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7일 근무 단상

나는 요새 주 7일 근무를 계속하고 있다. 그 와중에 든 생각이다.

첫 직장 생활할 때만 해도 주 6일 근무가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이제 토요일에 온전히 쉴 수 있다니! 그 짜릿함이란.

주 5일 안에는 따지고 보면 묘한 요소가 많다. “하기 싫은 일”이라는 잣대로 보면 주6일보다 주5일이, 그리고 유럽에서 논의중인 주4일이 더 좋다. 에라, 주3일로 가즈아-라고 할 만하다. 하기 싫은 거니까. 동시에 하기 싫은 일에는 “나와 상관 없는 일”이라는 판단도 묻어 있는 것 같다. 하기 싫은 일 중에는, 나 자신의 더 큰 삶의 의미를 위해 희생하는 것들이 끼어 있으니 말이다.

주 5일을 “당연히 누려야 할 것”으로 결론 내리면 곤란하지 않나 싶다. 인류 역사상 주 5일을 시행한 기간은 하루로 치면 1초도 안 되니까. 게다가 만약…

만약 김연아 선수가 주 5일로 운동한다면 어떨까. 손흥민이 주 4일 운동을 하고, 그 예전 빈센트 반 고흐가 평균 이틀에 하나씩 그림을 뽑아내지 않고 주 3일만 그림을 그렸다면…

시간과 노력 대신에 내가 요새 관심 있는 개념은 ‘주의력’이다. 어떤 선을 뛰어넘으려면 쉬운 말로 “신경을 쏟아야” 한다. 신경을 쏟으려면 다른 일을 쳐내는 판단력이 필요하고, 그 다음엔 “내 주의를 잘 관리해야” 한다. 요새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에게 뺏겨버린 그 주의를 다시 내 눈 앞으로 끌고 와야 한다.

주의와 관심, 내 신경을 온통 쏟아 무엇을 하는 것에 주 5일이라는 개념을 들이댈 수 있을까? 아니다.

이상이 요새 주 7일을 근무하면서 내가 느낀 바다.

주 7일 동안 신경을 쏟으며 작품을 쓰면 얼마나 좋으련만. 지금 내 주 7일은 2년 반 전에 시작한 1인기업이 법인, 주식회사가 되고 그 이상으로 뻗어가기 위한 아주 필수적인 에너지원이다.

주 7일 근무 사무실

약 3년 전 첫 사업매출 3만 원에서 작년 최고 월 매출 8700만 원을 달성했다. 법인 통장에서 나가는 인건비 목록은 어느 새 10명이 되었다. (프리랜서가 아닌 사랑스런 동료들이다.) 공유 오피스를 벗어나 정식 사무실로 이사했다. 이번 달 매출은 오늘 현재 6천만 원이 조금 넘는다. 우리 회사와 일하기 위해 계약을 기다리는 목록이 26명이다. 그런데 이들과 세부적인 견적을 협의하고 계약을 체결할 시간이 없다. 시간이 없어서 매출을 못 올리는 요상한 시간이다. 채용으로는 한계가 있고 시스템이 바뀌어야 하는데 그것 역시 한번에 되지 않는다. 다음 달엔 신제품이 나온다. 새로운 웹페이지를 만들고 디자이너와 결제페이지를 다듬고 광고를 새로 만든다 (영상 광고를 하루만에 찍고 편집했다). 캠페인을 위해 구글과 미팅을 하고 세상에 없던 뭔가를 만들어낸다.

이런 이유로 나는 주 7일을 하고, 이런 모든 과정이 밑바닥에 물 붓기가 아니라 나와 회사의 자산이 된다는 점이 뿌듯하다.

허리, 눈이 아프고 가끔은 1초 정도 아찔하게 어지럼을 느낄 때도 있다.

하기 싫은 일이 대부분이다.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고 숫자를 맞추고 속터지는 정부 사이트에서 뭔가를 해야 할 때는 정말 암울하다.

그런데 이 주 7일 근무는 꽤 매력적이다.

내 목표는 이 주 7일 근무로 탄탄한 시스템을 만들고, 이익을 내고, 그 이익으로 우리 회사와 동료가 혜택을 얻는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 목표에 대해 누가 묻는다면, 이 시스템을 누군가에게 맡기고 (전문 경영인이나 후임) 나는 주 7일 창작에 몰두하는 것이다. 아, 그래도 설립자니까 하루는 일하는 보람을 느껴야겠다. 그렇다면 내 목표를 정정한다.

나는 주 6일 내내 창작하는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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