 행복의 세 가지 조건에 맞춰 기록한다.

1. 감각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난다. 요새는 아이들이 학교 갈 때에 일어난다. 게으르지만 좋다.

자고 싶을 때 잔다. 과음은 하지 않는다.

일하고 싶을 때 일한다. 내키지 않으면 그냥 낮잠을 자거나 산책을 간다.

일하고 싶은 곳에서 일한다. 집에는 내 방이 있다. 차를 타고 조금만 나가면 나만의 집필실 겸 사무실이 있다. 강원도에는 아무런 준비 없이 가서 생활할 수 있는 터전이 있다. 스티브잡스의 유전자가 박힌 이 노트북 하나면 그곳이 어디든 내 일터다. (그러나 나는 디지털 노마드라는 말은 거부한다. 그말은 이제 사기꾼들의 언어가 되었다)

일하고 싶은 만큼 일한다. 땡기는 날은 목이 뻐근하도록 일한다. 하기 싫은 날은 그냥 해먹에 누워있다가 아들과 축구를 한다.

만나고 싶은 사람만 만난다. 사실 만나는 사람이 거의 없다. 공부방과 유튜브 구독자들이 대부분이다. 나는 아주 특별한 경우에만 약속을 잡는다. 그것이 내가 시간을 알뜰하게 사용하고 내가 진짜 해야 할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 방법이다. 관련 글: 중요한 일부터 하는 내 시간관리 방법.

오늘은 25일이라 돈이 여기 저기서 들어오는 날인데 문자가 올 때마다 기분이 좋다. 돈 들어오는 소리가 시끄럽다며 혼자 너스레를 떤다.

그 돈은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로 버는 것이다

– 나는 지금 끌어당김을 위한 거짓 만트라를 하는 게 아니라 사실만 말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억지 끌어당김을 믿지 않는다.

하고 싶어서 하는 일로 수익이 늘고 있고 독립 후 8월은 최고 매출을 기록하는 게 확실하다. 과연 얼마나 최고인가가 관건이다.

몇 달이나 잡고 있던 책 <방황하는 사람들은 특별하다>가 인쇄를 마치고 배본소로 들어갔다. 아. 작가의 기쁨은 팔리는 것보다는 인쇄된 직후에 더 크지 않을까. 이 책은 얼마나 팔리던 간에, 내가 성실하게 내 일을 했다는 증거로 하느님께 제출할 예정이다.

창고에서 곧 배달이 될 예정이다. 아직 서점에 없다. 나도 실물을 못 봤다. 특별히 표지에 특수코팅까지 했다.(에폭시 코팅)

2. 몰입

운영하는 회사가 실적이 좋다. 점점 실적이 좋아지고 있다. 할일이 많다. 바쁘다. 그런데 하고 싶은 일인데다가 내 일이므로 상당히 몰입하며 일할 수 있다.

(누구나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먹고 살 수 있다. 나는 이제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퇴사가 심하게 내려우면 하라고 늘 말해왔고, 나 스스로가 그 증거가 되었다.)

디자인을 직접 배워서 회사 퍼포먼스에 응용하고 있다. 창의성을 발휘하는 데에 큰 기쁨을 느낀다. 프로크리에이트라는 앱을 통해 기존에 할 수 없었

던 많은 창의적인 작업을 할 수 있고,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레이터와 만나면서 상업화가 가능하다.

켈리크라피도 배우기 시작했다. 내게 배움이란 하는 것이다. 나는 하면서 배운다. 배움과 함이 따로 있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그래서 나는 학원에 다닌 적이 없다. 영어도 하면서 배웠고 그걸로 밥벌이를 했다. 포토샵도, 파이널컷도, 프로그램 언어도, SEO 스킬도, 홈페이지 구축 방법이나 마케팅 같은 것도 다 혼자 부닥치면서 배웠다. 하면서 배우면 문제를 해결하는 기쁨이 있다. 몰입이 된다. 돈을 들이지 않고 혼자 기쁘게 배울 수 있다, 는 게 내 신조다. 아, 그래도 돈 주고 운동은 배웠다. 그건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3. 선행

선한 영향력을 준다고는 말 못하지만 상업적이지 않은 유튜브 채널에서 구독자들의 감사 댓글이 올라온다. 내가 대단해서가 아니라, 내가 영상을 찍을 용기를 가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누구든 유튜브를 하면 자신과 비슷한 세상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용기 없는 사람은 일단 안 되는 이유, 못 하는 이유부터 찾는다. 살아보니 정말 그렇다. 물론 그렇게 하다가 결국 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그런 사람들이 좋다.

어제는 구독자가 유료로 컨설팅을 받고 싶다며 찾아 왔다. 아주 스마트하고 열정이 넘치는 분이었다. 그분께 성공으로 가는 길에 대해 실컷 떠들고 나서 내가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문득 감사했다. 그분은 아직 젊지만 성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년 후 성공한 그분의 입에서 “마작가님 덕에 이렇게 할 수 있었어요.”라고 듣길 희망하면….., 에이, 설마.

희망도 없이 절망도 없이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라고 말해놓고, 나는 또 희망을 부풀리고 있다.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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