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파트를 산 이유 (가짜 안정 vs 진짜 안정)

2024년은 바빴다. 사무실을 두 번 옮겼다. 공유 오피스에서 20평대로, 그리고 40평대로. 또 있다. 집을 두 번 옮겼다. 1기 신도시의 안정된 아파트를 사서 인테리어를 하는 바람에, 한 번은 임시 집으로, 또 한 번은 진짜 입주로. 그래서 바빴다.

내가 아파트를 판 이유

그중에서도 내가 아파트를 산 것은 꼭 말하고 싶다.

나는 2009년인가, 광명역 KTX역이 들어오기 전에 그쪽 동네의 신축 아파트를 분양 받았다. 지금은 10억이 넘지만 나는 허리춤에서 팔아버렸다. 이유는 간단하다. 내 인생이 안정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남들이 보기에 내 인생은 안정적이었다. 굴지의 회사를 다니고 있었고, 영업에서 마케팅으로 스카웃되었다. 훌륭한 브랜드였고 (스타벅스), 나는 거기서 만족하지 않고 잘 알려지지 않은 영국계 회사로이직했다. 모두 미쳤다고 했지만 나는 꿈이 컸던 것 같다. 그러다가 성찰의 시간이 왔다. 요새 말로 하면 현타가 왔다. 배신, 속임수, 이율배반 같은 경험들 덕분이다.

이때 나는 첫 번째 퇴사를 감행했다. 서른 즈음이었고, 그때 내 생각은 이랬다.

“인생은 혼돈의 연속이구나. 내가 알던 세상이 아니구나. 이렇게 불안정한 세상에서, 내 미래를 빚에 얽매일 수 없다. 이 빚 때문에 나는 아무 모험과 여정도 떠날 수 없겠구나.”

그래서 아파트를 팔았다.

그이후에 나는 빚없이 사는 몇 안 되는 시민이었다. 빚이 레버리지라는 것도 알았지만 내 길은 아닌 것 같았다. 은행에서는 왜 빚이 없냐고 의아해했지만 그들은 고객 체크란에 삶의 의미는 묻지 않았으니까.

내가 아파트를 산 이유

퇴사 이후 잘 나가는 듯했던 내 인생은 두 번째 퇴사를 불렀다. 그 사이엔 수많은 갈등과 성찰이 있었다. 그 이야기를 “방황하는 사람은 특별하다”에 썼다.

두 번째 퇴사는 조금 더 매웠다. 나는 마흔이 넘어가고 있었고, 달콤한 혜택에 꽤나 젖어 있었던 것 같다. 첫 번째 퇴사 후에 나는 주로 글을 썼는데, 그게 얼마나 순진했는지 경험해버렸으므로…

두 번째 퇴사 이후 나는 중국집 배달원의 월급을 계산해 볼 정도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옵션을 심각하게 고려하기 시작했다.

그 다음 이야기는 “스무 가지 이상의 시도를 통해 결국 ‘경제적 독립’과 ‘삶의 의미’를 모두 만족시키는 지점을 찾았다”가 결론이다. 그 이야기는 아직 책으로 쓰지 못했다. 그러나 내 유튜브에 기록했다. (Thanks God!)

내가 아파트를 산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층간 소음의 스트레스부터, 늙어감에 따라 체감하게 된 인플레이션의 원리까지… 그러나 내 결심을 만든 것은 ‘안정’이었다.ㄴ

나는 마흔 중반에서 처음 ‘안정‘을 느낀다. 지금 이 길을 내가 죽을 때까지 걸어가도 좋을 것 같다. 그런 사람들을 만났고, 어떤 사람들을 만나면 안 되는지도 알았다. 돈도 적당히 번다. 절대 갑부는 못 된다. 그러나 삶의 의미를 채울 수 있는 최대한의 돈을 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내 길이 중단되지 않고 이렇게 이어질 수 있다는, 혹은 이어져야 한다는 사명을 느낀다. 그 길은 안정과 모험이 모두 도사리고 있다. 그러나 나는 그 길에서 무척이나 “내가 걸어가 야 할 길을 찾았다”는 안도감이 든다.

그 안도감에 나는 아파트를 샀다.

내 길을 걸으며 이 빚도 갚을 수 있겠다란 생각이 든다.

이 길이 내 길이고, 행복과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이다. 물론 매일 밟아야 하는 가시밭 길은 덤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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