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욕망은 무엇인가.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축은 무엇인가.
나는 이런 질문을 좋아한다. 내가 조금이라도 괜찮은 인생을 살고 있다면 이런 성찰 덕이다.
긴 호흡의 방향성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바로 지금에 대한 명상도 필요하다. 그래서 종종 이런 질문을 던진다.
요즘 내 인생을 움직이는 세 가지는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어렵지 않다. 요즘 내 인생을 요약하면 된다. 보다 중요한 건 이 질문이다.
이 세 가지를 계속하는 것이 맞는가
요즘 내 인생을 움직이는 세 가지는 무엇인가
정기적으로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뒤돌아 보니 내가 이런 훌륭한 질문을 던질 때엔 늘 이런 공통점이 있었다.
첫째, 삶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둘째, 바쁜 삶 속에서 잠깐 멈출 수 있었다.
셋째, 그 멈춤은 의도적인 것이었고, 나는 숲속을 혼자 걸어가고 있었다.
삶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처럼 느꼈고, 그런 생각이 여러 차례 들었다. 그래서 오늘은 마음 먹고 채비를 한 것이다. 잠깐이었지만 이 의도적인 멈춤 덕에 나는 자전거를 내달렸다. 인적 없는 하천을 지나, 비포장 도로, 배추밭, 감자밭 그리고 마침내 내가 좋아하는 숲길에 이르렀다. 이 순간이다. 숲속을 혼자 통과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문득, 요즘 내 인생은 어떤 세 가지에 의해 돌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명상한다.
첫째, 기업가.
89%가 폐업한다는 스타트업 데스벨리 3년을 통과하고 있다. 책임져야 하는 동료는 열 명이 넘었고, 매출은 상승하고 있다. 한번 시작했으면 제대로 된 회사를 만들고 싶다. 훌륭한 문화, 시장에서 생존력 그리고 ‘창작 DNA를 가진 사람들이 서로 의지하며 생계까지 유지하는 세상에서 하나뿐인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다. 그런데 말처럼 쉽나. 사고를 수습하는 것은 당연히 사장의 몫이라는 걸 체험한다. 의견 대립이 생기면 단호하게 거래처와 계약을 해지한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과감하게 자르는 것은 바람직한 용기다. 그 과정에서 에너지가 소모되고 때로는 그 기분에 휩쓸려서 우울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유지’를 위한 것이다. 유지만으로도 이렇게 힘들다. 생존을 위한 새로운 시도를 위해서는 또 다시 시간과 에너지를 끝까지 밀어부치는 끈기가 필요하다. 마치 역도 선수가 아무리 무거운 바벨이라도 단 1cm를 끌어올리기 위해 온 몸을 벌벌 떠는 그 찰나와 같다. 역도 선수가 바벨을 드는 동안에는 온 힘을 모아야 한다. 바벨을 들면서 케이크를 먹거나 수다를 떨거나 혹은 셀카를 찍을 수는 없다. 내가 글쓰기를 게을리하고 유튜브 콘텐츠를 올리지 못하는 이유다. 지금은 일단 바벨을 드는 데에 온 힘을 집중하고 있다. 핑계지만 사실이다.
둘째, 파워리프터.
죽음 근처에 갔던 사람은 인생에 대한 관점을 0으로 만들고 현자가 되어 돌아온다. 내가 파워리프팅을 진지하게 훈련하는 이유도 그와 비슷하다. 내 한계를 맞닥뜨리는 날, 나는 고된 하루가 이 바벨의 무게에 비하면 별 것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내 기록을 올리기 위해 한계로 한발짝 다가서는 것처럼, 기업가로써 고된 하루는 더 나은 조직체를 만들기 위한 훈련쯤이었다고.
