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게인, 예술과 마케팅
싱어게인3을 볼 때마다 나는 겸손한 마음을 갖는다. 이 두 가지 때문이다.
성공하려면 이 정도는 돼야 한다는 겸손한 마음.
와, 이 세상엔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연예인이 되고 싶어서 가수라는 탈을 쓴 사람들과 달리, 음악에 인생을 건 사람들이 이렇게 곳곳에 숨어있다. 이 정도는 돼야 성공할 수 있다. 그러니 어디 가서 코드 몇 개 칠 줄 안다고 자신만만해서는 안 된다.
나는 이제 작고 아늑한 사업을 갓 시작했다. 그러나 싱어게인 같은 사업 쇼가 있다면 명함도 내밀지 못할 것 같다. 작가라는 명함도 그렇다. 책을 몇 권 출판한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어디 가서 까불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천재도 마케팅이 필요하다는 생각.
게 중 상당수는 타고난 음악 천재다. 윤종신, 임재범 같은 음악 구루들이 인정하는 진정한 천재다 (내가 정말 존경하는 두 음악가). 그러나 그들은 상업화에 실패한다. 자기 이름을 알리지 못한다. 그래서 싱어게인 같은 프로그램에 나와 또 생명을 잠시 연장한다.

왜인가?
천재는 너무 앞서간다. 대중은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근본적인 마케팅 전략이 없으면 천재성은 골방에서 끝난다. 빈센트 반 고흐처럼.
자기 색깔이 분명한 것은 천재의 특징이라 할 만하다. 천재성이 돈을 벌어주려면 이런 선행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대중적인 취향에 맞는 미끼 상품이 필요하다. 임재범은 다소 고약한 음악 취향을 갖고 있지만, 그의 이름을 알린 것은 드라마 OST가 대부분이다. 아이유의 유니크한 음악 정신은 ‘나는야 오빠가 좋은 걸’이라는 대중성 덕분에 지속 가능하다.
둘째 대중에게 충분히 노출되어야 팬층이 형성된다. 골방에 틀어박힌 천재를 과연 누가 알아줄 것인가? 발견되기 위해 자신을 끊임없이 시장에 내놓아야 한다. 유튜브와 소셜미디어가 있는 21세기에, 예술가는 마케터가 되지 않고서는 못 버틴다.