최근 3개월간 평균 주4회 이상 리프팅 훈련을 하고 있다. 나의 최대무게는 약 330kg으로 선수들에 비하면 아마추어다. 그래도 허리 질환으로 시술까지 받았던 40대 중반 치고는 자랑스러운 기록이다. 주로 앉아 있는 직업 특성상 (편집자, 작가) 근육이 짧아지고 가동 범위는 적어진다. 그래서 운동을 시작했는데, 허리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그 비결은 무게가 아닌 가동성이었다. 골반과 허리를 가동 범위를 늘려주기 위해 “이거다”하고 느낀 스트레칭을 계속 반복했다. 그러면서 무게를 조금씩 올리기 시작했다. 통증이 없으니까 운동할 맛이 났다. 파워리프팅의 장점은 내 한계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 벤치프레스 기록은 84kg인데, 85kg이 되면 더이상 들어올리지 못하고 벌벌 떨다가 트레이너가 도와줘야만 제자리로 돌아온다. 내 한계 근처에서 플레이한다는 것은 나를 살아있게 한다. 그리고 한계 근처를 맴돌수록 한계를 초월할 확률이 높아진다. 파워리프팅에 대해 처음으로 기록한 날 내 스쿼트 기록은 97kg이었는데, 지금은 97kg이 내 훈련의 기본 시작점이다. 내 한계였던 무게를 들고 지금은 몇 세트씩 반복한다.
셋째.
보통은 내 인생의 세 가지에 몇몇이 들락날락한다. 10대엔 입시, 가족, 20대엔 이성, 친구, 군대, 취업 같은 것들이었다. 30대엔 커리어, 육아, 주택, 재테크, 직장생활, 자기계발, 인생의 의미, 삶의 방향… 그리고 방황의 결과로 창작과 기업이 내 손에 들어왔다. 한동안 내 세 가지는 작가로 글쓰기, 크리에이터로 영상 만들기, 기업가로 훌륭한 회사 만들기였다.
시간이 지났고 또 많은 것들이 변했다. 그리고 나는 세 번째에 무엇인지 쓸 말이 없다.
이 세 가지를 계속하는 것이 맞는가
기업가라는 정체성은 내 삶을 지배하고 있다. 기업가라는 말은 이미 고난과 시도가 새겨져 있다. 쉽지 않은 길이다. 나는 그 점이 좋다. 위대한 길은 언제나 좁은 길이다.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뭔가를 창조하고 싶다. 그리고 그 결과를 나와 같은 창작 DNA를 가진 사람들을 위해 나누고 그들과 함께 걸으며 살고 싶다.
아마추어 파워리프터라는 정체성은 내 삶을 윤택하게 한다. 평생 취미가 있는 사람을 늘 부러워했는데, 내겐 파워리프팅이 평생 취미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기회가 되면 대회에도 참가하고 싶다. 내가 중량운동을 하는 이유는 외형관리가 아니다. 나 자신과의 힘겨루기를 통해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하나의 리추얼이 되길 바란다. 한때 꿈꿨던 트라이애슬론 완주도 덕분에 다시 도전할 수 있길 바란다. (허리가 취약해서 포기했지만 이젠 다르다. 100kg으로 데드리프트 여러 세트를 훈련할 만큼 허리가 튼튼해졌기 때문이다.)
세 번째 빈 자리에는 당연히 창작가 정체성이 들어와야 한다. 작가로써 마작가다. 왜냐면 창작이라는 것이 내 인생의 커다란 세 가지 축이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내 깊숙한 곳에는 쓰는 것에 대한 열정과 정체성이 더욱 크다. 그러므로 우선 움츠러든 작가 정체성을 내 생활로 불러내야 한다. 당분간 크리에이터로써 마작가에게는 시간과 에너지를 주기 어려울 것 같다.
세 가지라도 제대로 하는 것이 성공의 비법이다. 이제는 알게 되었다. 세 가지가 아니라 네 가지나 다섯 가지라면 그것은 잘못되었다는 신호다. 물론 하나라도 잘하라는 절대적 진리 앞에서 고개를 숙일지라도…
작가라는 정체성에 물을 주기 위해서 내게 필요한 것을 짧게 생각해본다. 기업가로써 더 효율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것 – 효과적으로 위임하고, 쓸데 없는 일을 줄이고, 핵심 역량에 집중할 것. 경영서처럼 말은 쉽다. 그것을 실제로 구현해내는 것은 또 다르다. 그러나 바벨을 들듯이 나는 끝까지 밀어부치기로 마음 먹었다. 이렇게 여유를 만들어 글을 쓸 수 있어서 기쁘다. 자꾸 의식하고 한번 더 실행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